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2)

: 군가

초등학교 시절, 소풍이나 기타 행사를
가질 때 노래를 불러야 할 자리에서
마땅히 부를 노래가 생각나지 않을 때면
부르던 노래가 바로 '진짜 사나이'라는 군가였다.

군대에 오기 전에는 군가에 대해
이렇다할 애착이나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게 군대에 오면서 바뀌게 되었다.

신교대(신병 교육대대)에서
6주 훈련을 받고 있을 때...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맞춰
식당으로 오고 갈 때마다
조교들한테서 군가를 하나, 둘 배웠다.
제일 먼저 배운 군가가 '전우'였다.

군대 오기 전에 부르던
'진짜 사나이'와 신교대에서
부르던 '진짜 사나이'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해지는 저녁노을을 보며,
혹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 달을 보며
부르던 군가들은 정말 가사
하나하나가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그 시절 부르던 군가의 느낌,
감동에 비교 할 수 없을 것이다


/* 지금 이 글을 보고 "뭐 군가 따위에 감동을 다 느꼈냐??"고
   핀잔을 주는 예비역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a
   제가 군사 방면에 관한 걸(흔히들 밀리터리 물이라고 하죠)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군가도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마음 같아서는 국방부에서 나온 군가 CD도 구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국방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있는 군가 MP 파일도 좀 모아두고 있는데
   가끔 가다 들으면 괜찮답니다.

   우윽!!! 

   여기저기서 예비역 분들이 돌을 던지는 듯 하군요...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군가

                      - ( 고향의 향수 )

바람결에 들려오는
정다운 목소리 귓가에 와서 닿는다.

떠나올 때 손 흔들며 짓던
그 미소 눈앞에 아른거린다.

태극기 새겨 놓은 가슴 한 곳에
언제나 웃는 얼굴 어머니 얼굴

밤 세워 고향 찾아 가는 철새야
사랑한다 전해 주렴아....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군가입니다.
   신교대에서 조교들한테 배운 게 아니라 자대 배치 받고
   제 바로 윗고참한테 배운 군가 입니다.
   이 노래는 국방부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뭐랄까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해서 계속 전해져 내려온 노래랍니다...
  
   한 때는 금지곡에 들어가기도 했다내요...

   가사가 불순(?)하다나 뭐래나???   ^^;  */

 

 

: 5월 27일자 조국기도문

연일 계속되는
대대전술 1주차 훈련으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있는 5월의 27번째 날입니다.
훈련은 아직 천리길같이
남아 있고 날씨는 점점 더 더워져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하지만
오늘 흘린 이 땀방울들로 인해 피 한 방울을
덜 흘리게 된다는 걸 명심하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고생하며 땀 흘리는 선, 후임들에게
힘내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5월 31일자 조국기도문

한겨울 매서운 추위와 싸우면
생활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초여름의 문턱을 막 지나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위는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방의 임무에 소홀이 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진짜 사나이'의 가사처럼 부모, 형제 모두가
나 그리고 우리를 믿고 편히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군인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라를 지키고,
지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들도 그랬고
이제는 저희들 차례입니다 그리고 이 다음은 우리들의
동생, 아들이 해야 할 것 입니다.
현재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중요한 한 부분,
부분임을 잊지 말고
열심히 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 98년 5월 27일과 31일에 썼던 조국 기도문 입니다.
   물론 제가 쓴 글들이구요.
   유치한 것 같기도 한데.... 전 날 밤에 머리를 쥐어 짜가며 쓴 글이라
   그냥 한 번 쓰고 잊어버리기에 너무 아까웠지요.
   그래서 제 추억 수첩에 적어 두었던 겁니다.   */

 

 

: 98년 5월 30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었다
비록 부재자 선거라서
좀 그랬지만 말이다
평소 투표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싱겁기 그지없다.
쩝... --;

/* 저는 투표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또 쓰기로 하지요.  */

 

: 98년 6월 어느 날...

군 생활 처음으로 실사격
(직접 포탄을 쏘는 것)을 해봤다.
신관이 결합된 포탄을 봤을 땐
내심 터지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는데 실사격을 위해 포탄을 받고
폐쇄기 안에 쏵 밀었을 때
흥미진진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꼭 신교대에서 처음  K-2 소총으로
사격을 할 때처럼 말이다.
펑!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나는 포신!
매운 연기, 그리고 뜨거운 약협...
모든 것들이 날 흥분시켰다.
실사격을 마치고, 난 포병에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  흐흐흐 처음 실사격을 나갔을 때는 참 재밌었는데
    이것도 짬밥을 먹으면 먹어 갈수록 귀찮은 일이 되더군요. 

    *** 단어 설명 ***
    신관 - 포탄 앞 머리부분에 결합되는 부품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걸 달지 않고 포탄을 쏘면 스프 없이 끊인 라면이 된답니다.

    폐쇄기 - 포탄이 들어가서 장전되는 곳.  

    포신 - 포탄이 들어갔다가 나가게 되는 전체 큰 원통 부분.

    약협 - 포탄을 쏘고 남은 탄피 비슷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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