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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물. 청소년기를 벗어나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전의 통과의례와 같은 시기를 시작하는 나이다. 끓어오르는 젊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춘으로 흔히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스무 살의
청춘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있다.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방황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며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기도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회인이 되어간다. 부모로부터의 독립하여 진짜 한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해야 될까. 모든
이들이 거치는 스물이라는 그 시간은 그래서 어쩌면 특별하다.
2007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혼자 있기 좋은 날>은 그런 스무 살 청춘의 방황기를 물 흐르듯 조용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방황이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때로는 무턱대고 무언가에 열중하기보단 세월의 흐름에 몸과 정신을 자연스레 맡기는 것도 그 시간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작가의 의도가 이런 시간적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걸까. 이 소설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의
문턱까지 시간이 흘러 계절이 변하듯 청춘들의 방황의 시간을 따라간다. 그 속에서 청춘들이 보여주는 방황을 끝내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들을 소소한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스무 살 치즈. 그녀의 엄마가 중국으로
떠나면서 도쿄의 먼 친척인 긴코 할머니에게 맡겨진다. 그렇게 시작된 20대 청춘과 70대 할머니의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동거가 시작된다. 공부가
싫어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치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름 돈을 벌기 위해 두세
군데 아르바이트 전전긍긍하며 지낸다. 그녀와 달리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긴코 할머니는 그녀와 달리 평온한 일상이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견디어온 삶의 무게가 느껴진달까. 어떤 일에도 그녀만의 차분함을 잃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그녀에게 치즈는 묘한 질투감과 동시에 경외감을
느낀다. 한편으론, 자신도 나중에 긴코 할머니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오랜만에 중국에서 돌아온 엄마와 재회하는
치즈. 그러나 모녀의 사이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남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도 아닌 오묘한 관계가 그들 모녀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인 듯하다. 그래도 부모란 자식을 걱정하는 법이던가. 특별히 공부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치즈가 이내 못마땅한지 진로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만 그런 엄마가 치즈는 못마땅할 뿐이다.
엄마와 함께 3박 4일을 보내고 헤어진
치즈는 긴코 할머니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치즈와 전철역 매점에서 일하며 만난 그녀의 남자친구 후지타, 긴코 할머니와 할머니가 요즘 만나시는
호스케 할아버지. 이렇게 네 명이서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여름도
끝나버렸다. 여름의 태양처럼 뜨거웠던 젊은 날의 방황도 이제 전환을 맞이하려고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봄에서 시작해
여름을 거치고 가을을 지나 겨울 그리도 다시 봄의 문턱에 이르는 계절의 변화를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계절의 변화에 맞게 주인공 스무 살
치즈의 방황도 흐르고 흘러 끝이 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 번은 겪었던 스무 살의
청춘시절의 모습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해준다. '그 시절 난 어땠지?'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내일을
바라보게 해준다. 시간은 흘러 스무 살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우리는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잔잔한 느낌의 소설을 만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