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노래
덴카와 아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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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꽤 인기가 많았던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길래 궁금증이 생겨 보게 된 책이다. <태양의 노래>는 간단히 말하면 XP(색소성 건피증)를 앓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녀 가오루의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XP라는 병을 처음 들었는데, 수복효소가 없어서 햇빛에 피부가 노출되면 새로운 피부가 자라질 못해 피부암에 이르는 선천성 불치병이란다.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서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외선을 피하는 것 밖에 없단다. 그래서 가오루는 자외선 차단 특수필름을 창에 붙인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어느날 창 밖을 바라보던 가오루의 눈에 한 소년이 보이고, 그렇게 가오루의 짝사랑은 시작된다. 또한 그녀의 절친한 친구 미사키는 그런 가오루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자신의 병 때문에 다른 친구들처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가오루는  학교에 가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몰두한다. 어둠이 깔리고 자외선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밤이 되면 가오루는 기타 하나 들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길거리 뮤지션이 된다.

 
<태양의 노래>는 불치병을 앓는 소녀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이야기다. 그 속에 가오루가 짝사랑하던 코지와의 연애, 어릴 때부터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마사키와의 우정,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오루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담고 있다. 치료법도 없는 선천성병이기에 항상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가오루,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우선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밋밋하고 구성이 단순하다. 내용 속에 별다른 암시나 복선을 차용하지 않고 아주 단순한 전개로 진행된다. 또한 XP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소녀라는 독특한 소재를 갖고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독자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주질 못한다. 이야기는 감동과 사랑 속에서 길을 잃고 어정쩡해진다. 그래서 불치병이란 막강 카드가 있음에도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는 생각보다 약하다. 더불어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강한 충성만을 보이고, 스토리 전개가 독자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무엇보다 문체가 너무 단순해(간결한게 아니라 단순한;;) 아마추어의 작가의 느낌이 묻어난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하이틴 로맨스 같은 느낌;; 약간의 로맨스와 약간의 불행이 섞여 적당히 반죽한 듯한.. 그런 아쉬운 느낌이다. 잘만 꾸렸다면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로 살아날 수도 있었을텐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아직은 좀 부족한 듯 하다. 영화나 드라마는 해당 감독에 의해  재해석되는 예술이라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오루의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던 마지막 라이브 무대의 노래처럼 태양의 노래도 좀 더 감미로웠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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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 세상에 무슨 일이? 2
질 칼츠 지음,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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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 조각, 발명, 건축설계, 노래, 연주, 작곡, 해부학, 물리학, 무기와 방어 장비 설계, 무대연출 등등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다방면에서 두루두루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던 사람,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방면으로 펼쳐진 활약을 보면 그가 진정한 천재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가장 강력하게 각인시킨 것이 바로 그의 작품 <모나리자>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무슨 일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모나리자>가 나왔다. 50쪽 정도의 두께에 커다란 양장본인 이 책은, 곳곳에 그림과 사진, 기타 자료 등을 적절히, 그리고 풍성하게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글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러모로 기특한 책이다. ^ ^

 

책을 펼치면 '모나리자 그림을 훔쳤어요'라는 시작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머리말을 지나면 '그 무렵 세계'가 독자를 기다린다. 이 단락에선 '모나리자'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난 배경과 그에 따른 영향 - 교역증진과 신대륙 항해와 정복 등 여러가지 사건들을 설명해 준다. 더불어 동시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다른 일들도 다양하게 알려준다. 잉카와 아즈텍 문화, 인도의 무굴제국과 아메리카의 인디언들, 명나라의 도자기,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다만, 우리의 금속활자 이야기가 책의 원본에도 있을지는 의문이다. 편집자들에 의해 한국어판에만 특별 출연한건 아닐런지;;) 다빈치 개인에 집중하면서도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전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곳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계의 전체흐름을 꿰뚫을 수 있게 해주는 점은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강점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 ^

