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시간 -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건 심리적 시간이다
스티브 테일러 지음, 정나리아 옮김 / 용오름 / 2012년 12월
절판


시간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므로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 같은 시간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꿔서 시간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피하려 들거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할 필요 없이 삶의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내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통해 훨씬 쉽고도 건전하게 긴 인생을 살 수 있다.-12쪽

"우리는 너무나 어리석어서, 지금 우리가 속하지도 않은 시간 때문에 방황하느라 우리가 유일하게 속한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는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26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고, 살아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나의 의식과 관심이 나를 둘러싼 세상과 경험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른다.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축소될수록 자연히 시간의 연장 효과도 줄어들고 달력을 넘기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오래 살수록 세상은 점차 익숙한 곳이 되어가고, 인식하는 정보의 양은 매년 줄어든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간다.-59쪽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 시간의 가속이 절대 바꿀 수 없는 절대명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삶을 어떻게 살지, 또한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어느 정도 우리의 몫이며 우리에게 결정권이 있다.-66쪽

어떻게든 오래 살려는 인간의 노력이 무어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건강에 좋다는 음식에 집착하고 운동을 하고 심지어 죽기 직전 냉동까지 한다지만 스스로에게 충실하지 못 한 시간들로 채워진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94쪽

그래서 시간에 대한 인식은 정보처리와 자아라는 두 가지 요소와 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이것이 내가 나름대로 도출한 상대성 이론이다. 즉 1) 주변에서(또는 마음에서)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할 때, 2) 자아가 약해졌을 때,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113쪽

하지만 질서 잡힌 정상적 생활을 위해서는 일원적 시간의 개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인 앙리 베르그송도 모든 미래와 과거는 현재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런 수준까지 생각하게 되면 삶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에 덧붙여 과거와 미래까지 존재한다면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넘쳐나게 되고 현재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될 터이니 베르그송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와 미래를 ‘걸러’내고 현재에만 온전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킨 것이다.-210쪽

이 책을 통해 시간을 단순히 몇 시간, 몇 달, 몇 년의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한다. 시간은 개인의 경험, 즉 경험의 주관적 인식과도 관련이 깊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긴지 짧은지를 논하는 일반적인 기준도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았는지는 단순히 달력을 몇 장 넘겼는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삶을 어떻게 살았고 어떤 의식 상태로 살았는지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인의 인식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225쪽

과거든 미래든 결국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며 실제로는 오로지 하나의 시점인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마감이 존재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그로 인해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만이 존재하기에 시간이 왔다가 가버린다며 아쉬워할 일은 없다.-256쪽

자아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인의 발달된 자아는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어린 아이와는 다른 실용성과 체계성,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 집중력과 지적 능력 등은 모두 자아 발달의 산물이다. 자아를 초월한다고 해서 그런 장점까지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장점은 그대로 두되 단점만 제거하면 될 일이다. 비유를 하자면 자아의 틀은 마치 추울 때 입었다 더울 때 벗는 외투와 같아야 한다.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도록 온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정신에너지를 독점하거나 우리의 존재 전부를 지배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259쪽

<시간의 심리학 다섯 가지 법칙>
1.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2.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놓이면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3. 몰입하면 시간은 빨리 흐른다.
4. 몰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5. ‘의식하는 정신’ 또는 평소의 자아가 사라지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거나 아예 멈추어버린다.-263쪽

<시간의 심리학 상대성 이론>
1. 시간의 속도는 우리가 흡수하고 처리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2. 시간의 속도는 자아가 얼마나 강하고 분리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아의 구조가 약할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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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本心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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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다는 느낌도 받지만..일본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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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本心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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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차 핵실험 움직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 아베총리의 재집권 후 행보. 요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정세가 긴박하고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무슨 일이야 있을까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마치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적절한 시기에 출간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글쎄. 막상 읽고 나니 다소 추상적이고 무질서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가졌던 호기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요즘 가장 염려되었던 점은 아베 총리의 재집권 후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요컨대, 극우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점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강화해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은 좀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모두 평화헌법의 개정 가능성은 한사코 부정하고 있다. 자신들은 보다 자유롭게 PKO 파병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는 열망하고 있지만, 그것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우려하는 군사대국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말 사실일까?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진심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극우적 시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버젓이 일본의 내각을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나는 야마구치 노보루 교수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건전한 사고를 하고 있겠지만, 대중의 마음 한쪽에 국수주의적인 폭발력을 가진 도화선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 선동하고, 그 분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한다. 일본은 물론 군사적 무장을 통한 대국화를 꿈꾸는, 우리가 우려하는 이런 위험한 길을 가지 않겠지만, 그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일본은 핵무장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이성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솔직한 대답은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노보루) _ 118

 

