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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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의 우정을 그린 작품들이 참 많다. 소설을 비롯하여 애니매이션이나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나 드라마 등 그 수는 미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어릴적 기억을 떠올렸을 때 곧바로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플란더스의 개>가 아닐까 싶다. 약 20여녀전 내가 처음 그 작품을 만난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플란더스의 개>였다. 어린 소년 네로와 파트라슈라는 개와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위다라는 작가에 의해 187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그 이후 1975년 일본 쿠로다 요시오 감독에 의해 TV 애니메이션 각색되어 방송되었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얼마전엔 소설 고전 작품으로 읽게 되었는데 어릴적 만화영화나 동화책으로 보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감동을 받았다.

영국에 ​위다의 소설 <플란더스의 개>가 있고 일본에 쿠로다 요시오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플란더스의 개>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바로 <벨과 세바스찬>이 있다. 이는 1960년대 프랑스 TV에서 방영되었던 국민 드라마다. 10년 넘게 재방송될 정도로 프랑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어 속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렇게 소설로 재탄생하게 된 <벨과 세바스찬>은 어릴적 동명의 드라마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작가가 TV 드라마를 새롭게 각색하여 쓴 리메이크 작품이다. 소년과 개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시대적 배경과 스토리 전개는 구별된다. 소설 <벨과 세바스찬>은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군의 유대인 학살과 독일군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떠돌이 개 벨과 순수한 소년 세바스찬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기전 사실 <플란더스의 개>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것은 사실이다. 워낙 어릴적 그 감동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인지 비슷한 주제의 소설이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렇게 무심코 첫 페이지를 넘기며 한장, 한장 읽어가는 사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니콜라 바니에가 부린 마법에 걸린 듯했다. 요즘의 어린 세대들에게도 작가가 느꼈던 감동을 주고자 했던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고 해야될까. 작가가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는 요즘의 독자들이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어떤 장면에서는 긴박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벨을 따라 독일군의 추적을 피해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을 넘어 춥고 매서운 겨울산을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무사히 스위스에 도착한 일행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듯하다.

작년 3월 프랑스 국민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국내 개봉을 했었다. 프랑스 국민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일까. 이 영화를 위해 뭉친 배우들도 모두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들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엔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배우가 있는데 바로 소설 속 투박한 사냥꾼인 앙드레 역을 맡은 배우가 1960년대 TV 드라마에서 세바스찬을 연기했던 아역 배우라고 한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동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인연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봤기 때문에 영화 <벨과 세바스찬>이 무척 기대된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설원이 가득한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한 벨과 세바스찬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감동을 영화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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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차이나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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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이제는 전 세계가 중국을 부를 때 이렇게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메이드 인 차이나,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한 중국의 현재 모습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 세계의 유일한 패권 국가인 미국을 넘어서 향후 20년 후면 중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거대한 중국의 힘을 실감하고 있는 현재 중국의 진짜 모습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이 책은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사회 체제하에서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의 숨겨진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그 힘은 도대체 얼마나 큰지 그 실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헤친다.

얼마 전 KBS에서는 특별기획으로 날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 8부작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하여 방송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많은 언론 미디어에서 이를 주목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미디어에서 다룬 것보다 심도 있게 다양한 방면에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중국의 모습에 열광했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중국에 대해 알릴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비하인드스토리를 덧붙여 다시 한번 중국의 힘의 실체를 다룬다. 400 페이지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시피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그동안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중국의 실체가 비로소 드러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그동안 몰랐던 중국의 모습에 놀라는 한편 경이롭기까지 하다.

