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크리톤 - 국가와 개인의 정의를 말하다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플라톤 지음, 김세나 옮김 / 소울메이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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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악법도 법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사형에 처하기 전에 남긴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가 소크라테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우리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철학적 이념에 따라 국법을 따를 자는 없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친한 벗이었던 크리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국법에 따라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날 친구인 크리톤과 감옥에서 나눴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100페이지도 채 안되는 짧은 대화록에서 왜 소크라테스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국법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 달리 재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갇힌 그의 친구를 빼내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이념에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크리톤은 친구 소크라테스를 살리고자 감옥으로 찾아가 그를 도와줄 돈과 사람들이 있으니 탈옥해서 목숨을 건질 것을 종용한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가 죽게 된다면 자신은 소중한 친구를 잃게 되어 슬프고, 돈이 아까워 친구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고, 죽음으로서 부양할 가족을 져버려서는 안된다고 설득한다. 소크라테스는 친구의 말을 모두 듣고서 자신이 탈옥을 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국법에 따라야 하는지를 검토해보자고 한다.

"친애하는 크리톤, 나를 걱정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야만 그 가치도 높은 것일세.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나를 걱정해줄수록 더욱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네. 그러니 정말로 자네의 뜻을 따를지 말지, 우리 한 번 잘 생각해봐야 하네. 난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나, 깊이 생각해보고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근거를 갖춘 것 말고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세. 내가 지금 이런 운명에 처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예전에 이미 내뱉은 이 원칙들을 버릴 수는 없네. 이미 내뱉은 모든 말이 내게는 한결같이 여겨지네. 그래서 나는 이 원칙들을 예전과 똑같이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것일세. 그러니 우리가 지금 이 원칙들보다 더 나은 것을 제시할 수 없다면, 나는 절대로 자네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아두게."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평생 지켜온 철학적 이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그가 누명으로 감옥에 갇혀 있고 곧 사형에 처해질 운명이라 해도 그간 내세웠던 원칙들을 버린 채 친구의 주장대로 탈옥을 감행한다면 스스로 그 원칙들을 부정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설득할 수 있는 길은 보다 나은 원칙 외에는 없어 보인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국가 공동체에 의해 제정된 국법에 따르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에 앞서 그는 크리톤에게 국법과의 문답을 통해 왜 자신이 국법에 따라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어느 국가든 많은 시민이 함께 모여 살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법률이 존재해야 하며 그 법률은 국가와 시민의 공동의 합의에 의해 제정된다. 즉, 시민이 국가를 떠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국가의 법률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는 것이다. 국법이 정한 원칙과 정의를 무시한다는 것은 곧 불의를 행하는 것이므로 옳지 못한 것이며 정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국법이 권하는 데로' 따르는 것이 옳다.

소크라테스를 설득하여 탈옥할 것을 권하고자 했던 크리톤이 도리어 소크라테스의 원칙과 국법에 대한 정의론에 설득당하고 만다. 소크라테스의 국법에 대한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다. 크리톤이 아닌 누구라도 아마 소크라테스 앞에서는 달리 반론을 제기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도 나라의 법률, 국법에 그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인 듯하다. 그의 말마따나 법률은 국가와 시민의 공동 합의에 의해 제정되는 것일진데 작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법은 시민위에 군림하며 그 법위에 군림하는 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원칙은 죽는 한이 있어도 지키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정의로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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