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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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만 한 작은 캔버스에 그려진 작은 새. 황금 방울새라 불리는 그 작은 새는 홰에 묶인 채 슬픈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듯하다. 새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눈물이 차올라 뿌옇게 시야를 가릴 것만 같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는 어떤 감정으로 이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홰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영예와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 지수 즉, 호킹 지수 9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도나 타트의 세 번째 작품인 <황금 방울새>. 이렇게 대단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작품보다 책 표지에서 보듯이 찢어진 캔버스에 보일 듯 말듯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먼저 더 관심을 끌었다. 그 작은 새의 이름은 바로 작품의 이름과 동일한 '황금 방울새'다. 이 작은 새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걸까. 원서로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거의 100%에 가까운 완독률을 자랑할 정도의 흡인력이 있단 말인가. 책을 기다리며 비밀의 황금 방울새 찾기에 먼저 나선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쏟아진 이 책과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그린 그림의 전시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 기대하면 도리어 재미와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사실 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일은 전혀 없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마치 글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황금 방울새에 얽힌 비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닮은 듯한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 마치 황금 방울새를 그린 화가의 운명이 '만약'이라는 가정을 업고 소설 속에서 되살아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른 아침 뉴욕의 거리를 걷다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서게 된 미술관. 그곳에서 낯설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마치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는 듯이. 소녀를 만났다는 설렘도 잠시 소년은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을 겪게 된다.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게 된고 소년은 소녀와 함께 있던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을 갖고서 어렵사리 미술관을 탈출하게 된다. 이제 이 세상으로부터 혼자가 된 소년이지만 슬픔의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에게 일어날 운명이었다는 것을 아는 눈치다. 그 후 소년의 삶은 180도 뒤바뀐다. 오래전 엄마와 소년을 버리고 멀리 떠나버렸던 아버지와의 재회에 이어 나고 자란 뉴욕의 거리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 만난 또 다른 소년. 그 둘의 만남도 마치 예견되었던 것만 같다. 처음 본 순간 평생을 함께 하게 될 친구가 될 것만 같은 직감이 든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훔치게 된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돌려줄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제는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그 그림. 세상은 점점 작은 새가 그려진 자신의 그림을 찾기 시작한다. '황금 방울새'라 불리는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두 소년과 미술관에서의 짧은 만남 후 이별해야 했던 소녀의 운명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홰에 묶인 채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작은 새, 황금 방울새. 작가는 이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없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 지금까지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 그것인 밝은 미래가 되었든지, 어두운 미래가 되었든지. 운명이라는 굴레를 돌고 돌아 다다르게 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내 삶이 처음 시작되었던 그곳이 아닐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의 삶의 변화가 작은 새가 그려진 그림 한 점에서 비롯되어 그 그림 한점으로 점철되듯이 말이다. 소설임에도 소설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들은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그 점 한 가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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