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진화의 욕망이 만들어가는 64가지 인류의 미래
카터 핍스 지음, 이진영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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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미래의 인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류의 기원의 비밀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미래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과거 역사로부터 지금까지 어떤 노력에도 풀 수 없었던 비밀은 바로 인류의 기원과 미래였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비밀을 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인류의 작은 노력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학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다윈의 진화론이다. 인간은 소우주로 표현되곤 한다. 인간의 몸은 지구의 그것과 닮아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지구란 거대한 생명체에서 파생된 작은 생명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지구의 진화와 함께 발맞추어 인간의 진화 또한 이뤄졌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에 대한 사실과 추측은 난무한다. 어느 것 하나 부정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그만큼 인간의 기원은 복잡하다. 마치 우주의 기원과 비슷하다. 우주와 지구 그리고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

진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가지각색이다. 한낱 말도 안 되는 공상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이도 있고 진화야말로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알 수 있는 이론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제껏 진화가 추구해온 패러다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진화는 단순히 어느 한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영역의 경계를 넘어선다. 종교학, 영성 철학, 생물학, 우주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진화'라는 일념 하에 서로의 사상과 관점을 존중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찰을 심도 있게 접근해 간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모든 진화 혁명가들을 '미래의 순례자'라 부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했던 것은 바로 신이라는 존재와 진화라는 개념의 접목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 둘의 존재는 물과 기름처럼 절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의 영역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세계 즉, 지구를 넘어 우주 밖의 세계 속에 속한다. 그렇다면 진화의 영역은 어떠한가. 진화를 인간 또는 지구에 국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화의 개념은 온 우주를 아우른다. 그렇기에 신과 진화는 섞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라 할 수 없다. 상호 배타적이라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진화의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고찰할 수 있는 열린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종교, 철학, 진화, 과학, 영성 이 모든 것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바로 인간이다. 인류의 미래라는 하나의 목적지로부터 파생된 여러 갈래의 길일뿐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하는 '진리'가 아닐까.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고 낯설다. 그 낯섬을 익숙함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모든 변화는 나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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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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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소설을 기억하는가. '오베라는' 이름을 가진 성질 괴팍한 '남자' 말이다. 그는 동네에서 불평불만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까칠한 이 남자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한 남자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남자다운 남자라고 해야 될까. 아무튼 때아닌 '오베' 열풍을 일으키며 급기야 스웨덴 소설에 급 관심을 갖게 했다. 스웨덴 소설이라 하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밖에 몰랐으니 내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아직 '오베'란 이름을 가진 남자를 직접 만나보진 못 했다. 그래서였을까. '오베'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작가의 차기작인 이 소설에 애착 아닌 애착을 갖게 된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저 멀리 스웨덴에서 건너온 조금 있으면 8살 생일을 맞이하는 빨간 머리의 귀여운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로 일약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돌아왔다. 이번엔 머리 희끗한 노인 대신 영특한 꼬마 아가씨를 대동하고서 말이다. 소설의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대체 무슨 뜻일까.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소녀의 모습은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


너무 영특한 나머지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성숙한 소녀 엘사. 그녀의 특기는 맞춤법 교정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틀린 말은 바로잡아준다. 이런 그녀의 성격 탓에 학교 친구들에겐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엄마는 병원 업무에 바빠 그녀를 잘 돌보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할머니다. 세상의 모든 7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손녀의 슈퍼 히어로임을 자처한다. 엘사와 할머니는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엘사 곁을 떠나간다. 할머니가 남긴 편지에는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편지를 한 통씩 배달해달라는 미션이 담겨 있다. 슈퍼 히어로의 마지막 부탁이다. 그렇게 엘사의 좌충우돌 기적과도 같은 미션이 시작된다. 편지가 한 통씩 배달될 때마다 그동안 할머니에게 들었던 '깰락말락' 나라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과연 엘사는 슈퍼 히어로 할머니의 미션을 끝까지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할머니의 편지를 마지막에 받게 될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 꼬마 숙녀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다. 소설 속에 표현된 말 그대로 '우라지게' 짜증 나는 구석이 없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 중에도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하다는 점이다. 말도 논리 정연하게 할 뿐 아니라 매사가 진중하다. 때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해야 될까. 대화를 하다 보면 오히려 어른인 나를 당황케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꼬마 숙녀 엘사가 바로 그런 아이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의 세계가 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엘사의 할머니는 그런 엘사를 이해하는 어른이다. 그런 할머니가 자신이 떠나고 남겨질 사랑하는 손녀를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바로 슈퍼 히어로의 마지막 미션인 '편지 배달'이다.


