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 - 소크라테스부터 한나 아렌트까지
최진기.서선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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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 이제 가정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는 듯하다. 인문학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학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문이기에 더욱 그러해 보인다. 인문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수험생에겐 필수 교과목으로 여겨진다. 직장인들에게는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융합적 사고를 위한 바탕이 되고 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인문학의 영향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문학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인문학에 무관심 해온 탓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인문학 입문서로써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렵게만 여겨지는 인문학도 그 기초가 되는 지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익혀나간다면 결코 어렵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최진기 작가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스타 강사라 불릴만하다. 수험생들을 위한 사회탐구 영역을 가르치는 강사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최진기 경제 연구소' 대표직도 겸하고 있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고 본 적이 있을 듯하다. 2008년 환율 동영상 강의가 그것이다. 어려운 환율이라는 개념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동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환율로 바라본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6년이 돼가는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그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문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까지 그들의 이론과 사상을 설명한다. 자녀와 함께 읽는 인문 교양서에 부합하여 스토리 텔링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사진은 글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잠깐 코너를 통해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인문 교양서라는 점에 끌렸는데 읽고 난 후엔 오히려 내게 도움이 많이 된 듯하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철학 사상이나 이론들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로선 세계사의 흐름까지 같이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어려운 고전 철학 사상과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접목하여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열린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에 많은 내용을 실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앞으로 계속해서 『교실 밖 인문학』 시리즈로 출간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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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월간샘터 2016년 4월호 월간 샘터
샘터사 편집부 엮음 / 샘터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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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다. 처음 그를 만난 건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서다. 영화배우 황정민이 엄홍길 대장으로 분해 열연했다. 히말라야 등정에서 조난당한 동료 산악인의 시신을 찾기 위한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 후 두 번째로 만나건 그의 책을 통해서다. '아우름'이라는 인문교양 시리즈 그 열 번째인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영화 <히말라야>는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이지만 책 속에 담겨있는 것은 그의 삶이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다. 전 세계에서 그보다 산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만큼 산을 오르는 것에 있어서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산을 오르는 것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살면서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실패하고 좌절할 때도 있다. 그가 이뤄낸 대기록 또한 숱한 실패가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쾌거다. 산과 인생은 빨리 정상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기다리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함을 전한다.

세 번째 만남은 샘터 교양잡지에서다. 우연도 겹치면 인연이 된다고 했던가. 영화나 책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접했을 뿐이지만 어느덧 친숙하게 다가온다. 오래전부터 잘 알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도전! 샘터 46돌 축하드리며 히말라야의 성스러운 기운을 드립니다"라는 말로 그의 인터뷰가 펼쳐진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모습이다. 만약 그의 얼굴을 몰랐다면 그가 엄홍길 대장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 없다. 이제는 전문 산악인의 길을 접고 엄홍길 휴먼재단 활동으로 더욱 바쁜 모습이다. 또한, '청소년 휴먼 원정대'를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직접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면서 그들 스스로 삶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돕고 있다. 산 정상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 언제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군산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단팥빵으로 유명한 『이성당』 일까. 전국 5대 짬뽕 중 하나인 『복성루』 일까. 나에겐 그보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기억에 남는다. 최근 들어 옛날 영화들이 극장에서 다시 개봉되고 있다.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좀 더 향상된 음향과 화질로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그중 하나다. 2013년에 재개봉하여 많은 영화팬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었다. 그 덕분이랄까 전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군산의 영화 촬영지를 찾고 있다. 사실 군산은 그 외에도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섭외된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촬영지로 군산 신흥동에 일본식 가옥이 나온다. 많은 여행객들이 군산을 찾으면 방문하는 명소 중 하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했던 초원 사진관은 여전히 그대로다. 