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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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로봇>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00여 년 전이다. 그래픽 노블로 접한 R.U.R 은 지금 출간된 책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노동자가 가장 훌륭한 노동자일까요? 헌신적인 노동자? 정직한 노동자? 아니요! 가장 값싼 노동자지요. 부려먹기에 가장 경제적인 노동자요. 로봇입니다.

R.U.R 로숨 유니버설 로봇 P6


체코의 대표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는 체코어 robota(로보타) - 중노동, 부역 노동 -에서 따와 <Robots(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든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자본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에서 최고에 오르며 노동력의 가치는 금액으로 매겨지기 시작한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해진 유럽의 나라들은 식민지에서 노예들을 데려오거나 도시의 빈민들에게 일을 시킨다. 이에 비평가이기도 한 그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풍자한다.

자동화의 발달로 사람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로봇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늘려주었다. 그런 면에서 노동은 로봇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잠을 자고 움직이고 자신을 가꾸고 하는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노동 = 돈이라는 공식이 지배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해 나가지 못한다.


로봇에게 모든 노동력을 일임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하여야 하지 않을까? 스위스처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노동을 통해 받은 월급에서 떼어낸 세금으로 움직여진다.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가 생각하는 로봇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모두가 만족하는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할까? 머지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함을 가져왔다. 알파고는 지금도 데이터를 갱신해가고 있으며 인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인간과의 시합에서 이기고 있다.


로봇의 영역과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이 자신을 만든 창조주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혜성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는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넘어 인류를 말살 할 수도 있는 로보칼립스를 경고하며 로봇이 인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세상인 로보토피아를 향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고전문학에 속할 수도 있지만 현대문학이라 해도 충분히 납득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내용이다. 과학의 발달과 윤리적 문제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된 지금 필요한 책일 것이다. SF와 그래픽 노블이 취향인 분들께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100년 전에 이러한 내용을 예견한 카렐 차페크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너무 궁금해진다. 평범한 인생이 3부작이라고 하니 호르두발(1921년)과 별똥별(1924년)도 국내 번역본이 있는지 찾아 읽어봐야겠다.


뮤리엘 상을 수상한 체코의 신인 애니메이터이자 만화가 카테르지나 추포바의 그림으로 만나 시각적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어지니 내용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소설로 읽게 된다면 만화영화 한 편이 눈앞에서 상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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