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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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반도'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책은 동학농민운동 전후 시기를 배경으로 일제 침략에 대항하는 민초들의 모습을 그린 항일 대하소설이다. 조선 관리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더 이상 참지 못한 백성들의 울부짖음이 동학 농민 혁명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사실 동학혁명이 갖는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저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에 맞선 백성들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와 백성들의 싸움을 넘어 나라의 존폐를 두고 싸우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민심을 이용하고 외세의 힘을 끌어들이고 결국 그로 인해 조선이라는 나라가 식민지가 되어버리는 처참한 사건의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동학 농민 혁명이다.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갖고 있는 허구의 힘을 빌려 동학농민운동과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의미를 책 속에 잘 녹여낸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본업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한다. 학생들을 매일 접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과거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관심 없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소설 형식을 빌려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간 접해온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그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나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소설의 재미는 주인공 이장식과 그를 따르는 명견 진스칸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역사적 실존 인물이 아닌 소설에만 등장하는 허구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소설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차지한다. 특히, ​진돗개 진스칸의 존재는 소설에서 주가 되는 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이장식에게서 무술까지 전수받아 전란 중에 톡톡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 바로 개라고 했던가 우리나라 토종 진돗개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하는 듯하다. 사실 조금은 황당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소설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을 반감시키기보단 오히려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조선 말기의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항일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작금의 우리나라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처신을 볼 때 실망스러운 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권력을 지닌 기득권 세력들의 자기 배불리기 식의 언행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그런 시대는 결코 오지 않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가 역사를 올바르게 알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준이 됨과 동시에 잘못된 과거사를 반복하지 않고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동학 농민 혁명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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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 - 똑같이 일하고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핵심기술
로버트 포즌 지음, 차백만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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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시간이다. 하루라는 시간은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다. 24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삶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은 계속해서 모자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정해진 시간 동안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을 끝마칠 수 있을까. 뜻이 있는 곳이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항상 부족한 시간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있다. 바로 개인 생산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책 제목처럼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한 가지도 하기 힘든 일을 그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금융기업의 의장직을 맡는 동시에 책을 무려 6편을 썼으며 그 외 칼럼 등을 비롯하여 많은 글들을 썼으며 자선단체와 기타 공기업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기까지 했다. 정말 어떻게 해서 이 많은 일을 같이 해올 수 있었을까. 저자에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만의 특별한 시간 관리 방법이 있었던 것일까. 이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가정에 소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걸까.

똑같은 시간 안에 어떤 사람은 주어진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여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사무실에 남아 못다 한 일을 계속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명은 일을 잘해서 나머지 한 명은 일으 못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그 차이는 동일한 시간 동안 일을 처리하는 개인 생산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마친 사람은 최종 결과물에 집중하여 결과물 도출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여 최대한 결과물 도출에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서 방해요소란 일상적인 사소한 일에서부터 업무시 필요한 과정 및 절차 등을 말한다. 이메일 확인, 업무 회의, 상사 및 부하직원과의 관계, 개인적인 습관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개인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생산력 향상을 위한 3가지 핵심 기술을 말하고 있다. 첫째, 목표를 정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라. 둘째, 최종 결과물에 집중하라. 셋째,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마라. 언뜻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누구나 생각해봤던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자신도 모르게 행해지는 개인적인 습관에 의해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생산력을 키우기에 앞서 현재 자신의 생산성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단을 한 이후에야 생산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가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생산력이란 결코 직장에서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결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저자는 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결코 가정에 소홀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아내에게는 훌륭한 남편이었으며 자녀들에게는 좋은 아빠였다.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프로젝트 회의 일정을 조절할 정도였다. 그가 그렇게 가정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일하는 시간 동안 주어진 일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야근을 하거나 직장에서 다 하지 못한 일을 퇴근 후 집에서까지 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자. 그 대신 하루에 해야 할 일은 업무 시간 내에 끝마칠 수 있도록 개인 생산력을 극대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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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개정판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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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수학이란 그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적분, 미적분, 인수분해 등 정해진 공식에 따라 특정한 값을 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의 묘미는 도출된 산술 공식에 있다기보단 그것이 공식화가 되기 위해 수학적 이론을 증명하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자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단 하나의 정리가 있다. 바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그것이다. 3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단 하나의 수학적 공식을 증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수학자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면 믿겠는가. 1637년 프랑스의 수학자인 페르마에 의해 처음으로 추측된 이래로 그의 정리를 증명하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많은 수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많은 가설이 나오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1995년 영국의 수학자인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최초로 증명되기에 이른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 왕립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물리학의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쓴 이 책은 앞서 얘기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어떻게 해서 증명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1995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증명되기까지 페르마의 정리를 향한 많은 수학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 책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부터 시작해서 20세기 수학적 증명까지 이르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통한 수학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xⁿ + yⁿ = zⁿ 그의 삶을 온전히 지배했던 단 하나의 공식. 피타고라스 정리에 대한 호기심에 비롯되어 수많은 수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바로 그 공식. 