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9)

: 9월 29일 (98년)...
김장수 병장님이 전역하시는 날이었다.
말년 휴가 복귀 할 때부터 계속 싱글벙글하던 김장수 병장님.
몇 개월 후임들 전투복도 손수 다려 주시던 김장수 병장님.

전역 당일날 후임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이내 울먹이는
김장수 병장님을 보았다.

아쉬움이 담긴 눈물이 아니었을까?
어떤 아쉬움 때문에???

2000. 1. 17이 되기 전까지 난 그 기분을 알지 못 할 것 같다.
아마도...

/* 2000. 1. 17이 지나도 모르겠더군요. (-_-)a
   저는 아마 밑에 후임들을 덜 사랑했나 봅니다.   */

 

: 주희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군 입대 후 자주 편지를 써 주시던 아버지는 일 때문에 뜸하시고...
그나마 군대 있다고 챙겨 주는 건 동생 밖에 없다.
착한 내 동생.

9월 16일이 주희 생일 이였다는데
챙겨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아뿔싸!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오빠로서 정말 미안해 죽겠다.

 

: 요즘 들어 짜증나거나 답답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뭐 꼬인 군번이라고 해야 하나?

그럴 때 마다 바깥 사회 사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늦게 오거나 지금 밖에 있었다면 하는 것 없이
젊음이나 낭비하면서 빈둥대고 있었겠지...

/* 제가 입대하고 나서 그 다음주에 바로 IMF가 터졌습니다.
   저는 그 때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대할 때쯤 경기가 팍팍 풀릴 거라고 예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째 요즘은 IMF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하네요. 

   쩝... 빨리 취업해야 되는데.....   */


: 유격 훈련장에 있던 간판에 씌어진 글이 생각난다.

강       자       존

육군 본부에서 이현세 작가님한테 주문해서 찍어낸
'까치병장'이라는 만화책을 보면
유격장 들어가는 문에 이런 글이 있다.

'훈련은 무자비하게'....

이 글 만큼은 아니지만 그 당시 봤던
그 세 글자는 정말 인상 깊었다.
강! 자! 존!

 

: 98년 10월 추석 연휴다
군대에서 맞이하는 2번째 명절.

휴일이 연속해서 4일이나 되지만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추석
명절 기분은 나지 않는다.

그저 일요일이 연달아 4번 있다는 정도.
그래도 지난 설날 때 보다는 좀 낫다.
명절 때 휴가를 나가면 참 좋을 텐데...

 

: 군대 와서 깨달은 것 하나!
  초코파이는

  1개 먹을 때 제일 맛있고

  2개 먹을 때 든든하고

  3개 먹을 때 만족스럽고

  4개 이상 먹을 때....

그 초코파이는 더 이상 초코파이가 아니다 라는 것...

 

: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게 대인 관계가 좋지는 못한 것 같다.
편지 쓰는 곳이 범장이, 태길이, 진혁이
그리고 우리집 밖에 없으니....

 

: 군대의 법칙...
악돌이는 순돌이가 되어서 돌아가고
순돌이는 악돌이가 되어서 돌아간다.

홀쭉이는 통통이가 되어서 돌아가고
통통이는 홀쭉이가 되어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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