전체적인 배경을 알고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로 접어든다. 그의 출생과 집안 환경, 성장과정을 들려주며 다빈치의 생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림 뿐만 아니라 물리학, 기계, 해부학 등의 과학과 작곡, 노래, 연주 등의 음악 분야까지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던 다빈치는, 시대를 뛰어넘는 기계들을 스케치하며 발명에 몰두하기도 했고, 성당 건축 설계도를 그리기도 했다. 또한 그림을 그릴때도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여러가지 화법들을 시도했는데 그 중 다빈치의 또다른 걸작 <최후의 만찬>은 안타깝게도 그 시도가 실패했단다. 그래서 완성한지 얼마 후부터 상태가 아주 나빠졌고 지금은 제대로 남아있는 부분이 별로 없단다; ㅠ ㅠ 이 작품에 한하여 그의 실험정신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나리자의 미소' 부분은 내게도 무척 흥미진진한 부분이었다. 사실 <모나리자>의 유명세 때문에 훌륭한 그림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그 그림이 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몰랐었다. <모나리자>는 그런 나의 궁금증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 ^;
'모나리자'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부분은 바로 그 웃을 듯 말 듯한 신비로운 '모나리자의 미소'일 것이다. 또한 모나리자의 얼굴에 '눈썹'이 없는 것을 두고 '눈썹을 덜 그린 미완성작 - 원래 눈썹을 안 그린 완성작'이라며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 '모나리자'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기에 더더욱 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커지기도 한다.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그림으로 얇은 포플러 화판(판넬)에 그려졌다. 스푸마토 기법(여러 색깔을 부드럽게 이어 이음매를 없애고 색채를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기법)과 키아로스쿠로 기법(명암을 이용해 빛의 양으로 입체감을 주는 기법)이 성공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란 점이 오늘날 모나리자의 명성에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단다. 모나리자의 미소와 웃옷은 스투마토 기법을, 손은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이용한 화법이라고. 
또한 '모나리자'가 다른 그림보다 더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2차원적인 그림을 3차원의 경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평평한 2차원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3차원적인 표현은 그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으리라. 기존의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한 것, 그게 바로 모나리자에게 쏟아지는 명성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 점은 각각의 화법을 완성하여 새로운 유행을 창조해낸 다른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도 해당된다.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이 여기 속할 듯. ^ ^)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은 후 자신의 그림과 원고를 친구에게 남겼는데 그것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수많은 그의 작품들이 사라지거나 망가지고 도둑을 맞았다고.. 사후의 관리소홀로 거장의 작품들이 사라졌다니 그저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ㅠ ㅠ (물론 그런 문화유산들이 한두 개이겠냐만은;; T^T)

 

화가 뿐만 아니라 조각가, 기술자, 건축가, 과학자 등으로 활약했던 만능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의 최대걸작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들과 간략하게나마 그의 삶을 듣게 되어 참으로 반가웠던 책, <모나리자>. 비록 아동용 도서이지만 그에 담긴 수준은 가볍지만은 않다. 어른인 내가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물론 때때로 전문용어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나와서(물론 밑에 설명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요즘 아이들은 지적수준이 높더라는;;; ^ ^;; 

뜻하지 않게 참 좋은 책을 읽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시리즈가 나오면 앞으로도 꾸준히 찾아보고 싶다. ^ ^

 

 

 

  

 


+ 궁시렁궁시렁~

하나, 세상엔 돈으로 그 가치를 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다빈치의 <모나리자> 또한 그런 것들에 속한다. 이 그림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모나리자만을 위한 전시관을 따로 하나 만들었다고;;; 그런데 알고보니 그 벽면 만드는데 60억원 정도 들었는데 일본에서 기증을 했단다;; 쿨럭;; 또한 박물관 입구에는 '모나리자'로 가는길..이라고 안내문구까지 있단다. (얼마나 묻는 사람이 많으면;;)

둘, 근데 이 책 <모나리자>에는 다빈치가 이 그림을 너무 좋아해 판 적이 없다고 적혀있는데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프랑스 왕에게 팔았다고 적혀있다. 어느게 맞는건지;; -0- 근데 개인적으로 궁금한건 부유한 상인의 부인을 모델로 그린 초상화라면 대게 주문받아 그린 초상화일텐데 그럼 그 상인이 그림을 사가는거 아닌가? 다빈치가 부인에게 모델료를 주고 그린건가? -_-? 그랬다면 안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게 이해가 되지만;;; 뭐, '모나리자'가 거쳐온 경로가 역사상으로 불분명해 더욱 신비감을 주고 있다니 더이상 물어본들 뾰족한 대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궁금하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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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가족
권태현 지음 / 문이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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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IMF'는 단순히 '국제통화기금'의 약자로, 책속에 언급된 수많은 국제기구들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그 IMF가 어느날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현실에선 책에서 보다 수만 배 더 강력하게 말이다. 불현듯 다가온 국가금융위기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으며, 그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명예퇴직'라는 말이 일상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직장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어려운 경기에 결국 부도를 맞은 중소기업 사장들의 자살이 매일 신문지상을 덮었으며, 국가신용도는 곤두박질치기에 바빴으며, 외화유치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알짜기업들이 헐값에 외국자본으로 팔려나갔다. 인수합병의 칼날로 일부 기업들은 그간의 거품을 걷어내고 구조조정으로내부를 정비하여 새로운 준비자세를 갖췄으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은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던 경기침체에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IMF시대, 티비를 통해 서울역의 수많은 노숙자들을 본 적이 있다. 직장과 가정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그들의 절박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러나 그들의 속사정까지 완전히 알지 못했던 나는, 성한 몸으로 막노동이라도 해서 살려고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술에 빠지는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의문은 이 책의 주인공 시우를 통해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조금이나 풀렸고, 그래서 더 맘이 아팠다.



