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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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전 희곡을 대표하는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는 당시 사교계의 민낯과 인간에 대한 위선과 환멸이 가득하다. 1666년 6월 초연되지만 종교계의 거센 반발로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중단된 몰리에르의 작품으로는 1664년 발표된 「타르퓌르」도 있다. 이 작품은 성직자들의 위선적인 이중적인 생활 모습을 풍자하여 당시 성직자의 항의로 무대에서 내려졌다. 그러다 타르퓌르는 1669년 다시 무대에 오르며 큰 호응을 얻게 된다.


17세기 당시 희극은 오락거리로 취급되며 비극보다 하위 장르에 속했다. 몰리에르는 웃음을 유도하면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희극의 위치를 비극과 동등하게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궁정은 물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과 논란을 일으켰다.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 알세스트는 인간을 <비열한 아첨과 부당한 행위, 배신, 교활함뿐 P15>이라 평한다. 그래서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는 사람들이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명예를 중시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만 하기를 원한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셀리맨이다. 그녀의 살롱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 중 오롱트는 알세스트를 존경하여 그에게 자신의 시를 들려주지만 알세스트는 형편없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의 화가 난 오롱트는 알세스트를 고발한다. 오롱트는 셀리맨에게 구애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인간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정직함, 선량한 헌신, 정의, 명예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 중략 -

이 음흉한 것들아, 나는 너희와 함께 하지 않겠어!

인간 혐오자 P120


오롱트가 자신을 법원에 고발했지만 시에 대해 평가한 것뿐이라 판결에서 이길 거라 생각했지만 패소한다. 이에 알세스트는 세상과 법원에 소리쳐 분노한다. 그리고 법원의 결정에 <다들 나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걸 너무 잘 알거든. 이번 일이 오히려 화제가 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악한지에 대한 특별한 증거로 후대에 남았으면 좋겠어. P121>라며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아르지노에가 건넨 편지로 화가 난 알세스트는 셀리맨에게 자신인지 오롱트인지 선택을 하라 강요한다.


<사랑을 결정짓는 것은 이성이 아니잖아. P24>라는 알세스트에게 다른 이들을 대하는 셀리맨의 모습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알세스트에게 사랑은 <전부>인 것일까? 자신을 온전히 전부 주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일까?


서평을 쓰려 옮길 부분을 찾다 보니 어떤 곳은 페이지 전체를 옮기고 싶어지는 곳들이 있었다. <예외는 없어. 모두가 혐오스러워. P16> 이후에 나오는 인간의 모습은 4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도 존재한다. 이런한 것들이 고전을 읽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네는 사회적 통념에 너무 날을 세우고 있어. P18>로 시작하는 팔랭트의 대답 또한 페이지 전부를 옮겨 놓고 싶다. 알세이트가 나열한 인간을 혐오하는 이유에 대한 팔랭트의 대답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답이 아닐까?


최근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얼굴을 마주할 일이 줄어들었다. 안부는 전화나 카톡으로 하고 있다. 진심을 숨기기가 쉬워진 것이다.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되돌아보면 짚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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