중국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같은 한문화권에 속하면서 양국 간 많은 교류가 있어왔고 많은 영향을 끼치고 받아왔다. 이는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현재의 중국의 모습과 앞으로의 중국의 위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받게 될 것이 자명 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그에 더불어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슈퍼 차이나>에서는 차이나 파워의 실체를 총 7개 파트로 나뉘어 분석하고 향후 모습을 예견한다. 첫째, 세계 최고의 소비력, 13억 인구의 힘.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오늘날의 중국을 있기 만든 13억 인구의 힘을 파헤친다. 둘째, 짝퉁을 넘어 세계 1위로, 중국 기업의 힘.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래의 중국을 이끌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파헤친다. 셋째, 지구촌을 집어삼킨다, 차이나 머니 파워. 외한 보유고 1위인 중국의 돈이 전 세계 구석구석 사용되고 있는 현 상황을 파헤친다. 넷째,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팍스 시니카.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에 이어 이제는 팍스 시니카를 꿈꾸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파헤친다. 다섯째, 땅이 지닌 잠재력, 대륙의 힘. 중국이 지니고 있는 자원과 거대한 대륙을 관통하는 교통혁명 등 과거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의 대륙 산업에 대해 파헤친다. 여섯째, 강국을 향한 전략, 소프트파워. 중국을 대표로 하는 동양 사상, 영화, 방송 등 중국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의 문화 전략을 파헤친다. 마지막 일곱째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견과 달리 공산주의 사회 체제를 고수하면서 지금의 경제 강국을 이루어낸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을 파헤친다.

중국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의 역사는 깊고 넓다는 의미다. 중국의 고대 문헌의 방대함이 이를 증명한다. 단기간 내에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오늘날의 중국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중국의 공산당이 법위에 존재하는 최고의 권력 집단이다. 그만큼 폐쇄적인 집단에 의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저작권법이 존재하며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짝퉁을 생산하는 나라다. 이제는 오히려 전 세계 소비자들과 기업이 중국의 짝퉁을 찾게 만든 나라다. 현재의 중국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마치 까면 깔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것이 마치 양파와 같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겨먹는 중국인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음식이 바로 양파다. 아이러니를 넘어 어떤 숙명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건 괜한 우려일까.

사실 중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가 되었는지는 피부로 느껴진다. 그 영향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떠나 한낱 개인인 나조차도 실감을 하는 정도면 이미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치, 사회, 경제계의 전문가들은 두말할 필요 없을 듯하다. 몇십 년 사이 G2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해 향후 미국을 넘어 제2의 패권국가가 되리라 예상하는 이들이 흔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래는 어느 누구에게나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정해져 있는 길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의 모습에서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차이나 파워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재의 중국을 잘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향후 우리나라가 차이나 파워에 먹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되지 않고 자주독립적인 국가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대등한 입장에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슈퍼 차이나> 이 책은 우리가 중국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쉽게 한 발 내밀 수 있게 도와줄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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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박경숙 지음 / 문이당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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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미국은 자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메리칸드림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미국은 여러 민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국가이며 여전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온다.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이민자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이 존재하는 듯하다. 미국 내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재미동포라 부른다. 과거 조선 땅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녀들을 낳아 키우며 자리를 잡은 선조들의 자녀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이민을 온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을 등지고 바다를 건너 머나먼 이국 땅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삶은 어떠할까. 한국 국적을 갖고 죽을 때까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삶을 쉽사리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막연하게 예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유와 꿈을 향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을 부러워할 뿐이다.

