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10)

: 지금은 98년도 10월 중순.
산은 점점 옷을 벗으며 갈색, 붉은 빛으로 물들고
부대 근처의 논밭들도 조금씩, 조금씩 흙빛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군대라는 곳을 온지도 일년이 다 되어간다.
. . .
6장짜리 달력도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1장 밖에 안 남게 된다.
지난 1월 달에 '언제 저 달력을 다 떼나?" 했었는데 말이다.

 

: 여태까지 신교대에 있는 범장이한테 4통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편지를 붙여 줬는데도
이놈한테는 편지가 한통도 오지 않는다. 나태한 놈.
마음 같아선 독촉 편지를 하고 싶지만... 참자...

 

: 영준이랑 연락을 못 주고 못 받은 지도 5달이 다 되어간다.
일병 휴가 때 만나고 통 소식을 모르니...

삐삐도 끊긴 것 같고
뭐 하고 있을까 그 녀석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그 녀석한테는 안 통했으면 좋겠다.

 

: 군대에서 깨닫게 된 것 하나!
'밑에 사람 부리기'

1. 밑에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아야 한다.

2. 밑에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된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밑에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 정말 입니다.
   장담 합니다. 위에 1, 2번만 지키면 리더십 있다는 말을 들을 겁니다.
   말은 참 간단한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정말 힘듭니다.

   짬밥으로 밀어 붙여도 되긴 되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못 됩니다.

   군대에서 사람 부리는 거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배운 것 같습니다.   */

 

: 'V'자 형으로 열을 맞춰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았다 .
사회 있을 때에도 많이 봤던 광경 이였는데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곳이
군대라서 그런지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해주는 또 한 가지의 광경이리라...

 

: 군대 와서 알게 된 것 하나!

--->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들다는 것.

유격 훈련을 받으며, 이런 저런 문제들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걸 느끼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자식 4명을 키우며
아직까지 고생하시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나마 전역한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군대만큼 편하고 살만한 곳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흐... '사회'란 곳은 도대체 어떠한 곳일까?

 

: 물 먹은 위장망을 쳐보지 않고서
  포병을 논하지 말라!

/* 포병 나오신 분들은 이 말이 가진 의미를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물 먹은 솜 때문에 고생했던 당나귀 이야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

 

: 10월 20일.
자정이 몇 시간 지난 지금!!!
보초 근무를 서는데 정말 추웠다.

나중에 보니 영상 2도...

이게 과연 한 가을의 날씨 & 온도인가?
부산 같았으면 바로 겨울 날씨다.

하긴 작년 10월 말에 여기선
첫 눈이 왔다고 하는데 뭐...   -_-;
군대의 계절을 여름과 겨울 밖에 없다는 말이
진실(?)인 것 같다
휴~~~ 이제 겨울이구나.

 

: 9월 (98년) 중순 어느 날...
야외에 나와 경계근무를 서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파랗디 파란 하늘. 맑디맑은 하늘.
너무 맑은 게 섭섭했는지 엷은 구름 한 조각이
하늘을 가로지르다 이내 사라져 버린다.

파 란 하 늘  -  푸근하게만 느껴진다.

 

: 98년 10월 말.
그렇게 센 바람도 아닌데 나뭇잎들이 눈발이 날리듯이 떨어진다.

일주일 전만 해도 녹색이 눈에 많이 띄던 뒷산은
보기 좋게 물들여져 녹색을 찾기 어렵게 한다.

부대 근처의 논밭들도 거의 다 벌거벗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면 상병이 된다.
일병 때는 정말 시간이 잘 가는 것 같다.
벌써 군대에 온지 1년이 다 되어간다.
.....

 

: 10.22에 범장이한테서 편지를 받았다
군인이 된 범장이한테 처음 받는 편지였다.
너무 반가웠다.

/* 먹는 걸 좀 가리는 친구인데 신교대 첫 주에는 밥을 잘 못 먹었답니다.
   그러던 게...

   2주 째 부터는 깨끗하게 비웠다더군요.      ^^;
   역시나 배고픈 데에는 장사가 없나 봅니다.

   친하게 지냈던 고참 중에서 군대오기 전에 김치도 못 먹었던
   고참도 있었습니다. 허 허 허 물론 군대 와서 다 고쳤지요.


   아~~~ 문득 경기도 적성에서 맛봤던 부대찌개가 생각나는군요.
   소주랑 같이 먹으면 정말 정말 맛있었는데..... 

   캬~~~  ( > ㅠ <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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