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직지 2 직지 : 아모르 마네트 2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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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지의 가치는 비단 세계 최고(最古)’라는 데 머무르지는 않는다.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민족이 금속활자, 한글, 반도체로 세계 지식정보의 역사에 끊임없이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이 정도의 자긍심은 필요하다. 그것이 국뽕으로 흐르지 않고,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지은이의 의도는 좋았지만, 소설으로서는 정말 형편없다. 추리 소설의 방식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결합하려 하였지만, 서로 어색하게 얽혀서 완벽하게 부정교합이 되고 말았다. 1권의 숨막히는 전개가 2권에서는 사라진다. 주인공의 상상이라는 형식을 빌려 어색한 판타지로 흘러간다. 서로 조화롭지도 않고, 그저 작중인물들은 지은이의 '의도'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가슴에 담고 있는 말이 있어도, 그것을 이야기로 숙성시키는 시간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숙성의 시간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 같다. 말하고자 하는 바의 아름다움에 비하여 참,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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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
호사카 유지 지음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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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정치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가 부끄럽게 여기는 경쟁심, 교육열을 장점으로 언급하여 당황스럽다. 지피지기가 필요한 시점에 좋은 책이다. 다만, 곳곳의 오타가 눈에 띄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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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리커버 특별판)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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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상 필요 때문에 1달 가까이 90년대생 신입 직원들 40여 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일이 생겼다. 몇 년 전에도 했던 일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힘이 배는 들었다. 조직, 예산의 지원과 업무 조건은 그대로인데 90년대생 직원들의 요구사항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너무 피곤했다. 그들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업무를 함에 있어서 이러이러한 지원이 필요한데 왜 주어지지 않는지’, ‘내가 먼저 끝냈으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왜 다른 직원들과 퇴근을 같이 해야 하는지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그네들보다 10년 가까이 선배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제기되는 불만들이 당혹스럽고 때론 불쾌하기도 했다. 선배의 권위도, 무언의 공포 분위기 조성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우리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협박도 잘 통하지 않았다. 9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별종들이 나타난 걸까.

 

   책을 읽다 보면 세대가 변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들도 시대에 부지런히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유튜브니, SNS니 안 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에서 자란 세대들이다. 간결하고, 재미있고, 즉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그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사회는 어떤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일과시간과 마찬가지인 야근, 주어진 일에 비해 터무니없는 열정페이 등 부조리가 넘쳐난다. 태어날 때부터 민주화의 결실을 누려온 그들이 기대하는 공정민주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살풍경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도피처를 찾은 것이 안정적이고, 채용과정이 상대적으로 공정한 공무원이다. 그들이 유독 도전을 싫어하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세대라서가 아니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 가장나아 보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문유석 부장판사는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요즘의 젊은이들 또한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같이 인간 또한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하려는 선택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_ 40

 

   권위적인 관리자들이나 사회의 행태를 보면서 80년대생들까지는 조금만 참으면 나도 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90년대생들은 다르다. 원하면 바로바로 얻고, 반응이 오는 시대에 언제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반항한다. 그들이 학교를 나와 사회로 들어오면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만연한 꼰대스러움과 그에 대한 거부가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나는 90년대생이 문제가 아니라 더는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90년대생뿐만 아니라 2000년대생도 곧 사회에 나온다. 그들은 더할 것이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에 대해 ‘90년대생들이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더는 이전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구나!’라는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의 변화가 시급하다. 사회나 조직은 한 번에 말끔히 바꿀 수가 없다. 제도가 우선이냐, 문화가 우선이냐에 대해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도가 견인해 나가야 한다. 지은이는 일에서 자기계발의 기회를 찾도록 알려주는 것을 회사에서 90년대생을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그것은 너무 이상적이다. 지은이도 우려하고 있듯이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근무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고, 직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분명하지 않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열정을 외부에서 요구하거나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도가 어느 정도 선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직무와 자기계발을 연관시키는 것은 개개인의 삶에서 각자가 연마해야 할 일이다.

