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 73개의 꿈을 쓰고 세계에 도전하다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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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한 소녀가 주위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이룩한 성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인고의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의지와 노력이 너무 강한 인상을 주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내공과 연륜이 느껴진다. 그녀가 작성한 73개의 꿈 목록을 보면 본인 자신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것이 많다. 나의 꿈들과는 비교가 된다. 또한 장기기증과 전 재산 기증과 같은 사회를 위한 꿈도 보인다.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 꿈꾸고 노력하라,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얻게 된다.   

   
 

꿈을 이루는 데 장벽이 있다면 그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고민거리 자체를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 본문 108쪽

 
   

  하지만 읽다가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면서도 주저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반응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솔직히 적었는데, 내가 그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인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평범함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고 쓸 데 없이 분개하면서…. 인간이기 때문에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것이 아닐까. 마침 한 사람이 생각났다. 한 성공한 정치인말이다. 어렵게 자랐지만 굳은 의지로 명문대에 진학했고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고 저녁 늦게 잠이 들며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한다. 또 그 사람은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지고 있고, 절대 주저하지 않으며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삶을 산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로.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느끼는가.

  앗, 내가 너무 그녀를 모함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녀는 그 정치인과는 다르다. 나는 그저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면서 사는 것이 극에 이른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을 뿐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말이다. 긍정적 사고와 도전도 좋지만 주저하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잠시 물러서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을 만들어낸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너무 조심하는 사람은 조금 대범해지고, 너무 무모한 사람은 약간 소심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중용을 갖추는 것이다. 진정 성공하는 인생에는 자칫 나약해보이는 인간의 품성들도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평의 분위기가 애매해졌지만 사실 나는 그녀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내 자신도 많은 용기를 얻었다. 그것은 이런 메시지들이다. ‘자신의 내면과 깊게 대화하고 자기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찾으라.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온힘을 다해 노력하라. 현실과 꿈을 분리하지 마라. 싫지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마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등등.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들었다. 조개껍질 내부로 들어온 이물질에 대한 응전의 결정체가 바로 진주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메시지들은 그녀가 남들이 겪지 못한 어려움들을 몸소 겪으면서 얻은 진주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어렵게 얻은 진주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고 하는 그녀의 마음이 아름답다. 앞으로도 지은이의 남은 꿈들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녀의 삶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녀도 더욱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10년 후>의 작가 그레그 레이드는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된다.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이 현실이 된다."고 했다. – 본문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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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 73개의 꿈을 쓰고 세계에 도전하다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구판절판


간디도 "당신이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 자체가 되십시오Be the change you want to see in the world."라고 말하지 않았던가.-25쪽

무모함 하나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고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야 하는 건 다르지 않았다.-46쪽

당신을 가로막는 장애 때문에 포기할 것인가, 반대로 그 장애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는 당신이 선택할 문제이다. (중략) 'Because'라는 변명의 단어보다는 'Despite'라는 도전의 단어를 기억해라.-63쪽

사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길이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좁은 길 하나에 모두를 줄 세우며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벗어나면 실패자라고 매도하며, 또 다른기회를 주지 않는다.-70쪽

꿈을 이루는 데 장벽이 있다면 그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고민거리 자체를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는다.-108쪽

"삶이 너무 편하면 창의성이 메말라버린다If life is too comfortable, creativity may dry up. - Neusner"-133쪽

살다 보면 순간적으로 창피해서 망설이다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창피함은 순간이지만 후회는 평생이다. 크게 손해볼 일이 아니라면 수줍어하지 말고 용기내서 질러보는 편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154쪽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바보는 되지 말자고.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결과에 집착하거나 자학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하면 겸허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자고.-182쪽

우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면 어떻게 깎느냐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돌덩어리로 버려질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스스로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수할 때,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로 빛을 발하며 보석으로서의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도전과 고통을 이겨내고 나 자신과 직면할 때, 마음속 '꿈'이라는 보석은 오색찬란한 별이 되어 빛날 거라고 굳게 믿는다.-249쪽

