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지금 생각해도 난감하기 그지 없는 선언을 대놓고, 아버지 앞에서 막 했었다.


"아버지! ! ! 제가 우리집 대들보 아닙니까!
 저 나중에 커서 포항공대에 갈게요! ! !"

이 말 한마디에 아버지는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기특해 하셨다.

울 아버지랑, 엄마는 포항 출신이다.

고향에 있는... 그것도 서울대랑 맞먹는 명문 대학에 아들이 당당히 간다고 설쳤으니....
얼마나 뿌듯해 하셨을까???


포항공대가 애들 놀이방인가???  (-_-;)
대한민국에서 카이스트와 함께 이공계를 이끄는 양대산맥 중 하나이며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서울대와 더불어 학벌점수 1등급을 받는 몇 안되는 학교 아닌가...

아마 초등학교를 다닐 때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거랑
대학교에 가는거랑 비슷할거라고 혼자서 착각을 했던게 아닌가 싶다.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지....   (-_-)


그러던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냉혹하고, 삭막한 현실을 알게 되었으니.....


내가 어렸을 때 포항공대를 갈거라고 얼마나 설쳤으면
아버지는 아직까지 그걸 기억하신다.
가끔가다 TV에서 포항공대에 대한 소식이 나오면 아버지는 나한테 한마디 던지신다.

"야~! 너 예전에 포항공대 간다고 하지 않았었냐?!"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초난감하기 그지 없다.
갑자기 소화불량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식은 땀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이름 없는 지방대생이다. 그것도 4학년...
여태껏 특별히 사고를 치거나 집안 기둥뿌리를 흔들리게 한 적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무척 기쁘게 한 적 또한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나이 되어서 다시 포항공대에 간다고 수능 준비를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빨리 취업해서 번듯이 자기 앞가림 하는게 효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입 관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참말이긴 참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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