  일본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중국을 경계하고 한국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우리는 독도와 역사문제 때문에 일본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다고 느끼지만,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국과는 깊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일연대 강화라는 수단은 같지만 그 목적에 있어서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와다 하루키 같은 교수는 동북아 지역이 미국과 중국의 양대 강국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하여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의 언급에서는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할 수 없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목적으로 한국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한미일 동맹으로서 한일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와다 하루키 교수가 말하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과 같은 지역적 연대와 화합의 방향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한일협력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할 만큼 일본 정치인의 역사인식이나 상호배려의 노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양국의 상호 신뢰도 무르익지 않았다. 또한,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와 같은 이들은 한일경제 시스템의 통합과 한일 FTA의 조속한 체결을 주장하지만, 한국과 일본사이의 현재의 역학관계나 경제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한일FTA의 체결은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

 

일전에 미국 학자와 이야기했는데, 미국은 해양국가인 반면 중국은 대륙국가이므로 일본은 미국을 따르고 남북한은 중국 측에 설 것이며, 결국에는 미중 양국이 잘 조율해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들은 바 있다. 나는 그런 형태로 미중 양국이 관리하는 아시아는 재미없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보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일본과 한반도의 협력관계를 확립해 발언권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에서 미중양국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과 일본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와다 하루키) _ 566

  때문에, 한일협력은 아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문화적, 학술적 차원에서 접촉과 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 한일협력을 말하면서 총리 부인이 한류드라마를 끊었다고 말해야만 하는 현실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일부 정치인이 정략적으로 한일관계를 흔들어놓을 수 없도록 민간차원에서 깊은 신뢰의 경험이 더 축적되어야 한다. 앞서 인용했던 야마구치 노보루 교수의 말처럼 국민감정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일양국 국민 사이에 깊은 신뢰와 상호배려가 깔려 있다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도록 붙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해나간다면 독도문제나 지역연대와 같은 난제도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일본의 정치가 혼미를 거듭하고 우리나라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동일본대지진 시 참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재난대비시스템이 가동되어 더 큰 피해를 막았고, 재해 발생 이후에도 일본국민은 단결하고 협력해서 위기를 잘 이겨나간 점을 봐도 그렇고, 정교하고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에서 일본의 힘이 여전하다는 점도 그렇다. 여전히 일본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울 점이 많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이 책의 다음 인터뷰이는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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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本心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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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이 있고 이는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을 테니 일본의 모든 외교행위는 이 두 가지가 전제된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의미다. 누구도 좀처럼 이 틀 바깥으로 뛰쳐나가려 하지 않는다. 자위대의 PKO 참가도 내 논의에서 보자면 이러한 요시다 노선 안에서 이뤄진 변화다. 그 틀을 부수는 변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국가론 역시 요시다 노선의 틀 안에서 가능한 일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중국이나 미국에서 보통국가론을 일본의 군사화와 동일시하는 것은 이것이 요시다 노선이라는 틀을 깰지도 모른다는 우려 떄문이다.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소에야 요시히데)-51쪽

그러나 우리는 선생이 주장하는 평화헌법 9조 2항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장도 그랬다. 그는 일본이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보통국가가 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평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느냐다. (문정인)-72쪽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일본은 핵무장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이성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솔직한 대답은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노보루)-118쪽

우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그들은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므로 그 이해관계와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거부권이 유엔의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부권의 적용범위를 더 축소할 필요는 있지만 유엔헌장 7장의 강제조치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연맹의 경우처럼, 미국 같은 나라가 유엔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국제연맹 시절 소련은 핀란드 침략을 이유로 제명됐고 일본・독일・이탈리아는 스스로 탈퇴했다. 그리하여 연맹의 힘은 크게 약화됐다. 나는 강대국들이 유엔 바깥에서 행동하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다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카시 야스시)-147쪽

중국이 그렇게 간단히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리라 예상하므로 힘에 의한 통치는 강화될 것이다. 시민생활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고쿠분 료세이)-230쪽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추진한다면 이는 이 지역의 국제정치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 된다. (시라이시 다카시)-271쪽

나는 미국이나 중국과 국력을 비교했을 때 일본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모른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은 냉전 후반기에 소기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지만 그 뒤로는 자기 목표를 잃었다. 이런 목표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도고 가즈히코)-323쪽

어느 나라에서나 영토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자는 애국자로 여겨진다. 따라서 말만 꺼내면 ‘신성한 고유영토’라고 주장한다. 한국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독도/다케시마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의 고도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무인도를 왜 ‘신성한 고유영토’라고 불러야만 하는가? (오코노기 마사오)-369쪽

나는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로부터 이탈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 일본인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가 흔들릴 일은 절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말할 필요도 없는 전제라면 균형자론 역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취한다"라고 말하면 강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에서는 한일이 협력해 중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중론이다. 그런데 한국의 균형자론은 오히려 중국과 가까워지겠다는 뜻이 된다.-441쪽

자유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려면 강해져야 한다. "남자는 자상하기만 해선 안 되며 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자의 요체다. (이노구치 다카시)-508쪽