<10년 후>의 작가 그레그 레이드는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된다.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이 현실이 된다."고 했다.-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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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3 - 여씨와 유씨 - 건설과 숙청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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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작가의 노력이 매우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야기를 낯설게 보려고 애쓴 것이 잘 느껴진다. 그것은 ‘여씨와 유씨’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에게 여후는 척부인을 천인공노할 방법으로 죽인 희대의 악녀라고만 기억된다. 하지만 작가는 여후의 눈으로 당대를 바라보려고 시도하면서 역사적 시선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초한쟁패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아닌 진평을 화자로 삼은 것도 흥미롭다. 또 하나,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고증이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복식을 고증하여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건에 대해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점이나 복식을 엄격하게 고증하려고 노력한 점에서 시리즈에 대한 작가의 자부심과 결기가 느껴진다.

  작가는 이 책을 ‘기름기를 쪽 뺀’ 요리로 표현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 책은 기름기 없는 닭가슴살과 같다. 닭가슴살이 근육형성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퍽퍽해서 이 부위에 대한 호오는 극명하게 갈린다. ‘몸짱 만들기’와 같은 특정한 목적을 두지 않고서야 닭가슴살만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만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도 그렇다. 우리는 닭가슴살같이 먹기에 퍽퍽한 지식들을 학술서나 논문으로 접할 기회도 있지만, 굳이 만화라는 형식을 찾는 데는 퍽퍽한 고깃살을 맛깔나게 요리한 ‘닭가슴살 샐러드’와 같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닭가슴살 본연의 맛, 다시 말해 순정한 지식 또는 엄격한 역사적 시선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음식이 거칠다. 엄정한 사실과 유익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만화 본연의 가치에 대한 독자의 기대는 그 너머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고 생각된다. 사실 초한쟁패의 내용은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들어본 내용이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새롭게 전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잘 이야기하려해도 독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에 기대어 일단 팔짱을 끼고 듣기 때문에 노력만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4권부터 다룰 ‘문경지치’나 ‘한무제와 곽광’과 같은 소재는 다르다. 문경지치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테고, 한무제 시대를 재미로 즐겨 읽는 사람도 많지 않다. 때문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이 시대를 그려내는 것은 작가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더 돋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작가의 말대로 진한시대는 중국의 고대,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고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이 시기를 하나의 기획물로 만드는 작업은 사실 그래서 그 자체로 흥미를 돋운다. 또한 의미도 깊다. 누구보다도 더 이 시리즈에 기대를 품고 있는 독자중의 한 명으로서 - 지금까지는 다소 아쉬움도 있었지만 - 끝까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를 지켜볼 것이다.

사족. 이 책에 관련된 서평들을 읽어보다가 마노아님의 서평(http://blog.aladin.co.kr/manoa/4354500)이 공감이 가서 덧붙인다. 1권부터 3권까지의 시리즈를 보면, 이 시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보다 이미 알지만 좀 더 새로운 시선을 덧붙이고자 하는 독자에게 적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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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1-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무지 신선하네요

송도둘리 2011-01-14 19:23   좋아요 0 | URL
앗, 제게는 오랜만에 댓글이네요. ^^; 감사합니다.
 
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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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고전, 철학, 이념과 관련된 책들은 읽지 않겠노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그 말들에서 풍기는 고루함, 완고함이 싫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런 책들이 풍기는 이미지가 싫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세속적인 성공과는 담을 쌓는 ‘패배자’의 사유에 마음을 뺏기지 않도록 경계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이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의 이런 ‘금수조치’는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짧은 서평들을 쓸 때도 밑천 없이 장사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서설이 길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바로 이제 ‘밑천’ 좀 넉넉하게 마련해보자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읽기를 꺼려왔던, 그리고 내심 두려웠던 어려운 책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처음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냐마는 ‘친절하고 쉬운 고전 안내서’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꾸준히 읽었는데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다 읽고 나서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일리아스>, <안티고네>, <신곡>과 같은 책들이 그렇게 재밌는 책인지 몰랐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거대한 전환> 등 여기 소개된 책들도 꼭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강의’라는 책제목과 어울리는 편한 대화체 형식의 글들이 막연한 부담감을 잠재워주었다. 또한, 책들이 저술된 시대와 배경, 지은이에 대한 소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흥미를 돋우었다. 또한 책의 곳곳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예시도 되어있어서 고전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이 책은 좋은 책이기 이전에 재미있는 강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두 가지만 들자면 ‘자기분열’과 ‘학생’이 아닐까 싶다. 먼저 ‘자기분열’은 ‘어떤 행동을 하는 나’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로 분열된 상태를 말한다. 책에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공자의 <논어>의 세계는 정치와 윤리가 동떨어지지 않은 세계였다. 공동체에서 사는 시민의 덕성이 중요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생활 자체에서 윤리가 적용되는 세계다. 하지만 로크와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서구사회에서 윤리는 더 이상 공적인 영역에서 논의되지 않는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생활을 이끌어가는 가치가 더 이상 윤리가 아닌 이윤과 효율이었던 것이다. 근대 서구는 이런 의식 전환을 통해 물질적 발전은 이루었지만 오히려 인간은 그 안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근대사회의 실패에 대한 해답을 고전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오직 돈이 숭배되는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다시 한 번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며 성찰해보는 자세, 이 건강한 자기분열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전에서 찾은 힌트다.

