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가 몇 년도에 개봉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검색하니 1999년도에 개봉이었다. 그 당시 2000년 밀레니엄을 얼마 앞두고 한쪽에서는 종말이 다가온다는 종말론과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분명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것은 기억이 나는데 누구와 같이 갔는지는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엽서며 편지지 등을 잔뜩 사 모았었다. 한동안 편지지 모으는 게 취미여서 상자 가득 모아두었었는데 결혼을 하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러브 레터 P202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TV에서 다시 보여 주는 영화에 꼭 등장한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도 마지막 장면이 멈추면 긴 여운을 남긴다. <오겡끼데스까> 라는 말이 TV에서 패러디되며 한동안 유행이었다. 1인 2역의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도 좋았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명의 모습으로 한 사람에 대한 기억 속 모습을 이야기한다. 두 명의 히즈키가 등장하지만 고메의 히로코와 오타루의 이츠키가 기억하는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로 기억되어지는 것은 왜일까?


아픈 후즈키를 엎고 가려는 할아버지와 말리는 엄마가 다투며 그 사연이 나오는 부분은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후즈키의 아빠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설이 내려 미끄럽고 추운 날씨에 병원까지 뛰어가며 엄마와 할아버지는 예전에도 지금도 간절했을 것이다. <아냐. 정확하게 말해 줄까? 집에서 나가 병원 현관에 도착할 때까지 삼십팔 분 걸렸다.> 할아버지는 아빠를 엎고 걸은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그 순간에 무엇 때문에 시간을 기억했을까?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뛸 거야.>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아다. 눈 내리는 겨울은 반복될 것이고 언젠가는 엄마나 이츠키에도 똑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출처- sbs 특선영화 러브레터 리마스터링 마지막 장..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서평을 쓰려 정보를 검색하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러브 레터의 마지막 장면이 오역이었다는 것이다. 개봉 당시 마지막 대사는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이다. 하지만 직역을 하면 <역시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못 보내겠습니다.>된다. 일본이들은 개인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표현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익숙하여 오역이 나왔다. 출처의 글에서는 굳이 이렇게 <감상주의로 보태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라고 하였지만 러브 레터의 마지막 문장에 눈물을 흘리는 입장에서 각 나라의 정서에 맞게 번역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러브레터>는 마지막 문장의 오역에 영화가 더 사랑받지 않았나 한다.


마지막 문장 안의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단어에 이츠키의 감정이 느껴져서 영화보다 책의 마지막이 좋았다. 책을 읽으며 꺼내어지는 기억들과 글자들 사이사이에서 전해지는 느낌들이 어우러져 향수와 그리움이 느껴졌다. 기억 속에는 자전거를 타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던 이츠키가 목도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맞는지 영화를 찾아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