이 공식이 참이 되는 3 이상의 정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페르마의 정리. 이를 증명한 영구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 사실 이 책은 다른 많은 수학자들보다 이 한 사람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가 어떻게 해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접하게 되었고 일생을 바쳐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에 대해서 그의 삶을 역추적해 나간다. 앤드류 와일즈의 삶을 굳이 한마디로 말한다면 다분히 수학적 삶을 살아왔다고 해야겠다. 어린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페르마의 정리를 접한 후 그는 평생을 이를 증명하는데 바친다. 누구라도 쉽게 그렇게 하진 못할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수학 공식 증명에 바친다는 것은 여간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수학자들은 20세기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앤르류 와일즈의 증명은 굉장히 복잡하고 당시의 수학적 지식으로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페르마는 다른 방법으로 증명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정리가 증명된 점은 높이 살 일인 듯하다.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증명된 내용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물론 수학 박사 학위가 있을 정도의 지식이 없다면 그저 난해한 수학 공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너무나 간단한 수학적 공식이 어떻게 해서 증명되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한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에 재미를 느꼈던 적이 있었음이 떠올랐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풀고 난 후의 그 짜릿함이 좋아서 수학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는 쉽게 접할 기회가 없는 어려운 수학 공식들이고 공부를 하며 간단하게 공식으로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에 뜻을 두고 깊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많은 수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수학에 대한 재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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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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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만 한 작은 캔버스에 그려진 작은 새. 황금 방울새라 불리는 그 작은 새는 홰에 묶인 채 슬픈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듯하다. 새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눈물이 차올라 뿌옇게 시야를 가릴 것만 같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는 어떤 감정으로 이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홰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영예와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 지수 즉, 호킹 지수 9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도나 타트의 세 번째 작품인 <황금 방울새>. 이렇게 대단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작품보다 책 표지에서 보듯이 찢어진 캔버스에 보일 듯 말듯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먼저 더 관심을 끌었다. 그 작은 새의 이름은 바로 작품의 이름과 동일한 '황금 방울새'다. 이 작은 새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걸까. 원서로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거의 100%에 가까운 완독률을 자랑할 정도의 흡인력이 있단 말인가. 책을 기다리며 비밀의 황금 방울새 찾기에 먼저 나선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쏟아진 이 책과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그린 그림의 전시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 기대하면 도리어 재미와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사실 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일은 전혀 없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마치 글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황금 방울새에 얽힌 비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닮은 듯한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 마치 황금 방울새를 그린 화가의 운명이 '만약'이라는 가정을 업고 소설 속에서 되살아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른 아침 뉴욕의 거리를 걷다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서게 된 미술관. 그곳에서 낯설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마치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는 듯이. 소녀를 만났다는 설렘도 잠시 소년은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을 겪게 된다.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게 된고 소년은 소녀와 함께 있던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을 갖고서 어렵사리 미술관을 탈출하게 된다. 이제 이 세상으로부터 혼자가 된 소년이지만 슬픔의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에게 일어날 운명이었다는 것을 아는 눈치다. 그 후 소년의 삶은 180도 뒤바뀐다. 오래전 엄마와 소년을 버리고 멀리 떠나버렸던 아버지와의 재회에 이어 나고 자란 뉴욕의 거리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 만난 또 다른 소년. 그 둘의 만남도 마치 예견되었던 것만 같다. 처음 본 순간 평생을 함께 하게 될 친구가 될 것만 같은 직감이 든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훔치게 된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돌려줄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제는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그 그림. 세상은 점점 작은 새가 그려진 자신의 그림을 찾기 시작한다. '황금 방울새'라 불리는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두 소년과 미술관에서의 짧은 만남 후 이별해야 했던 소녀의 운명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홰에 묶인 채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작은 새, 황금 방울새. 작가는 이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없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 지금까지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 그것인 밝은 미래가 되었든지, 어두운 미래가 되었든지. 운명이라는 굴레를 돌고 돌아 다다르게 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내 삶이 처음 시작되었던 그곳이 아닐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의 삶의 변화가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 한 점에서 비롯되어 그 그림 한점으로 점철되듯이 말이다. 소설임에도 소설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들은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그 점 한 가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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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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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이라는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일컬어 시인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가슴속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는 감정을 끄집어 내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네 마음과 닮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가 아닐까 한다. 보일 듯 말 듯하는 섬세한 감정의 선율을 표현하기엔 시 속에 감춰진 은율만큼 온전한 것은 없기에 말이다.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자 숭고한 가치다. 그 속엔 우리네 삶이 담겨 있고 사랑과 이별이 담겨 있으며 미래의 우리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각박한 우리 삶에 한줄기 단비처럼 내려올 가슴 따뜻한 시, 그 시를 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또 하나의 가슴 따뜻한 글이 있어 정신없이 흘러가는 우리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김준. 시를 좋아하지만 내게는 그리 낯익은 이름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Yesterday>라는 시집을 발표한 이후 2002년 <별이 된 당신에게 하늘 닮은 사랑이고 싶습니다>라는 또 하나의 시집만을 세상에 내놓은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작정한 듯 은둔생활을 해온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자그마치 13년. 13년이란 시간은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최근 발표된 시화선집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통해 긴 공백기에서 벗어나 세상에 다시 그의 존재를 드러낸다. 더불어 얼마 안 있어 시를 품은 에세이집인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를 내놓으며 그간의 은둔생활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듯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시를 품은 에세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한 내게 시와는 다른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 돼버린다. 마치 시를 읊조리듯이 읽어 내려가지는 그의 글들은 가슴을 때리는 울림이 있다. 마치 고요한 호수 속에 던져진 작은 조약돌에 의해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듯이 말이다. 이렇게 멋진 글들을 써 내려가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온전히 그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사랑, 이별, 행복, 아픔 등의 감정을 글로 담기 위해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지나온 삶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억 속엔 온갖 종류의 감정이 섞여 있다. 사랑과 이별, 행복과 아픔. 김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지나왔던 내 삶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의 추억이 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밝은 태양 아래서 보다 조용한 달 빛이 내려앉은 밤에 읽으면 더없이 좋은 글들이다. 모두가 잠든 그 시각 나 홀로 깨어 따뜻한 차 한 잔과 지나온 내 삶을 찾아 떠나는 추억여행. 어쩌면 그 시간 그동안 보지 못 했던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과 별빛 아래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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