<길 위의 가족>은 지금은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IMF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사업실패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게 된 한 가족과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 시기를 거쳐왔던 우리들의 아픔을 담아낸다. 회사가 부도직전으로 몰리면서 그간의 부채들로 인해 가정의 터전인 집마저 헐값에 팔아버리고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시우. 방 한 칸 마련할 돈이 없는지라 시우네 가족은 아내 지은의 친정식구들 집에 흩어져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회사 인수와 빚 문제를 해결하러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시우, 적은 돈이라도 생활비에 보태려고 학습지 돌리는 일을 시작하는 지은, 그렇지만 낯선 환경에서 점점 삐뚤어져 가는 아이들, 직장에서 짤리고 아내마저 이혼을 요구한다는 시우의 친구, 자기 돈은 늦게 갚아도 되니 용기 잃지 말고 힘내라고 하는 위로해주는 거래처 사장들, 자신의 빚을 갚아내라고 닥달하는 빚쟁이들, 그 와중에 노숙자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파렴치한 사람들까지.. <길 위의 가족>은 격랑의 IMF 시대를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여러 유형을 보여주며 그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가족을 위해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시우를 사회는 헤어나오기 힘든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지만 그는 끝까지 가족에 대한 사랑은 놓치 않는다. 그렇기에 가족간의 '사랑'으로 다시 화합하고 '희망'을 가지는 결론은 비록 상투적일 지라도 진정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쓴 부모의 모습을 보며.. 그런 힘든 시절의 온갖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시며 굳건히 우리들을 지켜주신 나의 부모님이 떠올라 가슴이 아릿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했다. 비록 남들보다 더 잘 살지는 못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터전이 있고, 서로를 감싸주는 가족간의 깊은 사랑이 있으니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좀 더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국가금융위기, 서글픈 우리 시대의 모습을 담담한 필체로 담아낸 <길 위의 가족>. 이 책을 읽고 난 후, 주변의 것들에 보다 많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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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소녀
구로다 겐지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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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누구나 컨닝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소심하고 간 작은 스몰마인드인 나도 대학 초년시절, 교양수업 시험감독님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신 10분동안 모든 학생이 책을 뒤지던 그 분위기에 휩쓸려 한 문제 컨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고거 하나 보고도 얼마나 마음이 찝찝하던지.. 역시나 나는 바른생활 범생이였던 것이다! 흐흐~ ^ ^;; 그 찝찝함이 참 좋지않은 추억으로 남아 그 뒤론 컨닝이랑 안 친하게 지냈는데, 그 후유증으로 나 혼자 시험을 피 보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기억도 난다;; ㅠ 어쨌거나 양심맨(;;)인 나는 그 뒤로 내 실력대로 시험을 봤었지만, 간혹 주위에서 컨닝페이퍼의 위력에 흐뭇해하거나 컨닝의 스릴을 마음껏~ 즐기는 선수(!)들을 보면서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요즘은 중고딩들도 과감하게 컨닝을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하니(아니, 흔하다고 하니;;) 범생청년 나로선 마냥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컨닝에 대한 추억에 <컨닝소녀>라는 제목에 괜시리 눈길 한 번 더 가는건 당연지사. 시험지를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소녀, 그녀의 머리는 벌써 뚜껑이 열려 보글보글 끓고 있다;;; 그렇다고 공포물은 아니고;; ^ ^;; 대략 코믹물에 가깝다. ㅎㅎ;;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 이 소설의 내용을 대강 짐작이 가 듯이 이 책은 컨닝을 시도하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그녀는 왜 컨닝을 시도하려는 걸까? 그 점에서 작가는 소녀에게 나름의 긴박하고도 간절한 이유를 부여한다.

어느날 갑자기 공부 잘하고 착한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레이미(컨닝소녀)는 언니의 일기장에서 의문의 글을 발견한다. 그 글을 토대로 레이미는, 언니의 죽음은 그냥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하세다 대학의 사키다 교수와 스즈무라 조교 사이에 뭔가 감춰진 비밀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하세다 대학에 입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세다 대학이 도쿄대학에 버금가는 명문대학이라는 것, 레이미의 현재 성적으론 기적이 일어나도 합격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런 레이미를 돕기위해 그녀의 친구들이 가세하는데, 전교 1등 아이카, 전자공학 천재 하야토, 육상선수 모리오가 그들이다. 레이미의 목적을 위해선 컨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데 합의한 친구들은 이제 레이미 컨닝 사수작전에 돌입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학창시절 시험의 컨닝이라는 소재와 친구들의 우정어린 도움, 거기에 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물을 첨가하여 나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컨닝소녀>는 가볍게 읽히는 일본소설이다. 레이미가 컨닝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언제나 그녀 주변의 범상치 않은 세 친구들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하여 멋지게 해결해주니 읽는내내 역시 친구를 잘 두고 볼 일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온 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ㅎㅎ;; 거기에 레이미와 모리오의 로맨스도 살짝 곁들여주고, 레이미의 컨닝에 대항하는 담임 아베와 스즈무라 조교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하야토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기적의(?) 컨닝도구들은 대단했다. 비록 그 원리와 자세한 사용방법은 이해가 잘 안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많은 학생들이 그 책받침과 안경을 탐내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ㅎㅎ;;


