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本心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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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차 핵실험 움직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 아베총리의 재집권 후 행보. 요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정세가 긴박하고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무슨 일이야 있을까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마치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적절한 시기에 출간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글쎄. 막상 읽고 나니 다소 추상적이고 무질서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가졌던 호기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요즘 가장 염려되었던 점은 아베 총리의 재집권 후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요컨대, 극우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점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강화해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은 좀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모두 평화헌법의 개정 가능성은 한사코 부정하고 있다. 자신들은 보다 자유롭게 PKO 파병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는 열망하고 있지만, 그것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우려하는 군사대국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말 사실일까?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진심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극우적 시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버젓이 일본의 내각을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나는 야마구치 노보루 교수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건전한 사고를 하고 있겠지만, 대중의 마음 한쪽에 국수주의적인 폭발력을 가진 도화선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 선동하고, 그 분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한다. 일본은 물론 군사적 무장을 통한 대국화를 꿈꾸는, 우리가 우려하는 이런 위험한 길을 가지 않겠지만, 그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일본은 핵무장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이성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솔직한 대답은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노보루) _ 118

 

  일본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중국을 경계하고 한국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우리는 독도와 역사문제 때문에 일본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다고 느끼지만,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국과는 깊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일연대 강화라는 수단은 같지만 그 목적에 있어서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와다 하루키 같은 교수는 동북아 지역이 미국과 중국의 양대 강국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하여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의 언급에서는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할 수 없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목적으로 한국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한미일 동맹으로서 한일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와다 하루키 교수가 말하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과 같은 지역적 연대와 화합의 방향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한일협력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할 만큼 일본 정치인의 역사인식이나 상호배려의 노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양국의 상호 신뢰도 무르익지 않았다. 또한,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와 같은 이들은 한일경제 시스템의 통합과 한일 FTA의 조속한 체결을 주장하지만, 한국과 일본사이의 현재의 역학관계나 경제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한일FTA의 체결은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

 

일전에 미국 학자와 이야기했는데, 미국은 해양국가인 반면 중국은 대륙국가이므로 일본은 미국을 따르고 남북한은 중국 측에 설 것이며, 결국에는 미중 양국이 잘 조율해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들은 바 있다. 나는 그런 형태로 미중 양국이 관리하는 아시아는 재미없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보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일본과 한반도의 협력관계를 확립해 발언권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에서 미중양국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과 일본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와다 하루키) _ 566

  때문에, 한일협력은 아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문화적, 학술적 차원에서 접촉과 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 한일협력을 말하면서 총리 부인이 한류드라마를 끊었다고 말해야만 하는 현실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일부 정치인이 정략적으로 한일관계를 흔들어놓을 수 없도록 민간차원에서 깊은 신뢰의 경험이 더 축적되어야 한다. 앞서 인용했던 야마구치 노보루 교수의 말처럼 국민감정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일양국 국민 사이에 깊은 신뢰와 상호배려가 깔려 있다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도록 붙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해나간다면 독도문제나 지역연대와 같은 난제도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일본의 정치가 혼미를 거듭하고 우리나라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동일본대지진 시 참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재난대비시스템이 가동되어 더 큰 피해를 막았고, 재해 발생 이후에도 일본국민은 단결하고 협력해서 위기를 잘 이겨나간 점을 봐도 그렇고, 정교하고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에서 일본의 힘이 여전하다는 점도 그렇다. 여전히 일본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울 점이 많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이 책의 다음 인터뷰이는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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