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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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한다는 것, 보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상해본 적이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듣고, 본다는 것은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한 번도 그것들에 소중함을 생각해보지 못 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듣을 수 있는 시간이, 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금 이 순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고선 상상해보라.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무 생각도 안날 것이다. 단지 '어떡하지'라는 한 마디가 머릿속을 맴돌기만 할 뿐. 이렇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소중함을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것들을 잃어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책의 작가는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 세상과 소리로 소통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제일 자신 있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그녀는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그런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이 세상의 일부가 되었고 그렇게 그림 작가가 되었다. ​누구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은 그녀를 위해 있는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렇게 그녀가 꿈꾸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런 그녀의 행복에 신은 질투를 느낀 것일까. 신은 세상 사람들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아직 그녀에게 주어진 시련의 무게가 덜했던 것일까. 이제는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은 유전병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 앞으로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듣지 못하고 점점 시력도 잃어가는 그녀가 하루하루를 긍정의 마음으로 채워가는 일상을 보여준다. 듣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게 되지만 그래도 아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따뜻한 손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 감동이다. 만약 내가 그녀라면 지금쯤 난 반은 미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이란 신은 모두 저주하면서.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거냐고 울부짖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한탄하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다른 것에 감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삶을 선택한 것 같다. 존경스럽다. 그 누구도 그렇게 쉽게 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그려낸 그림과 이야기들, 그녀의 마음속에 깊은 곳에 담겨있는 울림이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한다.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들을 보면서 새삼 지금의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하루하루 힘들다고 투정 부리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이제는 주어진 내 일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2의 삶의 살고 있는 내게 어쩌면 이 책을 읽게 된 이 시간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 힘내자. 그리고 오늘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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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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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가 있다. 바로 한국 영화 사상 1700만이라는 최고의 관객 동원을 한 <명량>이다. 이 영화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군에 맞서 싸운 전쟁 일화를 다룬 작품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대나무처럼 곧은 한결같은 충신으로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있다. 심지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우리나라와 적대관계를 끊지 못하는 일본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우리가 임진왜란의 역사를 돌아볼 때 누구나 이순신 장군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인데 이순신 장군 못지않게 임진왜란 당시 중요한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유성룡이다. 책 표지에 언급된 '전시 재상'이라는 말은 사실 그 당시 적국이었던 일본에서 유성룡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유성룡이 전쟁 당시 적국에 대한 영향력이 컸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가 후세에 남긴 <징비록>은​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전쟁이 조선에 남긴 것은 무엇인지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누구보다 전쟁 당시 중심적 위치에 있던 그의 자필 기록이다. 소설 <징비록>은 그것을 바탕으로 임진왜란을 소설로 재 탄생 시킨 작품이다. 현재는 이 작품을 비롯 징비록과 관련된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드라마로도 방송되고 있다.

 

징비록은 슬픈 책이다. 조국 조선에서는 폄하되고 도리어 적국 일본에서 출간되고, 읽히고,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다. 조선은 <징비록>을 외면하면서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왜 패전했는지 따지지 않았지만 도리어 침략자 일본은 <징비록>을 탐독하면서 왜 조선을 병탄하지 못했는지 철저히 연구, 마침내 300년 뒤 더 갈고닦은 전략과 전술로 조선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더라도, 나라와 겨레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쓴 전시 재상 유성룡의 참회문이자 사후 약방문인 <징비록>은 저술 직후부터 일제에 강점될 때까지 3백여 년간 줄곧 외면받았으며, 오늘까지 그 대가로 남북 분단 중이며, 그래서 왜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작가의 말 中에서 -

전시 재상 유성룡이 우리에게 남긴 <징비록>은 결코 가볍지 않은 선조의 유물인 듯하다. 요즘처럼 역사에 대한 의식이 난무하고 친일 역사를 종용하고 찬미하는 사태를 볼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앞서 작가의 말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일본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임진왜란 당시 재상 유성룡과 이순신 장군을 앞세워 왜적을 물리쳤다. 나라를 살린 그 두 사람을 필두로 한 여러 공신들을 삭탈관직시키고 역적으로 내몰아 죽음으로 몰아갈 때 적국인 일본은 오히려 그들의 명민한 전략 전술을 분석하여 후에 30년이 넘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일제 치하의 역사를 안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작금의 현실을 돌이켜봤을 때 날로 심각해지는 일본의 국제 정세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와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범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갈 때만이 가능할 일일 것이다. '아직 왜란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작가의 말이 그런 우리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와 자극을 주는 말이 되기엔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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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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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심리 추리소설이란 이런 것일까. 실로 오랜만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그런 작품을 만난 듯하다. <너는 모른다>는 프랑스 추리소설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추리문학 상을 휩쓸며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 팬들을 사로잡은 카린 지에벨이 국내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가끔 눈코 뜰 새 없이 책에 몰두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 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카린 지에벨의 소설이 바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은 후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기욤 뮈소 이후 처음인것 같다. 작가가 이렇게 인간 내면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내어 소설 속에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다양한 경험을 한 작가의 이력이 한몫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임에도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방식을 뒤집는다. 추리 소설이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주인공이 해결하는 방식의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카린 지에벨의 <너는 모른다>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그 주변 인문들에 의한 사건 조사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처음 접하는 낯선 스토리 전개 방식에 긴장감이 한층 더 가미되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12월 한 겨울의 늦은 밤, 프랑스 브장송 경찰서의 유능한 형사인 브누아 로랑 경감은 한 여인을 만난다. 첫눈에 보기에도 매력적인 그녀. 하지만, 그녀는 평온했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운명 같은 여자였다. 시내로 접어드는 나들목에서 차가 고장 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게 되고 답례로 그녀와 함께 술 한잔하게 되는 브누아 경감. 하지만, 어느 순간 취기가 도는가 싶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다음날 아침, 그는 낯선 지하실 철창 안에서 감금된 채 깨어나게 된다. 한순간 그는 낯선 여자의 인질이 되고 만다. 리디아라 불리는 이 낯선 여인은 브누아 경감을 15년 전 실종된 자신의 쌍둥이 자매인 오렐리아의 납치 살해범으로 지목하며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쌍둥이 자매의 유품인 펜던트가 그를 범인으로 오인하게 만든 증거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조작된 증거라는 점을 알게 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리디아는 아량곳 하지 않고 점점 더 고문을 가한다. 한편 현직 경찰의 실종으로 브장송 경찰서는 비상이 걸리고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된다. 과연 리디아와 브누아 경감 사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고 사건 수사는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 것인가.

