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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제대기획 부국의 조건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제도의 힘
KBS <부국의 조건>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현상이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들도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잘 사는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단 한 가지다. 부국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부국이란 나라 안팎으로 즉, 국가와 국민 모두가 부유함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나라의 경제 성장 지표를 일컫는 GDP 순위는 상승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한 나라를 과연 부국이라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부국'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부국과 빈국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정해지지 않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제도적인 힘에 달렸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자리하고 있는 두 개의 '노갈레스'다.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노갈레스의 부지를 일부 매입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곳엔 자그마치 3,000여 km에 달하는 장벽이 세워져있다. 그 장벽은 하나의 마을을 가르고 두 나라의 국경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하나의 이름에 두 개의 마을이 된 노갈레스의 운명은 180도 뒤바뀌었다. 북쪽에 위치한 노갈레스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안정된 정치제도 속에 다양한 기회와 공공 인프라 및 교육, 의료, 복지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다. 반대로 멕시코에 속한 노갈레스는 부정부패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정부의 비윤리적인 제도의 영향력 아래 놓이기 되었다. 그 결과 치솟는 물가와 높은 범죄율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마저 무시되는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
멕시코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국의 풍부한 자원이 일부 특권 계층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자원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날이 갈수록 빈부격차는 심각해지고 있다. 5,330만 명이 빈곤층이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멕시코의 GDP 순위는 세계 13위로 선진국 반열에 랭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수 재벌과 부패 정치인의 결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시스템이 오늘날의 멕시코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비단 멕시코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앞선 사례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현주소를 발판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건 어렵지 않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포용적인 제도와 정치적 자유에 따른 경제적 자유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대 로마는 공화정이라는 정치 시스템으로 이룩된 제국이다. 절대권력을 지양하고 다수의 의견 합일에 의한 정치는 로마 시민의 경제적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보장했다. 그러나 카이사르가 틀을 마련하고 아우구스투스가 체계를 확립한 황제정이 시작되면서 로마 제국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황제정은 권력과 부를 다수가 아닌 소수에 국한 시키며 로마를 폐쇄적인 사회로 탈바꿈 시킨다. 해상왕국 베네치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는 고대 로마의 실수를 답습하여 몰락하거나 패망한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국가가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동아시아에서 고립 국가가 되었던 과거의 대한민국, 바로 조선이다.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국가의 운명과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공명정대한 국가의 제도'다. 노사정의 쌍생을 위해 합의를 이뤄내며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부국이 된 스웨덴, 국가의 생존을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목표로 암은 싱가포르, 범국민적인 고용안정 정책으로 정치와 경제의 신뢰도를 높인 네덜란드, 독점기업 방지에 앞장선 독일. 이들 나라들의 성공적인 사례는 국가의 제도 확립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정치 경제 국가가 오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존속하는 이유다. 국민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국가의 제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부국이란 나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