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 자유 게시판에서 본 글입니다.

틈틈히 자주 읽어야 할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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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1587


글쓴분 : 주정섭

간혹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개발자란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코딩만 많이 하다보니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본 원리를 도통 모르는 바보들인가"

얼마전에 "개발자란 직업은 잘 먹고 잘 살수 없는 직업인가?"라는 글을 쓴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때도 어떤 게시판에서 워낙 가소로운 내용의 글을 읽고 열받은 내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나같이 쓸데없이 나이 많이 쳐먹은 노땅 개발자들, 다시 말해서 머리속에 옹고집과 편견으로 가득찬 개발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면 차라리 이해해 줄수나 있다. 고집센 노친네의 노망이려니 하고...

"개발자는 30대 중반에 관리자길로 빠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나이 넘도록 개발자 생활을 계속하면 끝장이다. 인생 조진다"

만일 젊은 개발자가 이딴 헛소리를 한다면 참으로 그 젊은이의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쓸데없이 나이만 쳐먹은 노땅들의 편견만을 배웠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30대 중반에 관리자길로 반드시 빠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말은, 사회 생활을 아주 호락호락하게 보는 철부지들의 이야기다. 왜 그런지 조목조목 따져보자.

보통 관리자란 한부서에서 장급의 직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개발에서 일차적인 관리자격인 팀장을 예로 들어보자. 팀장이란 팀의 두목으로 오로지 한팀내에서 한명만 존재한다. 결코 모든 팀원이 모두 팀장이 될 수 없다. 결론인즉 높은 직급일수록 그 자리 수는 적다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개발자가 팀장이 될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그렇다면 저 "개발자 나이 30 관리자 전업 필수" 논리에 따르면 나이 30 넘어서 팀장급으로 승진 못한 개발자들은 모두 사회 낙오자 내지는 인생 종친 사람이 되겠다.

그나마 팀장 되기도 쉬워 보이는가? 물론 이 바닥에는 아주 허접한 수준의 개발회사들도 많고, 따라서 허접한 개발팀들도 무지 많기 때문에, 원한다면 까짓거 별로 실력 없어도 팀장이 될 수 있는 곳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허접한 개발회사의 팀장이 된다한들 자신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제대로 안나오는 봉급과 허접한 부하들, 말 안통하는 무식한 이사들과 사장들과 씨름하다 지쳐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몇 안되는 정말 제대로된 개발회사에서 팀장이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 대충 계산이 나오는가? 팀장 이후에 실장, 부장, 이사가 되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운지는 감이 오는가? 이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 모든 직급 체계는 피라미드 형태를 취한다. 높이 올라갈 수록 그 자리 수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 적은 자리 수 중 하나를 차지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고 얼마나 비굴한 아부와 암수, 모략, 심지어 뇌물을 받쳐야 하는지 알고 하는 소린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그 힘든 관리자란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가? 현재의 실장, 부장, 팀장들은 거저 그 자리를 얻은것처럼 보이는가?

진정 팀장이 되고 싶다면 팀장의 마인드와 팀장 다운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라. 실력도 없고 마인드도 없는데 단순히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어여삐보고 팀장을 시켜줄 그런 멍청한 회사들이 많다고 보는가? 왜 그 힘든 적은 자리수 쟁탈전에 참가하지 못해서 안달인가? 쓰잘데 없는 직급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이 더 낮지 않는가? 기껏 얼마 안되는 호봉과 좋은 책상을 차지하려고 기를 쓰고 높은 자리(직급) 쟁탈전에 참가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 힘든 경쟁을 거쳐 설사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가 되었다고 치자. 관리자란 위치가 매우 편한 위치일 것 같은가? 관리자 생활을 하면 놀고 먹을 수 있을거 같은가? 꿈 좀 깨시라. 관리자들이란 아래 위의 사람과 항상 싸우면서(?) 혹은 비위 맞추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사람 비위 맞추는 것과 프로그램 비위(?) 맞추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울 것 같은가?

앞으로의 시대는 직급과 봉급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 시대이다. 60 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방식으로 직장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가? 5년마다 직급과 봉급이 항상 오를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제발 철좀 들어라. 그런식이라면 나는 지금 대통령이 되어 있어야 마땅한데, 대통령이 되지 못한 나는 인생낙오자인가? 60 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방식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아직도 종종 있긴 하지만, 이 회사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버틸 것 같은가?

제발 부탁이건데, 정말 팀장이 되고 싶다면, 혹은 사장이 되고 싶다면 그 직급에 맞는 능력을 지금부터 미리 키워라. 어릴 때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라고 물으면 우주인 혹은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정말 성인이 된후, 우주인이나 대통령이 된 사람은 몇명이나 되는가? 꿈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UML을 아무리 화려하게 그릴 수 있다 한들 제대로 돌아가는 코드로 구현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며, 허풍선이 개발자일 뿐이다.

"개발자는 30대 중반에 관리자길로 빠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말을 내 주변에서 숱하게 들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 중에 제대로 관리자로 전업하여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을 잘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 말의 내포된 의미인즉, "나는 내 직업이 맘에 안들어서 딴거 하거 시퍼요"이기 때문이다. 비겁자의 변명을 진리처럼 타인들에게 말하지 좀 말아 달라. 현재 속한 분야서 제대로 못하면 다른 분야에 가도 마찬가지란 사실은 모르는가? 집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 안새나 하는 속담이 있다는건 아시는가?

마케팅학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란 말이 있다. 경쟁 제품이 적기 때문에 제품 판매가 쉬운 시장에 승부를 걸라는 것이다. 관리자 자리 수 쟁탈전과 개발자로 살아남는 것 중에 어느 쪽이 경쟁이 더 치열할 것 같은가? 사실 내가 이바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나보다 고수였던 많은 개발자들이 관리자로 혹은 다른 업종으로 전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자가 사라진 탓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실력이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이 많다면 내 실력은 매우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깨달은 사실이지만, 다른 개발자들에게 관리자가 되도록 권유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이득일 것 같다. 그래야 개발자 수가 적어지고 당연히 실력자 부족 현상 때문에 내 봉급이 더욱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작정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 글의 결론을 맺자..

"여러 개발자님들! 지금 매우 고생이 심하시지요? 빠른 시일내에 힘든 개발자 생활을 관두고 다른 업종을 택하시거나 관리자가 되세요. 그래야 개발자 희소가치 때문에 제 봉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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