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로드 타이난 가오슝 - 대만 타이난과 가오슝에서 만나는 최초의 맛, 최고의 맛 테이스티로드 시리즈
김보라 외 지음 / 아토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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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나에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다. 대만은 중국에서 건너간 한족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원주민들이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대만은 과거 네덜란드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원주민의 문화와 더불어 중국, 일본, 유럽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같은 중화권에 속해 있지만 중국과 조금 다른 면이 엿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대만이라는 나라를 알게 된 건 영화를 통해서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대만 영화를 보면 이상하리만치 청춘 로맨스 영화 중에 좋은 작품들이 많다. 일례로 너무나 유명한 배우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말할 수 없는 비밀>,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청춘스타 펑위옌이 출연한 <청설>, 한 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왕대륙이 출연한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리고 최근 개봉한 <안녕, 나의 소녀>까지 가슴속에 새겨두었던 달달했던 감성을 끄집어내는 영화들이 많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배경이 된 대만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까 그런 게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나의 버킷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대만. 그런데 요즘은 영화뿐 아니라 대만의 음식들이 한국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심지어 이제는 대만 음식들이 한국에서까지 인기다. 그야말로 한국에 대만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는 대만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현지에서 먹는 것과는 천차만별. 대만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식의 맛과 향 그리고 그들만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한층 더 풍미롭게 한다.


이 책은 대만을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대만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타이난과 가오슝의 맛집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맛집이라고 해도 여행자들마다 개인차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자.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유명한 음식점부터 숨어 있는 맛집까지 60여 개의 모든 음식점을 저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먹어보고 느낀 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또한, 음식점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음식점의 위치와 정보를 보여주는 GPS 좌표와 QR코드를 함께 제공한다. 핸드폰에 구글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대만을 여행하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찾아가는데 애먹을 걱정은 이제 사라졌다. 대만은 특이하게 아침에만 문을 여는 음식점이 있는데 그런 곳이 또 맛집으로 유명하다. 그런 곳은 자칫 잘못하면 헛걸음하기 쉽다. 음식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줄만 보고 발걸음을 되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 여기에 소개된 팁을 참고하면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저자가 덧붙인 음식과 음식점에 얽힌 이야기는 여행의 재미와 맛을 더해준다. 알고 보면 더 맛있는 법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당장이라도 대만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지 못하는 내 상황이 안타까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만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설레고 좋았을까. 아쉽다. 진짜 아쉽다. 늦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20대 좀 더 젊은 청춘이었을 때 떠나지 못한 것이 지금에서도 더 아쉽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대만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대만은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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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부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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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서 미드의 인기는 어제오늘은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수고스럽게 찾아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미드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뜨겁다. 왜 그렇게 미드에 열광하는 걸까. 굳이 따져본다면 우리와 정서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름도 모르는 낯선 외국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일 뿐인데.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의 탄탄한 구성이 아닐까 싶다. 그와 더불어 이질적인 매력을 지닌 외국 배우들의 연기가 도리어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한 예로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배우  웬트워스 밀러는 '석호필'이라는 한글이름으로 친숙하게 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유명한 배우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 방영된 미드 중에서 아니, 미반영된 미드까지 모두 합쳐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드를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코 이 작품을 꼽고 싶다. 바로 메디컬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다. 현재 15시즌을 앞두고 있으니 무려 13년 동안 장수하고 있는 역대 최고 미드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메디컬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즌 1이 방영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애청하고 있다. 처음 <그레이 아나토미>를 접했을 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컬처 쇼크'였다. 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과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재미있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정서 차이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듯하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다인종, 다문화가 공생하는 나라가 아닌가. 결국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낯설었던 것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로 글로벌화가 되어가고 있다.


서두부터 미드를 언급하고 그중에서도 <그레이 아나토미>에 대해 일장 썰을 풀어놓은 이유는 한 가지다. 그 명작 미드가 존재하게 해준 한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레이 아나토미>와 더불어 <프라이빗 프랙티스>, <스캔들>, <범죄의 재구성>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숀다랜드의 숀다 라임스다. 그녀는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두 차례 선정됐고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50인, <버라이어티>의 파워우먼, <글래머>의 올해의 여성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중에서도 ‘TV의 얼굴’을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페미니스트 다수 재단(Feminist Majority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엘리너 루스벨트 전 세계 여권상을 수상한 점이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미국 드라마에서 유색인종과 성소수자가 부각되거나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은 그녀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식료품 창고에서 혼자 틀어박혀 이야기를 상상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 작가이자 제작자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을까. 한순간 우연한 계기로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서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그녀의 짧은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이자 앞만 보고 달려본 그녀가 잃어버린 사랑과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닮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제작을 책임지고 있으며 싱글맘으로 3아이의 엄마인 그녀다. 