<너는 모른다> 소설의 제목​처럼 때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낯선 상대방으로부터 가해를 당한 적이 있을까. 쉬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사실 알게 모르게 흔하다. 서로 무시한 채 지나쳐 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을 하던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 주인공인 브누아 경감처럼 말이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유능한 형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잘못된 여성 편력을 갖고 있다. 사실 그가 낯선 여인에게 알 수 없는 감금과 고문을 당하는 이유는 그 자신의 언행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것이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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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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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성장 이야기는 50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의 어느 곳에서든 10대는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는 내내 10대의 그때 그 시절로 회기 한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사실 이 책은 최근에 쓰인 것은 아니다. 1956년도에 첫 출간을 했으니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10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저자 본인이 10대 시절에 이 책을 썼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만큼 10대들이 겪는 문제들을 사실감 있게 책 속에 녹아 낼 수 있었음이라. 저자의 삶은 마치 젊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더더욱.

10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방황을 한다. 흔히 성장통이라 일컬어지는 10대들만이 겪는 고통.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뎌내고 극복해내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정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삶이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법이랬던가. 모든 것이 처음이며 새로울 수밖에 없는 10대들. 소설에선 십 대 소녀의 사랑과 상처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십 대인 저자가 써 내려간 소설이기에 더더욱 십 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일 듯싶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불만이 가득한 열다섯 살 소녀 코트니. 그녀는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은 조숙해 보인다. 평소의 차림새부터 말투와 행동거지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게 그녀의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버지가 있는 뉴욕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할리우드를 오가는 삶을 살고부터는 아닐까 싶다. 그런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왠지 위험해 보이는 사랑이랄까. 그 이유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성의 선생님. 결코 행복한 결말을 예상할 수 없었던 그녀와의 사랑으로 인해 코트니는 세상의 무력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할리우드에 있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할리우드에서의 새 삶은 조숙한 코트니에겐 너무 이른 환경 변화였을까.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세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걷잡을 수 없는 코트니의 삶은 친구의 자살로 인해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 과연 코트니는 방황하는 10대 시절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방황, 술, 담배, 마약, 섹스, 자살 등등. 이런 말들이 과연 10대들에게 어울리는 말들일까. 그네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그 단어들은 결코 친숙하지 못한 것들이다. 오히려 멀리해야 될 불건전한 것들이다. 하지만, 십 대들의 모습에서 그런 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은 왜일까. 십 대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모두가 새롭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그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세상을 빨아들인다. 그러면서 그들 스스로 여과작용하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지금의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그러면서 '진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 조숙한 코트니가 겪었던 많은 일들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십 대 시절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조급한 마음에 세상에 좀 더 일찍 나아가려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려 하곤 했던 것 같다. 아무리 따라 하고 흉내를 내도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 하루아침에 십 대에서 어른이 될 수 없듯이 그들이 겪는 일종의 성장통은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을 갈고닦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십 대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그들을 지지해주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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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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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있어왔던 논란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회고록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명성 때문일까. 저자의 그간의 빛나는 치적 때문일까. 세간의 평은 다소 엇갈리는 듯하다.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반성 스타일이요, 다른 하나는 자화자찬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의 자서전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이러한 듯하다. 소위 보수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자서전들은 자화자찬인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에 진보 성격의 대통령의 자서전들은 자기반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대통령의 시간>이란 전임 대통령의 회고록은 어떠할까.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의 평은 자화자찬 일색이 다분하다고 말을 한다. 회고록, 자서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역임했던 사람의 그간의 행적을 기록하는 행위를 우리는 흔히 대통령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서 기록이란 단순히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만을 나열하는 식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되기 전의 모습에서부터 대통령이 된 후 재임기간의 모습까지 다양한 각도로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회고록이며 자서전이다. 그렇다면 자서전이란 어떤 성격의 글이어야 하는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아니 읽기 전부터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은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숨김없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내고 이에 대해 평가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의미에 부합되는 자서전을 써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뭐랄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보답을 했다고 해야 할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개인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 수 있고 느낀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평가가 올바르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분명 오판을 범할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그만큼 정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바로 그러한 개개인들일 것이다. 사회, 정치에 눈이 밝은 독자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대부분이 사실 정치에 문외한이다. 한마디로 잘 모른다. 당장 하루 먹고살기 바쁜 이들에게 정치인들이 벌이는 탁상공론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까. 소귀에 경 읽는 경우와 다름없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의 정치 행각을 피부로서 체감한다. 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민심이 흉흉해지는 까닭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감히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겠다. 그만큼 잘한 일이 있으면 못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서전은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보고서가 아니다.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서 전 국민들이 지나간 5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일종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시간>이 담고 있는 내용은 많은 부분 모자란 듯하다. 칭찬이나 꾸지람의 몫은 자서전을 읽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진정성을 갖고 꾸밈없이 솔직 담백하게 5년의 시간을 채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회고록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어서 2부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내용은 어떠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이번에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긴 내용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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