소설 <바람의 노래>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작가가 쓴 이민 문학 작품이다. 실제로 이민자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작가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을 떠나 하와이로 건너간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저 멀리 과거 갑신정변이 일어나던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의 변화에 이끌려 먹고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 하와이의 사탕수수밭 막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민 1세대들이 멀리 이국 땅에서 2세, 3세대의 거쳐 정착해 가는 삶의 과정을 회한에 가득한 그들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살에 제물포항에서 떠나 하와이에 오게 된 갑진은 혼기를 훌쩍 넘겨버린 30대에 머나먼 조국에서 같은 조선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하와이 항구에 선적하는 배를 바라고 있다. 아내로 맞아하게 될 낯선 여인을 상상하며 심장이 뛰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조선의 국모가 일본에 의해 죽임을 당하던 그때 태어난 갑진은 제물포항에서 부두 일을 하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멀리 하와이까지 오게 된 것이다. 퇴기의 딸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버리고 멀리 이국 땅으로 낯선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온 여인 수향과 그의 몸종이었던 월례. 조선의 법도가 무색해진 이곳 이국땅에서 수향과 월례는 이제 같은 처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평생 궂은일을 해보지 않은 수향과 달리 월례는 점차 이국땅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혼례를 치른 갑진과 수향은 첫 만남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도 끝내 서로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멀어지게 되고 갑진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조국 땅을 밟게 된다. 갑진과 수향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들의 부모들의 삶과 이어져 있는 것일까. 갑진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에 의해 죽게 되고 홀로 남은 수향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하게 술을 팔며 살아가는데.. 이 세상에 남겨진 그녀와 자식들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의 든 타의든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 가족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모두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누리지 못 했던 자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조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민자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하기만 한다. 먹고살기 힘든 이곳을 떠나 그곳으로 가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소설은 3대에 걸친 이민자 가족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민 1세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민자들의 애환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평단에서 이르기를 이 소설은 이민 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며 앞으로 보여줄 이민자들의 삶의 모습이 녹아져 있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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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데이브 램지 & 레이첼 크루즈 지음, 이주만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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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 책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적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이들보다 부모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야 될 듯하다. 내 아이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의 어설픈 경제관념이 똑바로 잡혀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확실한 부모들을 위한 경제관념 지침서라고 해야 옳다.

책 제목에 알 수 있듯이 내 아이를 위해 부모가 물려줄 유산이 무엇일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유산이라고 하면 보통 부모의 재력이나 사회적 배경 정도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로지 부모에게 귀속되어 있는 것들일 뿐 오롯이 자식들의 것이 될 순 없다. 내 아이 스스로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되지 않을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이야기한다. 노동, 소비, 저축, 기부, 예산, 부채, 학자금, 자족, 가족 그리고 유산. 이렇게 총 10개의 테마를 바탕으로 한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경제관념을 확립시켜 준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브 램지와 그녀의 딸이 함께 서로의 관점에서 서술해 나간다. 그래서일까.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어떻게 경제관념을 받아들이고 습득해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사업의 실패로 파산의 위기에 몰린 저자가 재기하기까지 그와 그의 딸이 겪은 삶의 지혜가 이 책 한 권에 모두 녹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가지의 삶의 지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진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30대 중반인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내가 경제관념을 깨달았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3살 때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뚜렷한 변화는 사실 느끼지 못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후 27살이 되던 해 처음 자립감을 느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해야 될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그때가 어쩌면 내가 진짜 경제관념을 깨달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이전까진 아무것도 몰랐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알았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나와 같은 세대뿐 아니라 그 이전 그리고 지금 세대에도 자녀에게 경제관념에 대해 가르치는 부모는 사실 전무하다. 내 경험담을 얘기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만큼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경제관념에 무지하다는 점이다. 21세기 현대 사회는 경제 문제가 가장 이슈인 사회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진짜' 세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립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면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거나 방관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과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성인인 부모가 먼저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내 아이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은 부모로부터 만들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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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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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는 그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지만 미래는 미리 엿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모습을 상상하고 바라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 모습이 바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계화된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이는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는 미래의 모습은 아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는 사회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타 소설 속에서 그리고 많은 영화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올더스 헉슬리의 미래소설인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다. 짐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바로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하고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퀄리브리엄>이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 이유는 '소마'라는 약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질서 정연하고 획일화된 미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도록 인간의 정신을 유지시키는 일종의 통제 시스템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에서도 이와 유사한 약으로 인해 사람들이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회 모습은 사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32년에 출간되었으니 어쩌면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예견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과연 20세기 미래 소설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을 만하다. 기계 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로 인해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 꽤 뚫어 본 올더스 헉슬리의 관찰력과 통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고도로 발달해가는 문명사회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인간의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 바꿀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 결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져 버린 그 사회는 결코 존재해서도 유지되어서도 안된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은 오히려 신선한 듯한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고전은 정말 무섭다. 시대와 배경만 달리할 뿐 그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언제나 동일하며 시대와 배경에 상관없이 언제나 큰 깨달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윌리엄 깁슨의 <뉴 로맨서>와 더불어 미래 소설 고전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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