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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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새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작인 <잠>이 출간된 후 꼬박 1년이 걸렸다. 이제는 모두가 알겠지만 베르베르는 1년에 한 작품씩 펴낸다.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1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의 소설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 작품이 바로 영롱한 눈빛을 띠는 고양이를 표지 전면에 내세운 이번 작품이다.


사실 고양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그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전작인 <잠>을 포함해 <제3인류>, <파피용>에도 나온다. 고양이는 신비하고 영롱한 존재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의 소설에서도 그런 존재다. 이번 작품은 아예 고양이가 1인칭 시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간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다. 그렇다고 동물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낯설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이름을 알린 작품인 <개미>도 실질적인 주인공은 사실 '개미'였으니 말이다. 이번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끔찍한 살인과 약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무분별한 테러 행위는 곧이어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의 도시는 황폐해진다. 그로 인해 과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페스트가 창궐한다. 그로 인해 남은 인류는 쥐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간다. 한편, 인간 과학자로부터 실험 대상이었던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폭파 전문가를 집사로 둔 고양이 바스테트는 테러가 끊임없이 자행되는 동안 '여섯 번째 대멸종'의 순간이 올 것을 짐작한다. 결국 고양이들의 예견대로 그런 상황이 되고 만다. 인간이 떠나버린 도시 파리는 결국 페스트의 원흉인 쥐들이 점령해버린다. 주인공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지혜로운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고양이 군대를 결성해 쥐들을 물리치며 도시 탈환 계획은 세운다. 하지만 고양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쥐 떼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연 고양이와 인간, 두 이종 간의 소통은 이뤄질까. 그들은 힘을 합쳐 쥐 떼의 무서운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루는 주제는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것들이다. 테러와 전쟁. 가장 무겁고도 무서운 주제다. 그렇지만 작가 특유의 글솜씨는 무거운 주제를 표면에 드러내진 않는다. 그 이유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통이다. 그 소통이란 종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 즉, 이종 간의 소통이다. 사실 이것은 그리 낯설지는 않다. <개미>에서 개미박사 에드몽 웰스와 10368호 개미를 생각하면 말이다. 어쩌면 '소통'은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스테트..... 바스테트!

나를 부르는 소리, 내게 말을 거는 소리, 나는 눈을 번쩍 뜬다.

"죽은 줄 알고 걱정했잖아."

피타고라스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게.... 내가 있잖아..... 뭘 깨달았는데, 순간 섬뜩했어. 가능할 줄 몰랐거든. 나는 아직 그런 도저한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배를 위로 드러내고 나란히 눕는다.

"분명히 네가 어딘가 달라지긴 달라졌어. 어떤 깨달음인데?"

"우리는 공(空)이며,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 그것을 구성한다는 사실이야."

피타고라스가 깊이 숨을 들이쉰다.

"재미있는 발상이네"

"이 무(無)에 육체의 형태를 부여하고 개체로서의 지각을 갖게 하는 건 바로 생각이야. 하나의 생각에 불과한 이 개체에 어떤 것이 <생긴다>고 우리는 믿지. 하지만 우리가 육신의 껍데기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지각만 해도 우리는 무한한 존재가 될 수 있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 곧 우리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

피타고라스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바스테트는 이 깨달음을 통해 마침내 인간과의 소통에 성공한다. 종간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통. 커뮤니케이션.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활한 소통을 원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로 다른 인격체가 만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통이 당연한 것이고 소통이 비정상적인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작가는 고양이 바스테트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에 만연하는 각종 테러의 원인은 결국 소통의 부재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낳은 결과물이다. 작금의 사태는 인류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러한 현실을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 잘못을 깨닫고 서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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