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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전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있어왔던
논란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회고록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명성 때문일까. 저자의 그간의 빛나는 치적 때문일까. 세간의 평은 다소 엇갈리는 듯하다.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반성 스타일이요, 다른 하나는 자화자찬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의 자서전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이러한 듯하다. 소위 보수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자서전들은 자화자찬인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에
진보 성격의 대통령의 자서전들은 자기반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대통령의 시간>이란 전임 대통령의 회고록은 어떠할까.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의 평은 자화자찬 일색이 다분하다고 말을 한다. 회고록, 자서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역임했던 사람의 그간의
행적을 기록하는 행위를 우리는 흔히 대통령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서 기록이란 단순히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만을 나열하는 식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되기 전의 모습에서부터 대통령이 된 후 재임기간의 모습까지 다양한 각도로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회고록이며 자서전이다. 그렇다면 자서전이란 어떤 성격의 글이어야 하는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아니 읽기 전부터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은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숨김없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내고 이에 대해 평가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의미에 부합되는 자서전을 써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뭐랄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보답을 했다고 해야 할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개인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 수 있고 느낀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평가가 올바르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분명 오판을 범할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그만큼 정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바로 그러한 개개인들일 것이다. 사회, 정치에 눈이 밝은 독자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대부분이 사실 정치에 문외한이다.
한마디로 잘 모른다. 당장 하루 먹고살기 바쁜 이들에게 정치인들이 벌이는 탁상공론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까. 소귀에 경 읽는 경우와 다름없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의 정치 행각을 피부로서 체감한다. 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민심이 흉흉해지는 까닭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감히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겠다. 그만큼 잘한 일이 있으면
못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서전은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보고서가 아니다.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서 전 국민들이 지나간
5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일종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시간>이 담고 있는 내용은 많은 부분 모자란 듯하다. 칭찬이나 꾸지람의 몫은 자서전을 읽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진정성을 갖고 꾸밈없이 솔직 담백하게 5년의 시간을 채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회고록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어서 2부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내용은 어떠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이번에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긴 내용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