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박경숙 지음 / 문이당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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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미국은 자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메리칸드림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미국은 여러 민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국가이며 여전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온다.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이민자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이 존재하는 듯하다. 미국 내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재미동포라 부른다. 과거 조선 땅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녀들을 낳아 키우며 자리를 잡은 선조들의 자녀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이민을 온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을 등지고 바다를 건너 머나먼 이국 땅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삶은 어떠할까. 한국 국적을 갖고 죽을 때까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삶을 쉽사리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막연하게 예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유와 꿈을 향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을 부러워할 뿐이다.

소설 <바람의 노래>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작가가 쓴 이민 문학 작품이다. 실제로 이민자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작가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을 떠나 하와이로 건너간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저 멀리 과거 갑신정변이 일어나던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의 변화에 이끌려 먹고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 하와이의 사탕수수밭 막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민 1세대들이 멀리 이국 땅에서 2세, 3세대의 거쳐 정착해 가는 삶의 과정을 회한에 가득한 그들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살에 제물포항에서 떠나 하와이에 오게 된 갑진은 혼기를 훌쩍 넘겨버린 30대에 머나먼 조국에서 같은 조선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하와이 항구에 선적하는 배를 바라고 있다. 아내로 맞아하게 될 낯선 여인을 상상하며 심장이 뛰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조선의 국모가 일본에 의해 죽임을 당하던 그때 태어난 갑진은 제물포항에서 부두 일을 하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멀리 하와이까지 오게 된 것이다. 퇴기의 딸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버리고 멀리 이국 땅으로 낯선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온 여인 수향과 그의 몸종이었던 월례. 조선의 법도가 무색해진 이곳 이국땅에서 수향과 월례는 이제 같은 처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평생 궂은일을 해보지 않은 수향과 달리 월례는 점차 이국땅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혼례를 치른 갑진과 수향은 첫 만남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도 끝내 서로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멀어지게 되고 갑진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조국 땅을 밟게 된다. 갑진과 수향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들의 부모들의 삶과 이어져 있는 것일까. 갑진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에 의해 죽게 되고 홀로 남은 수향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하게 술을 팔며 살아가는데.. 이 세상에 남겨진 그녀와 자식들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의 든 타의든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 가족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모두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누리지 못 했던 자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조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민자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하기만 한다. 먹고살기 힘든 이곳을 떠나 그곳으로 가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소설은 3대에 걸친 이민자 가족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민 1세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민자들의 애환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평단에서 이르기를 이 소설은 이민 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며 앞으로 보여줄 이민자들의 삶의 모습이 녹아져 있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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