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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평점 :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너무 멋진 말이라 옮겨 적지 않을 수가
없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프카라는 이름을 아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그의 작품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프란츠 카프카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인 <변신>이다.
<변신> 외에도 그가 추구했던 사상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은 여럿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불안, 소외, 허무, 고독 등을 형상화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점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꿈결 클래식에서 다섯 번째로
출간한 <변신>을 비롯하여 프란츠 카프카를 대표하는 단편들을 한데 모아놓은 카프카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4편의 고전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꿈결 클래식만의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번역은 물론, 그
작품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상세한 해제 그리고 카프카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현해낸 듯한 일러스트까지 고전인 카프카의
작품들을 이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꿈결 클래식의 편집 구성은 고전을 진정 고전답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여러 고전 작품들의 버전보다 차별화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그레고르라는 청년이 어느 날 아침 흉측한 벌레로 변신한 후 그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와 그의 가족이 겪게 되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훌륭한 아들, 오빠에서 한순간에 집안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니다. 그는 점차 소외되어 간다. 하루 종일 자신의 방안에 갇혀 밖을 내다보며 고독을 곱씹는다. 그러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카프카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에서 유독
<변신>이라는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여러 번 읽게 된 것은 흉측한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개인주의, 자기중심주의 가 팽배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직장에는 서로 같이 일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집에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떡두꺼비 같은 자식들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들의 모습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벌레일까.
더럽고, 냄새나고, 추잡하고, 혐오스러운 존재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벌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프카의 단편들을 분석하고 해석할 때
오로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이는 곧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카프카의
천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두에서 카프카의 말을 언급했던 것처럼 카프카는 우리들에게 그런 책을 남긴듯하다. 그의 작품들은 우 내면에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