"너는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 일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별안간 언니의 한마디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 후 그녀는 결심한다. 1년만 뭐든지 '좋아, 도전'하기로 말이다. 그녀의 모교 대학에서의 졸업 연설을 시작으로 각종 연설과 토크쇼 출연, 다이어트하기, NO라고 말하기, 비혼의 삶 살기 등 그동안 그녀가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도전해 나간다. 특히,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같이 놀아요' 주문은 1순위로 만사 제쳐두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츰 그녀는 아이들과의 유대감과 잃어버렸던 사랑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어느덧 스스로 약속한 1년은 지났지만 그녀의 '좋아,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1년간의 도전에 대한 성공이 새로운 도전으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숀다랜드를 책임자로써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며 제작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그녀의 삶은 전과 다르다. 그녀 곁에는 사랑하는 세 아이들과 늘 그녀를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으며 죽을 때까지 함께 달릴 수 있는 멋진 친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가 있다. 더 이상 식료품 창고 안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자신을 내보이는 그녀가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배우 샌드라 오가 열열한 크리스나 양이 그녀의 바라던 이상향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드라마에서 크리스티나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메러디스와 함께 자매처럼 늘 함께 했던 그녀의 빈자리가 아쉽다. 그렇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는 그녀의 도전처럼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가 계속되는 한 우리는 숀다 라임스를 계속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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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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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새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작인 <잠>이 출간된 후 꼬박 1년이 걸렸다. 이제는 모두가 알겠지만 베르베르는 1년에 한 작품씩 펴낸다.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1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의 소설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 작품이 바로 영롱한 눈빛을 띠는 고양이를 표지 전면에 내세운 이번 작품이다.


사실 고양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그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전작인 <잠>을 포함해 <제3인류>, <파피용>에도 나온다. 고양이는 신비하고 영롱한 존재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의 소설에서도 그런 존재다. 이번 작품은 아예 고양이가 1인칭 시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간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다. 그렇다고 동물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낯설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이름을 알린 작품인 <개미>도 실질적인 주인공은 사실 '개미'였으니 말이다. 이번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끔찍한 살인과 약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무분별한 테러 행위는 곧이어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의 도시는 황폐해진다. 그로 인해 과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페스트가 창궐한다. 그로 인해 남은 인류는 쥐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간다. 한편, 인간 과학자로부터 실험 대상이었던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폭파 전문가를 집사로 둔 고양이 바스테트는 테러가 끊임없이 자행되는 동안 '여섯 번째 대멸종'의 순간이 올 것을 짐작한다. 결국 고양이들의 예견대로 그런 상황이 되고 만다. 인간이 떠나버린 도시 파리는 결국 페스트의 원흉인 쥐들이 점령해버린다. 주인공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지혜로운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고양이 군대를 결성해 쥐들을 물리치며 도시 탈환 계획은 세운다. 하지만 고양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쥐 떼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연 고양이와 인간, 두 이종 간의 소통은 이뤄질까. 그들은 힘을 합쳐 쥐 떼의 무서운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루는 주제는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것들이다. 테러와 전쟁. 가장 무겁고도 무서운 주제다. 그렇지만 작가 특유의 글솜씨는 무거운 주제를 표면에 드러내진 않는다. 그 이유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통이다. 그 소통이란 종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 즉, 이종 간의 소통이다. 사실 이것은 그리 낯설지는 않다. <개미>에서 개미박사 에드몽 웰스와 10368호 개미를 생각하면 말이다. 어쩌면 '소통'은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스테트..... 바스테트!

나를 부르는 소리, 내게 말을 거는 소리, 나는 눈을 번쩍 뜬다.

"죽은 줄 알고 걱정했잖아."

피타고라스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게.... 내가 있잖아..... 뭘 깨달았는데, 순간 섬뜩했어. 가능할 줄 몰랐거든. 나는 아직 그런 도저한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배를 위로 드러내고 나란히 눕는다.

"분명히 네가 어딘가 달라지긴 달라졌어. 어떤 깨달음인데?"

"우리는 공(空)이며,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 그것을 구성한다는 사실이야."

피타고라스가 깊이 숨을 들이쉰다.

"재미있는 발상이네"

"이 무(無)에 육체의 형태를 부여하고 개체로서의 지각을 갖게 하는 건 바로 생각이야. 하나의 생각에 불과한 이 개체에 어떤 것이 <생긴다>고 우리는 믿지. 하지만 우리가 육신의 껍데기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지각만 해도 우리는 무한한 존재가 될 수 있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 곧 우리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

피타고라스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바스테트는 이 깨달음을 통해 마침내 인간과의 소통에 성공한다. 종간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통. 커뮤니케이션.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활한 소통을 원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로 다른 인격체가 만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통이 당연한 것이고 소통이 비정상적인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작가는 고양이 바스테트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에 만연하는 각종 테러의 원인은 결국 소통의 부재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낳은 결과물이다. 작금의 사태는 인류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러한 현실을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 잘못을 깨닫고 서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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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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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바닥은 평발이다. 지금에서야 이 같은 사실이 큰 가십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저 '아 정말?' 이 정도일까. 한때는 평발이면 군 복무 면제 사유가 될 정도로 나름 큰 이슈였다. 지금은 '그땐 그랬지'하고 웃으며 회상할 따름이다. 만약 평발인 당신에게 '평발은 질병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게 뻔하다. 그만큼 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딱히 일상생활을 하면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발은 엄연한 질병이다.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에게 나타나는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질병이다.


