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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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단지 나이를 먹는 것일 뿐이라면 세상 사람들의 고민의 절반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은 용례를 찾을 수 없어 사전에서 지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서 우리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생물학적인 나이 먹음과 정신적인 나이 먹음은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나는 남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장이 늦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 왜 난 이다지도 어른답지 못한가. 그 고민 속에서, 나는 세상 속에 나가기 두려웠고, 사람들과 삐걱거렸고, 내 인생은 내 뜻과 같지 않게 움직였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들 - ‘진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고민 - 의 뿌리가 제 2의 성장통임을,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이가 먹음과 동시에 사회에서 억지로 부여하는 ‘어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역할 모델’을 가지게 됨을 연민하면서도,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들에게 절절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증세에 따라 처방전은 다양하지만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현재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할 수 없는 일들은 과감히 체념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즉,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어른으로 사는 것의 기본자세인 것이다.

  글이 미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적이고 절실한 조언들이 가득한 책이다. 밑줄을 귿고 싶은 문장들도 많다.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는 책이며,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어른으로 살게 될, 또는 이미 살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상담(相談)이 말 그대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상담을 잘 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야기와 저자의 이야기의 구분 없이 혼재해 단지 읽는 것만으로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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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 - 별난 화가에게 바치는 별난 그림에세이
카트린 뫼리스 글.그림, 김용채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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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들라크루아가 누군지 몰랐다. 다만, 뒤마가 사랑한 화가라고 해서 여자가 아닐까하고 추측했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같은 유명한 작품을 남긴 작가에 대한 엄청난 무례다 싶다. 책은 대단히 얇고 매력적이다. 카트린 뫼리스에 의해 그려진 그림은 예쁘지는 않지만 약간 다른 느낌의 매력을 보여준다. 당대에 ‘회화의 학살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들라크루아에게 바치는 독특한 헌정이다. ‘별난 화가에게 바치는 별난 그림에세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린다고나 할까.

  뒤마가 그의 글에서 자주 말하듯이 들라크루아는 정말 천재였을지 모르지만, 그에 걸맞은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대접은 시대를 앞서나간 그의 재능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천재는 자신의 재능 때문에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시대는 극히 소수의 천재에게만 당대의 성공을 허락하고 많은 천재들에게는 그가 죽은 뒤에야 그를 높여주었다. 하지만 내가 생전에 맛보지 못할 거나한 제사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사란 정의롭지 않고 인생이란 공평하지 않은 법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뒤마의 마지막 말이 참 가슴을 울린다.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은 더 정확히 말해서 저를 애통하게 하는 것은 예순넷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정열적이며 우아한 들라크루아 같은 사람이, 정열과 재능으로 일생을 산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많은 애인과 친구와 제자들을 가졌던 사람이, 죽은 후에는 그 세기에 비할 사람이 없을 만큼 명성을 누린 사람이, 임종 때 문간방에는 제자들이 가득하고, 거실에는 친구들이 가득하며 침실에는 한숨과 흐느낌으로 가득해야 할 그런 사람이, 홀로 쓸쓸히 늙은 시종의 품에 안겨 늙은 가정부의 손을 잡고 죽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시종에게는 아름다운 경험이고 가정부에게는 숭고한 경험이지만 죽어가는 당사자와 나아가 인류에게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문 91쪽)
 
   

 

  또 하나, 장례식에서 또는 추모모임에서 고인을 기리는 연설을 하면서 죽은 이에 대한 기억을 같이 나누는 문화는 참 부럽다. ‘미스터 후아유’라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던 적이 있었는데, 통곡과 함께 고인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 문화도 그 의미는 남다르지만 앞서 말한 문화도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뒤마의 이 들라크루아에 대한 연설과 함께 청중들은 또 얼마나 그를 떠올리며 웃고 눈물지었겠는가. 그런 장면을 생각하다보니 유치하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 궁금해졌다. 과연 나에게도 뒤마와 같은 친구가 있을지. 또한,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에 남는 존재였을지.