영화가 개봉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영화 속 군산의 모습은 세월을 비껴간 듯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다. 영화 속 현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번 호 특집 <다시 만난 인연>에 실린 글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제목은 『선생님을 사랑해도 될까요?』 중학교 교생 선생님을 사랑하게 된 여중생이 선생님에게 고백을 한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제가 클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맹랑한 녀석이라 생각한 선생님은 공부나 하라며 돌려보낸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그 여학생은 엄마와 함께 다시 선생님을 찾아온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제가 클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큰 나머지 학업도 포기해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선생님과 제자였던 그들은 어느새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게 운명인 걸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한다. 만남이란 선택이 가능한 우연이거나 거슬러선 안되는 운명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자신은 후자라고 믿는다고. 행복이 묻어난다. 내가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낳은 건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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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 물건을 버리고 삶을 선택한 10인의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 지음, 김윤경 옮김 / 샘터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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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눈앞엔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벽엔 커다란 사진이 걸려있다. 책상 위에는 가족사진이 놓여있고 여러 권의 책들이 쌓여 있다. 한쪽에는 스탠드가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고개를 좌우로 그리고 뒤로 돌려보자. 옷걸이에 하루 종일 입었던 옷들이 수북이 걸려있고 한쪽 벽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책장도 있다. 또, 거실엔 TV와 소파가 놓여있고 부엌엔 커다란 냉장고가 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물건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집안 풍경이다. 모두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사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더러 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가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무형의 지식이든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물건이든지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득 채우는 삶보다 하나씩 비우는 삶이 더 편안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이 시대 현대인들에겐 그것은 너무 먼 얘기인 듯하다. 그런데 그런 삶을 실천에 옮기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물건들을 제외하고 모두 버려버렸다. 대신 비어있는 공간을 온전한 자신의 풍요로운 시간으로 가득 채워 나간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두고 미니멀 라이프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10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정리 전문가부터 만화가, 회사원, 워킹망 등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던 이들이 어떻게 해서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책 속에 실린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안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해야 될까. 있긴 있지만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을 제외한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없다. 하나같이 심플한 방의 모습이다. 누군가에겐 오히려 적막함마저 느끼게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자니 어딘지 모르게 차분해진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하니 뚫리는 것처럼 시원해진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란 게 이런 거구나.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만 채워진 나의 집을 상상해보자.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다. 10명의 미니멀리스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은 무조건 비우는 삶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대신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것이다. 그것이 물건이든 마음이든 텅 빈 공간이든 무엇으로 채울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상관없다. 책으로 빙 둘러져 있는 널찍한 방 그곳엔 오로지 노트북과 책상 그리고 소파가 놓여있다. 방안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고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곳에서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글을 쓴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내가 꿈꾸는 나만의 방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둘러본 방안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이렇게 답답한 곳에 지금까지 갇혀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과연 얼마나 어떻게 심플하게 변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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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월간샘터 2016년 3월호 월간 샘터
샘터사 편집부 엮음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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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봄이 다가오는 신호일까. 쌀쌀하기만 했던 날씨가 어느새 포근해진 듯하다. 1년 중 4분의 1이 벌써 끝나가고 있다. 2016년이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 '시작'이라는 기분을 느낄새도 없어 어느새 '익숙'이란 느낌에 젖어들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이라는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가 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처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다 보면 그 첫 순간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말도 있는 듯하다. 초심. 처음 마음가짐. 올해 들어 3번째로 만나게 된 샘터는 '처음'을 떠올리게 해준다. 처음이라는 말처럼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하는 것도 드문 것 같다.