존 킨은 현재 대의제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으며, 그 대신 감시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도 정부만큼 힘을 갖게 되었으므로 국가 주도가 되면 시민사회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ᄄᆞ라서 국가가 보다 부드러워지되 법률 등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정비하면 기업에도 좋고 국민들 역시 정치에 불안을 느끼지 않아 사회가 안정된다. (이노구치 다카시)-512쪽

일전에 미국 학자와 이야기했는데, 미국은 해양국가인 반면 중국은 대륙국가이므로 일본은 미국을 따르고 남북한은 중국 측에 설 것이며, 결국에는 미중 양국이 잘 조율해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들은 바 있다. 나는 그런 형태로 미중 양국이 관리하는 아시아는 재미없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보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일본과 한반도의 협력관계를 확립해 발언권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에서 미중양국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과 일본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와다 하루키)-566쪽

불교사상에서도 역사가 타락하는 주기가 3단계로 있다. 석가의 올바른 가르침이 있었던 시대, 형태로는 불교예술이라는 것이 있지만 마음을 잃고 겉모양만 취하는 시대, 그리고 겉모양조차 버리고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말법(末法)의 시대가 그것이다. 요는 이 타락의 끝에서 묘법(妙法)이 되살아나고 부처님의 자유의 보살을 보내줌으로써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전란 속 세계가 부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말법사상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혼란스럽고 감당할 수 없는 말법시대라 하면서도 묘법의 시대가 되살아나기를 꿈꾸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일본의 역사에 복원력을 부여해줬다. 지금은 분명 ‘잃어버린 20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어느 지점에서 좋은 흐름으로 바꿔나갈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이오키베 마코토)-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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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을 파하다 -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구상
법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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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시대가 전환점이라고 느낀다.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주어진 것 같다. 스님은 이 시대의 과제가 안으로는 양극화 해소, 밖으로는 평화와 통일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목소리와 일치한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막막하기만 하다. 스님은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정치는 갈등을 오히려 증폭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갈등을 자기 정치세력을 확장하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여의도가 온갖 사회 갈등의 용역깡패가 되어 양보 없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다 보니 대립이 격화되고, 폭력을 부른다. 설사 갈등이 해결되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늦기만 하다.

 

  너와 내가 무엇이 다른가를 따져보는 일은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너와 내가 다를 수 없음으로 돌아와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스님의 말대로 공존이 먼저고 경쟁은 그 다음이다. 너와 나는 하나의 공동체고, 우리 공동체 안에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점을 찾자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헌데 우리 사회는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문제다. 이 책에 제시된 천성산 터널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상대를 무조건 굴복시키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와 내가 윈윈할 길을 찾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서로가 이기는 경험이 축적될 때 갈등이 연착륙되고 사회가 좀 더 성숙할 수 있다.

 

사람들은 천성산에 터널이 뚫렸느냐 안 뚫렸느냐만 문제 삼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죽거나 한 맺히게 두어서는 안 된다. 강정마을도 군사기지를 짓든 안 짓든 그게 핵심이 아니다. 어떤 결정이든 그 결정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처리되는 게 중요하다. _ 116

 

  그렇다면 중도가 해결할 수 있는가? 스님은 중도가 단순히 중간이나 절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양자의 입장을 섞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갈등의 뿌리부터 분석하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양자를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중도는 그래서 더 권위가 있어야 하고 더 깊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양자의 입장을 통합하다보면 주장을 절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스님이 제시한 사대강 해법만 해도 그렇다. 스님은 우리의 경제수준에서는 개발보다 보존이 먼저이지만, 그래도 개발이 필요하다면 영산강부터 해보고 결정하자든가, 전체 계획량의 몇 분의 일만 우선적으로 해보고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등의 해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한다. 실제로 사대강 사업 초기에 그런 의견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양 측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사실 무엇을 하자’, ‘하지말자는 의견이 대립할 때 반만 해보자는 것은 하지말자는 측에서는 얻을 것이 전혀 없고, 하자는 측에서는 뭔가 섭섭한 결론이다. 결국 하지말자는 측의 많은 양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쉽기만은 하겠는가. 만약, 안하는 것이 전적으로 옳다면 조금만 해보고 결정하자는 것이 과연 옳은 해결책일까.

 

  바로 이것이 현실의 적용에 있어서 또다른 곡절이 예상되는 이유다. 물론, 스님의 논리 전개는 명쾌하고, 많은 관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이 꿈꾸는 화쟁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꿀 때 꿈은 현실이 된다. 화쟁의 정치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통합의 리더십이 한 순간에 번쩍 하늘에서 내려올 수 없다. 국민의 수준이 성숙해야 한다. 공동체와 나를 잇는 끈을 바라봐야 하고, 이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스님이 이야기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살도록 더욱 노력해야 겠다. , ‘자기를 위하는 삶이 남을 위한 삶이 되고 공동체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자기 발전이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말이다. 살신성인으로 나에게 해가 되지만 공동체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에게만 이롭고 공동체에는 해로운 일들을 해서야 되겠는가.

 

언제나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시대적 흐름을 읽고, 지금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는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시대를 읽자. 시대적 과제 해결에 기여하자. _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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