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부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미드의 인기는 어제오늘은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수고스럽게 찾아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미드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뜨겁다. 왜 그렇게 미드에 열광하는 걸까. 굳이 따져본다면 우리와 정서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름도 모르는 낯선 외국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일 뿐인데.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의 탄탄한 구성이 아닐까 싶다. 그와 더불어 이질적인 매력을 지닌 외국 배우들의 연기가 도리어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한다. 한 예로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배우  웬트워스 밀러는 '석호필'이라는 한글이름으로 친숙하게 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유명한 배우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 방영된 미드 중에서 아니, 미반영된 미드까지 모두 합쳐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드를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코 이 작품을 꼽고 싶다. 바로 메디컬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다. 현재 15시즌을 앞두고 있으니 무려 13년 동안 장수하고 있는 역대 최고 미드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메디컬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즌 1이 방영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애청하고 있다. 처음 <그레이 아나토미>를 접했을 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컬처 쇼크'였다. 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과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재미있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정서 차이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듯하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다인종, 다문화가 공생하는 나라가 아닌가. 결국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낯설었던 것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로 글로벌화가 되어가고 있다.


서두부터 미드를 언급하고 그중에서도 <그레이 아나토미>에 대해 일장 썰을 풀어놓은 이유는 한 가지다. 그 명작 미드가 존재하게 해준 한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레이 아나토미>와 더불어 <프라이빗 프랙티스>, <스캔들>, <범죄의 재구성>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숀다랜드의 숀다 라임스다. 그녀는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두 차례 선정됐고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50인, <버라이어티>의 파워우먼, <글래머>의 올해의 여성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중에서도 ‘TV의 얼굴’을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페미니스트 다수 재단(Feminist Majority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엘리너 루스벨트 전 세계 여권상을 수상한 점이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미국 드라마에서 유색인종과 성소수자가 부각되거나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은 그녀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식료품 창고에서 혼자 틀어박혀 이야기를 상상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 작가이자 제작자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을까. 한순간 우연한 계기로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서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그녀의 짧은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이자 앞만 보고 달려본 그녀가 잃어버린 사랑과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닮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제작을 책임지고 있으며 싱글맘으로 3아이의 엄마인 그녀다. 


"너는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 일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별안간 언니의 한마디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 후 그녀는 결심한다. 1년만 뭐든지 '좋아, 도전'하기로 말이다. 그녀의 모교 대학에서의 졸업 연설을 시작으로 각종 연설과 토크쇼 출연, 다이어트하기, NO라고 말하기, 비혼의 삶 살기 등 그동안 그녀가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도전해 나간다. 특히,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같이 놀아요' 주문은 1순위로 만사 제쳐두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츰 그녀는 아이들과의 유대감과 잃어버렸던 사랑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어느덧 스스로 약속한 1년은 지났지만 그녀의 '좋아,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1년간의 도전에 대한 성공이 새로운 도전으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숀다랜드를 책임자로써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며 제작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그녀의 삶은 전과 다르다. 그녀 곁에는 사랑하는 세 아이들과 늘 그녀를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으며 죽을 때까지 함께 달릴 수 있는 멋진 친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가 있다. 더 이상 식료품 창고 안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자신을 내보이는 그녀가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배우 샌드라 오가 열열한 크리스나 양이 그녀의 바라던 이상향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드라마에서 크리스티나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메러디스와 함께 자매처럼 늘 함께 했던 그녀의 빈자리가 아쉽다. 그렇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는 그녀의 도전처럼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가 계속되는 한 우리는 숀다 라임스를 계속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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