19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살아있는 전설인 가수 신승훈. 그가 발표한 앨범엔 수많은 히트곡이 담겨있다. 그중에서 1993년 3집 앨범에 수록된 '처음 그 느낌처럼'이란 노래가 있다. 늘 곁에 있어 친한 친구로만 여겨졌던 그녀의 소중함을 미처 알지 못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곁에 있는 그녀를 본 후에야 비로소 그녀를 처음부터 사랑했음을 깨닫게 된다. 빠르고 경쾌한 노래지만 그 속에는 후회, 아쉬움이 들어있다. 노래로 들을 땐 그저 듣기 좋은 사랑 노래로만 여겼었는데.. 새삼 이 노래가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 그 느낌처럼』​. 이번 호에 실린 특집 기사의 제목은 앞서 얘기한 노래 제목과 같다. 여섯 명의 인사 각 개개인의 삶에서 처음의 순간, 그 느낌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처음'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씩 하나씩 펼쳐진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소개팅. 처음으로 쓰게 된 나만의 단편 소설. 외모 콤플렉스가 있던 내가 처음 화장을 하게 된 날. 미군부대 카투사에 배속되어 맞이하게 된 첫 이국 문화의 충격. 태어나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한국 땅을 벗어난 첫 해외여행. 특별할 것 없이 나를 포함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다. 여기에도 처음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한발 나아가며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그 '처음'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처음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내게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처음은 갓 태어난 내 아이를 안아보았을 때다. 그 순간은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나에게 기억될 것이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여기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 바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느냐고? 설마. 하지만 난 이분을 잘 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분이 쓰신 글을 잘 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참 글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다. 그리고 멋지게 사시는 분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이런 책을 냈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역발상적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운 걸 싫어하는데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니. 그것도 격하게. 여기에 그가 말하는 '외로워야 한다'라는 숨은 뜻이 담겨 있다. 소위 명망 있는 교수 자리에 사표를 내던지고 떠난 혼자만의 고립 여행을 통해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자 한 것은 아닐까. 현재 그를 사로잡고 있는 키워드는 리추얼과 바우하우스. 조금은 생소한 그것들이 이다음에 그를 통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내게 유독 이번 호에서 심쿵한 글귀가 있다.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님이 말이다. '글쓰기 연습은 비단으로 치장된 화려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낙타를 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굳은 의지로 그 사막을 통과하는 분만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고 또 나름대로 끄적이는 글쓰기에도 분명 목적이 있음을 허튼 노력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글귀다. 왠지 모르게 용기가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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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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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 새싹들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을 거쳐 사계절 중 하늘이 가장 높은 여름이 찾아온다. 요즘엔 사계절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듯하다. 봄이구나 싶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태양이 하루 종일 거리를 비추기 시작한다. 5~6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의 중간쯤 되는 듯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달이다. 그때 피어나는 꽃이 바로 민들레다. 민들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유럽, 미대륙 등 세계 어디서나 피어나는 생명력 강한 꽃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꽃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꽃이다. 이렇게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민들레의 꽃말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민들레의 꽃말은 '내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라고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고 늘 가까이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할 뿐이다. 민들레의 존재가 그러한 듯하다.

민들레의 꽃말처럼 자신의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서영남 대표다. 그는 과거 25년간 천주교 수사로서의 삶을 살아오셨던 분이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로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시는 CEO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을 정도의 창업 자금인 단돈 300만 원으로 국숫집을 차리신 이래 지금까지 무려 13년간을 꾸준히 운영해 오고 계신다. 그뿐만 아니라 국숫집을 시작으로 '민들레꿈 공부방', '민들레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책들레 어린이 도서관', '민들레 희망센터',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가게'를 운영 중이다. 재작년부터는 필리핀에 '민들레 국수집'을 새롭게 오픈하여 이 또한 운영 중이다. 한 달의 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반은 필리핀에서 생활해온 지 벌써 3년째 해가 된다.

그가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눔'을 위해서였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30년 가까이 해오시던 수사 생활을 접었다. 인생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국숫집을 운영하면서 숱한 고난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도 한 번도 처음의 결심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 또한 쉽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다. 나눔이란 것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 바로 나눔이라는 봉사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순수하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기에 그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런 그가 국숫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가 있다. 바로 국숫집을 자주 찾는 노숙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다. 나눔의 실천이 행한 기적이 아닐까. '오직 사랑만이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꿈꾸게 합니다'라고 말하는 서영남 대표. 그가 보여주는 사랑이란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오로지 개인의 자발적 후원을 통해 13년간 이어져온 '민들레 국수집'이다. 이와 같은 기적은 아마도 저자의 사랑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단지 한 끼 식사에 불과할지라도 하루 5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겐 하루의 행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모여 더 큰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민들레 국수집'이 오래도록 지금처럼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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