  여백이 많은 책이기에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여지 또한 많았다. 책을 덮고 나니 들라크루아의 그림들을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뒤마의 글을 읽고 싶어졌다. 또, 그들과 같은 우정을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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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를 잃고 떠돌았던 휴학 중에,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시작된 학기 중에 약 1년 여의 시간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읽고, 보았던 작품들 중에서 엄선했다.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제 2 부 - 기억에 남는 책과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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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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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열려있다. 생각이나 마음 모두, 나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 열려있다. 그래서 그녀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와 경험들을 자기의 것으로 포용해서 더욱 커지고, 더욱 성장하는 것같다. 그녀의 인생이 참 멋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삶을 '스토커'처럼 주시하고, 끝까지 격려해줄 생각이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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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프레임에 의해 해석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새로움은 프레임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지혜롭고 더 나은 삶을 열 수 있다는 발견에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심리학과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나들고, 이야기도 가벼움과 무거움의 수위를 오르내린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책 앞날개에 적힌 2005년 동아일보 선정 서울대학교 3대 명강의 중 하나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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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취임일성으로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외쳤듯이 사도세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정조에 이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조를 다른 방향에서 조명하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도세자의 입장에서 당시를 조명한 거의 유일한 책이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08년 09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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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책이었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림들이 책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예쁜 얼굴에 마음을 놓은 것도 잠시, 읽다보니 그 진실한 이야기에 마음을 놓아버렸다. 숨김없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림 몇 점을 꺼내놓고 나를 위로하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참 아름다웠다. 정말이지 이 책은 사랑과 관계와 자아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이들을 위한 작은 붕대이며, 한 알의 비타민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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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품절


이렇게 작은 연못이 그렇게 큰 고기를, 어떻게 담고 있을 수 있는가.-95쪽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초등학교 일학년생도 다 아는 것인데, 서른두 살이 다 된 사람이 인민공사의 당서기를 자극했으니 꼴좋다고 했다.-117쪽

파도가 밀려오면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합니다.
한 번을 빼먹으면, 한참을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옛 사람들은 일 분 일 분이 황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소중히 하고 통제하세요.-234쪽

그것은 평생 동안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일시적인 퇴보 때문에 너무 쉽게 낙담해서는 안 되지. 인내심을 가져야지.-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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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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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소설이다. 악당이라고 등장하는 놈들마다 멍청했고, 주인공 샤오 빈은 전혀 영웅 같지 않았다. 그들이 각자의 곤경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은 마치 머리끄덩이를 부여잡는 초등학생들의 싸움 같았다. 그들의 몇 달간의 전쟁은 진지해지면 진지해질수록 웃음이 터져 나오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리우 당서기와 마 공장장, 양 첸 인민공사 당서기와 일개 정비공 샤오 빈이 대적하게 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하다. 공장에서 일한지 6년차인 샤오 빈이 당연히 따낼 것으로 알았던 공공 아파트 배분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이다. 고지식하고 꽉 막힌 돈키호테 같은 인물인 빈은 이 문제에 분노한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적 본능을 이용하여 상부에 탄원하고, 신문에 리우와 마에 대한 풍자화를 기고하는 등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그러나 그런 시도에도 리우와 마 공장장은 꿈쩍도 않고, 오히려 빈을 미친놈 취급하며 끝없이 괴롭힌다.

  이 모든 싸움의 끝에서 빈은 모든 곤경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고향을 벗어나 더 큰 꿈을 찾아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싸움의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아파트’도 얻지 못한 채 양 첸의 회유에 넘어가버린다. 승진을 약속하는 양 첸의 사탕발림에 양 첸이 이미 리우와 마와 한통속임을 까먹어버린 듯 너무도 쉽게 양 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 승진이라는 것도 리우와 마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이었다. 하지만 샤오 빈은 그것을 알면서도 양 첸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다. 몇 달 간의 일들이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이 책의 원제가 ‘연못에서(in the pond)'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빈과 리우 등이 일으키는 풍파가 결국에는 한 마을에서 일어난 소동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싸움의 과정에서 빈은 자신의 예술가적 소질을 발견하고 대학에 입학할 기회까지 얻는다. 물론, 그 기회가 리우의 훼방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종국에는 그 모든 것을 뒤집을 만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그마한 이익에 눈이 멀어 더 큰 것을 놓치고 만다. 다시 연못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예술에 무지하고 자신의 실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지도자를 위해서 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못은 평화를 유지할 것이다. 먹이가 부족하지 않는 한.

  사회의 불의에는 둔감하지만 자기의 이익에 민감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순간 화려하게 타오르지만, 결국 현실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사그러들고 마는. 결국 연못의 작은 피라미에 불과한 사람들. 책장을 덮고 나서 눈을 돌려보니 수많은 샤오 빈이 있었고, 돌연 내 사타구니도 아파왔다. 책을 읽으며 낄낄거릴 때는 생각지 못했던 아픈 결말이었고, 갑자기 엉덩이에 털이 돋아나고 마음은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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