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는 것이다. 흘러간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과거의 시간이 무작위로 썩인다면 어떻게 될까? 「고함과 분노」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대입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서른셋이지만 세 살 지능의 백치, 동생 캐디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퀜틴, 혼자 서 있기도 버거운 제이슨. 이들에게는 지나온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조로이 흐르던 강물이 소용돌이를 만나 비틀리면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고함과 분노에서 보이는 시간이 그래 보였다. 엉키고 설키어 벤지도, 퀜틴도, 캐디도, 제이슨도 삼켜버린 것 같다. 소용돌이는 처음에는 아주 작다. 콤슨가를 몰락하게 한 소용돌이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끊임없이 우는 어머니? 술만 마시는 아버지? 시도 때도 없이 울부짖는 벤지? 의식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허우적대는 퀜틴? 캐디의 일탈? 어머니와 캐디의 돈을 빼돌리는 제이슨?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시작점인 것인가.
1910년 6월 2일 퀜틴의 시선이 따라가기 제일 어려웠다. 의식의 흐름 변화를 표현하는 명조와 고딕의 변화가 어떤 곳을 채 한 문장이 되지도 않아 바뀌는 곳도 있었다. 시간과 그림자에 집착을 보이는 퀜틴의 행동이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도 해야 하고 자꾸만 바뀌는 시점에 한순간이라도 딴 생각을 하다 읽으면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퀜틴에게 물려주며 한 이야기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이 시계를 주는 것은 시간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따금씩 잠시 망각하라는 것이다. 시간과 싸워 이겨 보려고 모든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라니 무슨 힘 빠지는 소리인가. 얼마 전에 읽은 「모비딕」이 갑자기 생각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들과 싸우려 하던 에이해브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하였을까?
깨져서 시침과 분침도 없는 시계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럼에도 째깍째깍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퀜틴의 의식도 흐르는 것 같다. 벤지는 백치여서 울부짖는다 하자. 제이슨은 뒤틀린 방식으로 모으긴 했지만 돈을 읽어 분노할 수 있다. 퀜틴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캐디가 부정을 저질러서? 그러고도 다른 이와 결혼을 해서? 의식의 경계가 모호했을 때 <주먹으로 치고 싶은 충동을 참고 손바닥으로 그를 때렸다. >는 허버트에 대한 회상 부분인 듯한데 실제로 누군가를 때렸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뒷부분이 나왔을 때 바로 연결하지 못했다. 스스로 죽기를 결심한 사람은 모든 것을 체념하지 않나? 분노는 극렬한 감정 표현이다.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이 들끓는 마음을 안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