할머니가 맡긴 임무는 엘사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어리지만 영특한 손녀에게 편지 배달을 맡긴 이유가 여기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과거에 한차례 큰 슬픔을 겪었다. 바로 그때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세월이 약이라 하지만 모두에게 약이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여전히 자기 자신 안에 슬픔을 가두어둔 채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는 엘사가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랬다. 유능한 의사였던 할머니조차 오랫동안 해주지 못 했던 일이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엘사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믿음은 기적을 낳았다. 할머니가 전하고자 했던 '미안하다'라는 말에는 '사랑한다'라는 말이 숨겨져 있었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그것을 눈치챘기 때문에 슬픔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편지가 배달될 때마다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고 그 기적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모두가 행복해진다.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성질 더럽고 까칠한 남자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한 남자를 통해 주위에 행복을 퍼트렸으리라. 재치 있고 위트 있는 소설을 통해 감동을 주고 그 안에서 사랑,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로 우리 곁을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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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도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3
문지혁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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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누구나 그곳에서의 화려한 삶을 꿈꾼다. 동경의 대상. 꿈의 도시. 잠들지 않는 도시. 유혹의 도시. 하지만, 고향땅을 떠나 그곳에 정착한 이들에겐 그저 낯선 도시에 불과하다. 꿈과 희망 그리고 화려함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사라진다. 남은 것은 그저 살아내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 절박하다. 무료하다. 치열하다. 서로 다른 희망을 품고서 뉴욕을 찾아온 4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신에게 성공이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라 믿는 '지웅'.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중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와 결혼 후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처음의 부푼 기대와 달리 유학생활은 고달프다. 그날도 어김없이 박사 과정 강의에 열중하고 있던 그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아내 '미혜'다. 웬만해선 강의 중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무슨 일일까. 휴대폰을 통해 그녀의 날카로운 음성과 흐느낌이 전해진다. 센트럴파크를 조깅하던 중 히스패닉 청년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충격에 빠진 아내를 달랠 틈도 없이 대뜸 범인을 잡으려 아내를 추궁한다. 그렇게 유학생 부부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고 두 사람은 평소와 다른 밤을 보낸다. 그간 공부에 시간을 뺏겨 곁에 있는 아내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 했다. 다음날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집으로 온 '지웅'은 이내 집안에 아내가 없음을 알아챈다. 그녀가 사라졌다. 낯선 뉴욕에서 그녀가 갈 만한 곳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내의 책상을 살펴보던 중 여행책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연속해서 발견되는 의문의 글자 'P'에 주목한다. 문득 그녀가 다니던 교회 이름이 Pathfinder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교회에 연락을 한다. 교회 담당 목사인 '희광'은 '지웅'에게 만날 것을 제안한다. '희광'은 '지웅'에게 교회 청년 '평화'와 그의 아내 '미혜'가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떠돈다고 말한다. '지웅'은 아내의 실종과 '평화'라는 청년이 관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화려한 젊음의 도시, 뉴욕 맨해튼. 이곳을 배경으로 멀리 타국에서 온 이들의 숙명과도 같은 낯선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작가는 이 소설의 창작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통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중략) 고통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관계적이기도 합니다. 촘촘하게 이어진 고통의 연결고리,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고통의 이어달리기를 소설의 형태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등장인물의 고통은 연속적이다. 마치 그들은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에 놓인 생쥐처럼 앞사람의 고통의 끝자락을 붙잡고 자신의 고통을 이어간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전달한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서는 남편 지웅과 그를 돕는 척(?) 하는 목사 '희광'의 만남은 주인공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의 고통을 느꼈을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처절하다 못해 가혹하기까지 한 그의 운명이 뉴욕까지 그를 이끌었다. 고통의 끝을 바라는 그의 무의식이 낯선 이들의 도시 뉴욕을 그 무대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설의 컬러는 블랙이다. 현대를 배경을 하고 있지만 화려한 컬러를 모두 검정과 하양으로 바꿔놓은 흑백영화 같은 느낌이다. 배경음악으로는 영화 <접속> OST에 수록되기도 했던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가 적당할 것 같다. 짧은 단편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잘 짜인 플롯과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여 책을 덮기까지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은 듯하다. 짧지만 강렬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지웅의 아내 미혜의 배속에서 그 고통을 태동하고 있었다. 삶은 고통이라 했던가.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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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제대기획 부국의 조건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제도의 힘
KBS <부국의 조건>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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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현상이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들도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잘 사는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단 한 가지다. 부국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부국이란 나라 안팎으로 즉, 국가와 국민 모두가 부유함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나라의 경제 성장 지표를 일컫는 GDP 순위는 상승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한 나라를 과연 부국이라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부국'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부국과 빈국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정해지지 않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제도적인 힘에 달렸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자리하고 있는 두 개의 '노갈레스'다.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노갈레스의 부지를 일부 매입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곳엔 자그마치 3,000여 km에 달하는 장벽이 세워져있다. 그 장벽은 하나의 마을을 가르고 두 나라의 국경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하나의 이름에 두 개의 마을이 된 노갈레스의 운명은 180도 뒤바뀌었다. 북쪽에 위치한 노갈레스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안정된 정치제도 속에 다양한 기회와 공공 인프라 및 교육, 의료, 복지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다. 반대로 멕시코에 속한 노갈레스는 부정부패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정부의 비윤리적인 제도의 영향력 아래 놓이기 되었다. 그 결과 치솟는 물가와 높은 범죄율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마저 무시되는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

