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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웰메이드 심리 추리소설이란 이런 것일까.
실로 오랜만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그런 작품을 만난 듯하다. <너는 모른다>는 프랑스 추리소설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추리문학 상을
휩쓸며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 팬들을 사로잡은 카린 지에벨이 국내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가끔 눈코 뜰 새 없이 책에 몰두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 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카린 지에벨의 소설이 바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은 후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기욤 뮈소 이후 처음인것 같다. 작가가 이렇게 인간 내면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내어 소설 속에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다양한 경험을 한 작가의 이력이 한몫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임에도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방식을 뒤집는다. 추리 소설이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주인공이 해결하는 방식의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카린
지에벨의 <너는 모른다>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그 주변 인문들에 의한 사건 조사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처음 접하는 낯선 스토리 전개 방식에 긴장감이 한층 더 가미되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12월 한 겨울의 늦은 밤, 프랑스 브장송
경찰서의 유능한 형사인 브누아 로랑 경감은 한 여인을 만난다. 첫눈에 보기에도 매력적인 그녀. 하지만, 그녀는 평온했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운명 같은 여자였다. 시내로 접어드는 나들목에서 차가 고장 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게 되고 답례로 그녀와 함께 술 한잔하게 되는
브누아 경감. 하지만, 어느 순간 취기가 도는가 싶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다음날 아침, 그는 낯선 지하실
철창 안에서 감금된 채 깨어나게 된다. 한순간 그는 낯선 여자의 인질이 되고 만다. 리디아라 불리는 이 낯선 여인은 브누아 경감을 15년 전
실종된 자신의 쌍둥이 자매인 오렐리아의 납치 살해범으로 지목하며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쌍둥이 자매의
유품인 펜던트가 그를 범인으로 오인하게 만든 증거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조작된 증거라는 점을 알게 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리디아는
아량곳 하지 않고 점점 더 고문을 가한다. 한편 현직 경찰의 실종으로 브장송 경찰서는 비상이 걸리고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된다. 과연 리디아와
브누아 경감 사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고 사건 수사는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 것인가.
<너는 모른다> 소설의
제목처럼 때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낯선 상대방으로부터 가해를 당한 적이 있을까. 쉬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사실 알게 모르게 흔하다. 서로 무시한 채 지나쳐 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을 하던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 주인공인 브누아 경감처럼 말이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유능한 형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잘못된 여성 편력을 갖고 있다. 사실
그가 낯선 여인에게 알 수 없는 감금과 고문을 당하는 이유는 그 자신의 언행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것이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