   
  대체로 사람들은 눈앞에 이익이 나타나면 그걸 잡으려고 합니다. 그때 한 발짝 물러나서 그것이 의(義)인지 리(利)인지 판단하는 것이 자기반성입니다. 이 장면에는 이로움을 취하려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극기를 하기 직전의 단계입니다. 달리 말하면 좋은 의미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리(利)에 밝은 사람은 자신이 얻게 될 이득에 푹 빠진 나머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자기 분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익에 완전히 몰두해 있습니다. 자나 깨나 돈 생각만 해야 돈을 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합니다. (본문 560쪽)  
   


  하지만 우리는 성인을 존경하지만 스스로 성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더군다나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자기분열은 더더욱 피하고 싶어 한다. 일부 대형교회에서 ‘물질적인 부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설교하는데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물욕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나칠 때 그것을 경계하기도 하는, 태초부터 분열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 분열은 죄책감에 빠지게도 하고 사사건건 행동에 제동을 걸어 귀찮기도 하다. 바로 이 때, 재부(財富)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그 갈등을 하향으로 통합해버릴 때, 우리는 분열에서 해방되고 마음 놓고 자신의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하늘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휘날리면서 말이다.

  저자는 건강한 자기분열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분열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고 부끄러워하라고 다그친다. 또한, 그 자기분열이 매 순간 행동할 때마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우리더러 성인이 되라는 이야기냐고 궁시렁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저자는 현실과 이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초월적 역사주의’라는 말로 제시하는데, 한 마디로 이거다. 인간의 한계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자신에게 한 번씩 더 물어보라는 거다.

   
  고전은 개인과 공동체, 현실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에 대해 모두 이야기합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는, 인간 삶의 비루한 모습을 볼 때에는, 현실을 넘어선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이 현실의 역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유념해야만 합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초월적 역사주의’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나 할까요. 또한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 개인의 정체성을 중시하면서도 그러한 개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를 고려하는 ‘개인적 공동체주의’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본문 572쪽)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학생'이다. 저자는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고전을 읽으라고 말한다. 프로이센의 신학자였던 슐라이마허는 명성을 얻은 뒤에도 ‘신학생’을 자처했다고 한다. 학생이라는 단어는 겸손함, 진지함을 의미한다. 고전공부는 오래해도 그 뜻을 다 알 수 없고, 안다는 것은 또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뜻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죽은 뒤, 지방에 ‘현고학생(顯考學生)~’이라고 적히는 것도 얼마나 영예로운 이름인가 싶다. 5급 이상 사무관이 돼야 ‘학생’ 대신에 ‘현고사무관~’이라고 적힌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이 떠오른다. 나도 그 말씀에 혹해서 공직에 진출하면 5급 이상은 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헛된 명예를 탐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워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학생이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말이다.