멕시코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국의 풍부한 자원이 일부 특권 계층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자원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날이 갈수록 빈부격차는 심각해지고 있다. 5,330만 명이 빈곤층이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멕시코의 GDP 순위는 세계 13위로 선진국 반열에 랭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수 재벌과 부패 정치인의 결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시스템이 오늘날의 멕시코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비단 멕시코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앞선 사례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현주소를 발판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건 어렵지 않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포용적인 제도와 정치적 자유에 따른 경제적 자유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대 로마는 공화정이라는 정치 시스템으로 이룩된 제국이다. 절대권력을 지양하고 다수의 의견 합일에 의한 정치는 로마 시민의 경제적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보장했다. 그러나 카이사르가 틀을 마련하고 아우구스투스가 체계를 확립한 황제정이 시작되면서 로마 제국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황제정은 권력과 부를 다수가 아닌 소수에 국한 시키며 로마를 폐쇄적인 사회로 탈바꿈 시킨다. 해상왕국 베네치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는 고대 로마의 실수를 답습하여 몰락하거나 패망한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국가가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동아시아에서 고립 국가가 되었던 과거의 대한민국, 바로 조선이다.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국가의 운명과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공명정대한 국가의 제도'다. 노사정의 쌍생을 위해 합의를 이뤄내며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부국이 된 스웨덴, 국가의 생존을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목표로 암은 싱가포르, 범국민적인 고용안정 정책으로 정치와 경제의 신뢰도를 높인 네덜란드, 독점기업 방지에 앞장선 독일. 이들 나라들의 성공적인 사례는 국가의 제도 확립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정치 경제 국가가 오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존속하는 이유다. 국민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국가의 제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부국이란 나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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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그릇 - 3만 명의 기업가를 만나 얻은 비움의 힘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하연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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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일을 하면서 스스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그때부터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까지 답을 구하지 못한 질문이기도 하다. 리더란 어느 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는 사람을 일컫는 사람을 말한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며 정해진 목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한다. 단순 명료하게 정의되는 말이지만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진정한 리더는 드물다. 서점에 가면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자기개발 서적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책이 많은 이유가 어쩌면 그만큼 리더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 많이 않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진정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해 쓰인 책이 있다. 명나라 말기 관료 중 한 명인 여곤이 쓴 『신음어』라는 책이다. 그 당시 명나라는 관료들의 중상모략과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던 시기다. 여곤은 이와 같은 조정의 타락한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30여 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치고 후학을 양성하며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해 집필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곤은 『신음어』를 쓰는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팔이 부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신음어』는 글자 그대로 '여곤이 자신의 사상을 신음하듯 토해내며 정리한 걸작'인 것이다.

덕을 가진 삶, 덕이 넘치는 인생은 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그 어떤 약보다도 건강에 도움을 준다. 덕에 대해 여곤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명예는 이익을 혼자서 독차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주위 사람에게도 나누어줘라. 자기 몫이 조금 줄었다고 해서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자기가 명예를 차지하면 누군가는 치욕을 맛보는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인물은 덕을 쌓되 명예를 양보하며 이익은 나누어준다. 또한 잘난 척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늘 행복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덕을 갖춘 리더의 모습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이 바로 덕德이라고 생각한다. 덕을 갖춘 사람은 욕심이 없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베푼다. 그들의 성공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기꺼이 그림자가 되어준다. 덕이란 자신이 가진 것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는가'이다. '버린다'라는 것은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를 '채운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덕을 갖춘 리더는 그 의미를 깨달은 사람이다.

공자 이르기를 '늘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라고 했다. 우리가 덕德을 갖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함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비롯해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행복을 나누어주기 위함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말할 때 그릇의 크기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비유하곤 한다. 리더라는 그릇의 크기와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고민해왔던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조금은 다가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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