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느 분들과 마찬가지로 영어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나는 걸 참고, 견디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아는 형님이 추천하는 영어책을 사서 혼자 공부해 보았지만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더군요. 가만히 보니 제 영어 기초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책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기초 공부를 하긴 해야 될 텐데 무슨 책을 봐야 할지 고민을 하면 할수록 막막해지기만 하더군요.
당장에 생각나는 책은 맨XX 시리즈와 성X 시리즈 밖에 없었습니다. ‘휴~~~’ 하고 한숨만 쉬었지요. 맨XX 시리즈와 성X 시리즈를 보다가 집어던진 게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도통 궁합이 맞아야 보죠.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 두 시리즈 책들을 떠올릴 때마다 군대에서 보냈던 이등병 시절이 생각납니다. 답답하고, 재미없고, 끝은 까마득하고, 진행은 더디고, 외워야 하는 건 왜그리 많은지...... 그 두 시리즈와 이등병 시절이 어찌 그리 똑같습니까?! 저한테 다시 이등병 생활을 해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그 책들을 보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 Essential Grammar In Use를 알게 되었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 책은 원서입니다. 그 때문에 제가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이 당황했지요. 기초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저 같은 놈한테 원서라니..... 하지만 정말 쉽다는 주변 사람들 말에 용기를 내어 덥석 사들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주변 조언 그대로 혼자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쉬웠습니다.
(영어 문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보고 혼자 공부한다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구요. 아무리 못 한다고 해도 중학교 정도 되는 영어 문법 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수월하게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고 주변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더군요.)
살다 살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껴본 건 이 책으로 공부한 요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 부분들, 비슷한 문법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에 대한 설명(must - have to, be going to - will, every - all 등등) 그리고 기존에 있는 중고교 영어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나 풀이 등등이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문법 기초에 구멍이 나고 흠집이 났던 많은 곳을 땜질할 수 있었습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남이 시켜서가 아닌 제 스스로가 공부하고 싶어서, 제 스스로가 노력해서 “끝까지” 다 본 책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요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책을 한 권 뗐을 때 느끼는 쾌감이 얼마나 큰지 말이죠. 이 재미에 공부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 같은 놈도 이렇게 끝까지 다 봤는데 다른 분들이라고 못 보겠습니까?
기름은 준비가 되었는데 마땅한 부싯돌이 없어서 영어 공부에 불을 붙이지 못하셨다면 이 책을 보십시오.왠지 딱딱해 보이고 어렵게 보이는 책 표지에 속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작 이 책으로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에효~~~ 왜이리 안타까운지... 저는 이제 불난 공부(?)에 기름을 좀 더 뿌리고 부채질을 하기 위해 물러가 보겠습니다~~!!
(끝으로...혹시 제 서평을 보고 책을 샀다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kongbw@intizen.com) 으로 화끈한 욕이 담긴 메일을 날려 주십시오. 손해배상을 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보내신 항의 메일을 보고 날마다 반성하면서 다음 서평을 쓸 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혹시 반대 의견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거나 불만이 있으셔도 메일 날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