 

업무 몰입이나 흥미 증진에 있어서 제도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90년대생들에게 일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성장을 할 수 없다면 지금의 일은 의미가 없고 죽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금의 이 업무가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면 일은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 _ 225

 

   얼마 전 우리 조직의 장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간부회의 석상에서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은 그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 조직을 개선하지도, 업무분장을 새로 하지도, 조직문화를 개선하지도 않는다. 업무 시간 외에 보내는 카톡도 여전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감명을 받은 걸까. 우리가 같은 책을 읽긴 한 걸까 궁금해진다. 비단 90년대생에 대한 이해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다들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엉뚱한 부분에 밑줄 치지 말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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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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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큰 소설이다. 우주인이 되려고 애쓰는 직장인을 다룬다. 러시아의 가가린센터까지 우리를 데리고 간다. 하지만 그의 꿈과 도전을 모두 다 응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딴 짓을 하는 주인공을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혈안이다. 그의 인 우주인이 되려고 이역만리에 왔지만, 이곳, 러시아에서도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진다.

 

우주인이 된다는 것은 중력의 영향이 없는 무중력의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으니 일상에서의 도피, 또는, 이상향, 천국을 꿈꾸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람은 중력을 떠나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결국 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주인들의 조직이든, 회사든, 연구원이든 조직과 경쟁이 있는 한 암투와 분투, 눈물과 땀이 어디든 도사리고 있다. 낭만천지란 없다. 결국, ‘만 남을 뿐이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만이 남는다.

 

주인공은 승자의 마음가짐을 깨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때의 삶은, 그 이전과의 삶과는 분명히 다르리라.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우주에 가지 않고도 이 소설을 통해 그 진리의 일면을 깨달을 수 있으니. 문장이 다소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지만, 소재도 신선하고 어떤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좋았다.

이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의 껍질 한 귀퉁이 속에서 살고 죽는 싸움이 이렇게 사납게 펼쳐지고 있다니. 공기에는 별이 이렇게 풍부하고 고요한데도 끔찍한 살육이 꼬리를 물다니. 몸부림과 발버둥이 저리 처절하다니.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내 인생의 발걸음 하나마다 가까운 곳에서는 이런 개미들의 싸움이 있었다. 연구소에서건 여기서건. - P236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 P318

돌이켜보면 그것은……내가 싫어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당시에는 몰랐는데……서서히 내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내가 다니던 연구소든 다른 직장에서든 아랫사람들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만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높이 오를수록 아래를 무시하고 잔인하게 구는 사람들. 북돋고 끌어주기보다 자르고 떨궈내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이용해서 더 윗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켜주고. 미안함 없이 태연한 모습들. 그러헥 자리를 지켜봤자 고작 몇 달이나 몇 년에 불과해선지도 모른다. 내가 요구받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자리를 보장해준다는, 혜택도 아닌 혜택과 맞바꾸는 실토, 강요된 정직이 나는 싫었다. 나는 승자가 아니라도 좋았다. 승자보다 더 승자다운 것, 승자의 됨됨이를 지니는 것, 그래서 미더움을 주고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이 더 소중했다. - P394

나는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아니, 내가 모험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만 있었더라면…… 나는 아직 뭘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바쁘기만 한 바보로 살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쳇바퀴를 돌면서 가끔 푸념하고 화를 내기만 하는 채로. - P408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연민을 지녀야 해요. 간발의 차이로 저의 뒤에 서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은 더 헌신적이어서, 그리고 어쩌면 운이 없어서 뒤에 섰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다들 발사장에서 불운의 질투를 피하려고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이미 지켜봤잖아요. 제가 그런 마음일 때 설령 모나고 모자란 곳이 있어도 남들이 보살펴주려고 하지 않겠어요? 이것이 제가 이진우라는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에요.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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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 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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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의 실패원인을 정치적 유치함, 전투에서는 천하무적이지만 전략적 관점이 결여된 군사적 재능, 자존심이 강한 성격 탓으로 분석한다. 초한지 깊이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하지만 에필로그는 사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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