인류에게 발병하는 비정상적인 질병에는 평발 외에 다양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형 당뇨병, 심장병, 생식기 암과 같은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알레르기, 근시, 사랑니, 평발, 골다공증 등의 기능장애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질병은 모두 현대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징후들이다. 인류가 진화하며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오는 과정 속에서 점차 발병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 역사의 아이러니함을 경험한다. 인류가 진화하며 문명이 발달해 감에 따라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혜택 중 하나가 바로 생명 연장이다. 기원전으로 올라가 최초의 인류부터 지금의 현대인의 삶을 비교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 바로 앞서 말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현대인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인류 진화와 문명의 발달로 인해 발병하게 된 비정상적인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가 겪고 있는 비정상적인 질병의 원인을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찾아본다. 진화의학이란 무엇일까. 진화의학은 의학과 진화생물학이 연결된 학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의학은 질병의 지근 요인을 추구한다. 즉, 질병이 발생하게 만든 가장 가까운 원인을 찾는다.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과 지방의 과다 섭취에서 찾는 경우다. 그와 달리 진화의학은 그 질병이 발병하게 된 근원적인 원인을 찾는다. 즉, 인류의 전화론적 관점에서 원인 규명을 한다.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진화해오는 과정 속에서 질병의 원인 규명을 모색한다.


어쩌면 현대인이 앓고 있는 무수히 많은 원인 규명의 질병들의 원인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찾을 일이 아닌 듯하다.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봐도 인류의 식생활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질병의 발병 요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본다면 진화의학이야말로 인류에게 불어닥칠 질병 예방의 근원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옛말에 이르기를 '너무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주위엔 일상생활을 더욱 풍족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로 넘쳐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것은 곧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가능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현대의 문명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한 삶이 인류를 점점 쇠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몸은 신기할 정도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기능은 점차 강화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점점 쇠퇴해진다. 우리가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기능장애는 어쩌면 그 일환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의학 기술과 약물 치료가 아닌 우리 몸의 원래 기능을 되찾는 일이 아닐까.


앞으로 인류의 미래엔 과연 어떤 질병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을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는 어떠할까.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을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올바른 대처 자세를 논할 수 있는듯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접근하는 진화의학적인 접근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우리에게 문명화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곧 다른 의미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다만, 모든 것에서 그래왔다면 적어도 내 몸을 사용하는 측면에서는 '쓰지 않아 생기는 병'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 작은 행동이 인류의 건강한 진화의 초석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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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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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영화 <노팅힐>을 좋아한다. 영화는 영국의 작은 여행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미국 유명 여배우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멜로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따뜻하고 감미로운 영화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며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다.


처음부터 영화 얘기를 꺼낸 건 다름 아닌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책 속 직원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이 즐비한 곳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그 장면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손님: (두리번거리며) 디킨스 책이 있나요?

직원: 아뇨, 이것 참, 저희는 여행 책 서점이라서요. 여행책만 팔아요

손님: 아, 그렇군요. 그럼 새로 나온 존 그리샴 스릴러는요?

직원: 음, 아뇨, 그것도 소설이잖아요, 그렇죠?

손님: 아, 그렇군요. 위니 더 푸(곰돌이 푸)는 있어요?

직원: (졌다는 표정으로) 마틴, 네 손님이야.

여행 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에서 엉뚱하게 책을 찾고 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그저 황당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웃고 말았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묘하게 이 장면에서 웃음꽃이 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한마디로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점에 온 손님들의 황당한 질문 혹은 요청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제인 에어>는 영국의 여류 작가인 샬롯 브론테가 쓴 소설이다. 그런데 서점에 온 한 손님은 이렇게 묻는다. "혹시 제인 에어가 쓴 책 있나요?" <제인 에어>가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거니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에 착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순간 아무 대답도 생각나지 않는다. 설명에 앞서 그저 저절로 웃음이 지어질 뿐이다. 또 다른 손님은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다른 서점에 와서 영수증을 내밀며 환불 요청을 하기도 한다. 두 아이이의 엄마인 한 손님은 마트에 가서 장 좀 보고 올테니 잠시만 아이를 맡아 달라고 한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얘기들인데 실화란다. 그 생각에 또 한번 웃음이 빵 터진다.


서점에 자주 드나들며 진열되어 있는 책도 보고 보고 싶던 책도 사곤 하지만 한 번도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접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가 직접 경험한 100% 실화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재미있다. 하루 종일 작은 서점에서 일하며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을 찾는 손님도 다양할뿐더러 하루 종일 서점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책을 진열하기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럴 때 찾아오는 엉뚱한 매력의 손님이 주는 작은 웃음은 그야말로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서점에 가서 서점 직원에게 황당한 요구를 하진 말기를. 서점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에티켓을 벗어나지는 말자.


처음부터 끝까지 입꼬리가 올라간 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단숨에 읽어버려서 조금 아쉽다. 좀 더 유쾌한 책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가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바램은 당분간은 이뤄질 듯하다. 이 책이 '서점에 찾아온 엉뚱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시리즈의 첫 책이라고 하니 말이다. 국내에도 그다음 이야기가 번역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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