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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 잘 이야기를 해주셔서 일부러 서평을 쓸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책을 쓰신 정재승 님이 예로 든 이야기들 중에 잘못된 부분을 찾게 되었고 또 서평을 쓰신 분들 중에 이걸 지적하신 분도 없고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쩝.. 솔직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보고 껀수 잡았다고
아주 많이 좋아했습니다 -_-;)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복잡성 경제학 - 물리학자들, 기존의 경제학을 뒤엎다>
단원(155쪽)에 있는 '수확 체증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예를 들었던 [비디오 재생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그렇게 좋지 못한 VHS 방식이 우수한 '베타' 방식을 누르고 업계 표준이 된 이유를 시장에서 점유율을 약간 더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건 틀린 이야기입니다
VHS는 일본 기업 마쓰시타가 만든 방식이고 '베타' 방식은 소니가 만든 방식입니다 베타 방식이 VHS 방식보다 월등히 좋았지만 소니는 '베타' 방식을 무기 삼아 배짱을 부렸습니다 '베타' 방식을 쓰고 싶으면 로열티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은 거지요 마쓰시타는 그런 소니를 이기기 위해 누구나 VHS 방식을 로열티 없이 쓸 수 있도록 놔두었습니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 VS. 그렇게 뛰어나진 못하지만 공짜로 마음껏 쓸 수 있는 것
결국 그 당시 기업들은 마쓰시타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그래서 VHS 방식이 베타 방식을 누르고 업계 표준이 된 것이구요
두 번째도 역시 같은 단원 '수확 체증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예를 든 [키보드 자판 배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QWERTY 자판(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영문 자판입니다)이 고안된 이유가 타이핑 속도가 너무 빠르면 글쇠가 뒤엉켜 고장이 자주 나는데 그 해결책으로 타이핑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글쇠가 뒤엉켜 고장이 남 ---> (이유) 타이핑 속도가 빨라서 ---> (해결책) 자판을 바꿔서 속도를 늦춤 이라고 정리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구요
먼저 타자기가 글자를 찍어내는 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타자기 자판을 누르면 거기에 맞는 글쇠가 리본(먹지)을 때려서 종이에 글자가 찍히게 됩니다 글쇠는 가늘고 긴 쇠막대 끝부분에 도장처럼 글자 모양이 새겨져 있는 건데 자판을 누를 때마다 글쇠는 종이가 있는 쪽으로 사람이 윗몸 일으키기를 하듯이 움직입니다
처음 타자기가 나왔을 때는 어떠한 원칙이나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자판 배열이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계속 타자기를 치다 보니까 특정 글쇠끼리 자주 엉켜 버리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심각한 고장은 아니지만 그렇게 글쇠가 엉켜 버리면 한참 자판을 치다가도 중간에 멈추고 엉켜 버린 자판을 일일이 손으로 풀어줘야합니다 일하는 흐름이 자꾸 끊기는 거지요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자판 배열을 바꾸게 되는데 자주 엉켜 버리는 글쇠들을 일부러 멀찌감치 떼어놓은 겁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글쇠가 뒤엉켜 고장이 남 ---> (이유) 특정 글쇠들이 서로 쉽게 뒤엉키도록 자리가 정해져 있음 ---> (해결책) 자주 엉켜 버리는 글쇠들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따로 떼어놓음 이렇게 해서 사람 손가락에 무리가 가고 인체공학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엉터리 QWERTY 자판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기계가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이 기계에 맞춰진 것이지요
그러니 이 부분들을 참고하시면서 책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 봤던 '어디 어디 추천 과학도서' 혹은 '어디 어디 선정 우수 과학도서'치고 재미있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좀 다릅니다 제법 재미가 있으면서도 쉽게 다가 설 수 있도록 해줍니다 물론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다 쉽다고 말 하기는 좀 힘이 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