  저자는 고전을 ‘충분히 읽고 음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전을 언급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말하며 더 나아가 ‘섣불리 아무 곳에나 고전에 대한 소감을 적는 것도 좋지 않다’고까지 말한다. 고전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일 터이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고전 그 자체로 훌륭하긴 하지만 후대 사람들이 그 책에 주석을 달고, 원전에 대한 해석을 통해 지평을 넓혔기 때문에 고전이 그만한 명성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현재 나오는 책들도 후대에 고전이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또, 고전에 대한 지나친 경외감은 읽는 데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읽고 나서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고전에 대해서 너무 엄격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엄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경계해야 한다. 고전에 대한 엄숙함은 털어버려야 고전이 평가받아온 2000년을 넘어서, 앞으로 2000년도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고전이 당대 사람에게 읽힐 때도 엄숙하게 읽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일리아스>나 <안티고네>와 같은 책들은 당대에 인기 있는 작품이었지 않은가.

  끝으로, 이 책을 통해서 ‘함께 읽는다는 것, 같이 배운다는 것이 정말 좋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일리아스를 읽었다면, 우리는 숨을 거두었다고 표현하지만 고대희랍에서는 눈을 감았다고 표현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으며 따라서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찔렀다는 표현의 의미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또 하나! 이 책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의를 기초로 씌어졌다고 한다. 지역사회도서관에서 이런 좋은 강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앞으로 지역사회도서관을 좀 더 많이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재미와 생각들을 토대로 앞으로, 지금까지 기피해왔던 고전과 철학책들도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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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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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에서 명예는 자신을 희생해서 위험에 처한 공동체를 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명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험에서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오로지 일신상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65쪽

서평은 책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만드는 보도자료가 아닙니다. 이 책이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을 뽑아서 쓰는 것이 서평입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이 책을 지탱하는, 이것을 빼면 책 전체 구조가 무너질 것 같은 핵심 문장을 딱 하나만 뽑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90쪽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면이 분열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 나'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가 있어야 자기의식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관조하는 힘이 있어야 자신의 현상태에 대한 자각이 가능하고 그 분열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123쪽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질 때 윤리 역시 그만그만한 것으로 전락하며, 윤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을 때 정치 역시 저급한 싸움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154쪽

여기서 우리는 행복의 중요한 요건은 바로 자기 안에서 완결되는 것, 즉 자족성과 완결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161쪽

'인간이니 인간적인 것을 생각하라', 혹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생각하라'고 권고하는 사람들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들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도록, 또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최고의 것에 따라 살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 최고의 것이 크기에서는 작다 할지라도, 그 능력과 영예에 있어서는 다른 모든 것들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재인용)-183쪽

지옥은 저 땅 밑에 있는 구체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희망을 버리면 그 순간부터가 지옥입니다. 남의 희망을 빼앗으면 그는 지옥문입니다. 남에게 지옥문 역할을 하는 것만큼이나 큰 죄악은 없을 것입니다. (단테의 <신곡>의 지옥문 위에 쓰인 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에 대한 비유)-214쪽

사람은 자기반성을 해야 발전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기반성을 하더라도 어느 수준 이상은 못 올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목표를 삼고 있는 기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 때문에 영혼이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목표 기준을 최고 단계, 즉 신화(defication)에 맞춰야 합니다. 도저히 이를 수 없어 보이는 곳에 목표를 두어야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올라갈 수 있습니다. -231쪽

따라서 '이념 투쟁은 그만, 이제는 실용'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근대국가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말 하는 것이 원리적으로는 '반체제'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반대파를 절멸시키고 않고 끊임없이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근대국가는 당연히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이념투쟁하느라 시끄러운 것이 근대국가의 본질입니다. -300쪽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지도자도 영웅도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금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아직 가능한 것마저도 달성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재인용)-465쪽

대체로 사람들은 눈앞에 이익이 나타나면 그걸 잡으려고 합니다. 그때 한 발짝 물러나서 그것이 의(義)인지 리(利)인지 판단하는 것이 자기반성입니다. 이 장면에는 이로움을 취하려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극기를 하기 직전의 단계입니다. 달리 말하면 좋은 의미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리(利)에 밝은 사람은 자신이 얻게 될 이득에 푹 빠진 나머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자기 분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익에 완전히 몰두해 있습니다. 자나깨나 돈 생각만 해야 돈을 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합니다. -560쪽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子 가라사대, 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로우니라. (공자, <논어>에서 재인용)-5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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