가볍고 상큼하게 읽히는 <컨닝소녀>는 재밌지만 아쉽게도 뒷심이 좀 약하다. 어차피 미스터리물로 강하게 긴장감을 주는 소설은 아니지만, 입학시험장에서 레이미의 의문이 풀리는 최정점을 지나 언니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좀 맥이 풀린다. 아, 그런 거였어? 정녕 그런 이유로?? ㅡㅡ; 하고 말이다. 좀 허탈하다고나 할까;; 물론 그 안엔 눈물겨운 사랑이 담겨있지만 아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도는건 어쩔 수 없었다는;; ㅎㅎ

결말이 좀 심드렁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유쾌하고 부담없는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반가운 작품인 듯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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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재테크
박경민 지음 / 책든사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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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부유한 주인공이 화랑을 돌아보며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을 적지않게 만난다. 그들은 소위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춘 교양인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에서 '그림을 보는 안목'이란 그림 자체의 순수한 예술성을 알아보는 눈을 뜻할 수도 있지만 대게는 '돈이 될 가능성이 있는' 그림을 알아보는 능력을 뜻한다. 이런 영화속 장면들처럼 미술품을 하나의 투자대상으로 여기고 정보를 살피는 사람들은 대게가 부유층이기에 가끔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이 얼마나~ 박수근의 그림이 얼마나 오른 가격에 팔렸니~하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런 이야기들은 나같은 소시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왔다. 일단 어마어마한 그림을 살 돈도 없을 뿐더러 어떤 것들이 돈이 될지 알아볼 눈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높아만 보이는 미술시장도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하나의 투자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수익률이 만만찮으니 지금부터라도 아트시장에 대해 공부하라고 부추기는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아트 재테크>다. 어차피 주식이나 부동산도 처음 시작할 땐 백지상태지만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 보는 눈이 생기는 것처럼, 예술품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기피하지 말고 꾸준히 작품을 돌아보며 자신의 안목을 높히고 시장조사를 통한 정보습득으로 미술계의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수근 화백이나 이중섭, 김기환 화백등의 작품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터라 나같은 서민은 구매의 꿈도 꾸지 못할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들은 주식으로 치면 초우량주인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의 주식에, 부동산으로는 강남의 알짜배기 땅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주식시장에 삼성전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땅은 강남에만 있는게 아니듯이 미술품에도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만 있는건 아니다. 부자들은 그런 초대박 작품에 투자를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자기 수중의 종잣돈에 맞춰 중저가의 작은 작품들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단다. 미술작품도 주식처럼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으니 말이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펀드처럼 미술품 투자에도 아트펀드라는 제품이 나와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과연 작품을 잘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느냐일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작품을 사고 보는게 아니라 미래의 투자처로서 어떤 이득을 남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문에 저자는 작품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을 찾아내고, 각 나라별 정서와 선호도를 파악하며, 희소성의 정도, 팝아트처럼 당대의 유행에 맞는 작품인지 등등.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내용들은 미술에 무지한 나도 알만큼 일반적인 내용이며, 주로 일반인들이 투자가능한 중저가의 작품들이 아닌 초대박 예술작품 등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인지라 좀 더 가볍게 만들어 가격에 거품을 제거함이 바람직할 듯 하다. 굳이 지금의 편집과 두께 등을 유지하겠다면, 책 중간중간 저자가 예로 들어 설명하는 작품에 대한 사진 정도는 첨부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이 미술작품이나 경향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하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아트 재테크라는 처음 듣는 용어에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된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다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는 아직 나와는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생각으론, 주식은 그 회사의 자산이나 실적 등을 밑바탕으로 어느정도 예측이라도 가능하지만, 아트 재테크는 그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전반적인 미술계의 동향에 관한 폭넓은 정보나 교류를 갖고 있지 않다면 결코 쉬운 투자처는 아닌 듯 하다. 고로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문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아트펀드처럼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이 나온다고 하니 그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즐겨보시는 주말 티비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 생각났다. 우리 주위의 골동품을 들고 나와 전문가들이 가격을 매기는 이 프로그램은 예술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책정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그런 작품들을 보다 친근하게 여기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순기능이 인정되어 지금까지 방영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만나는 그 물건들도 모두 아트 재테크의 대상이겠지.. 그러고 보니 아트 재테크.. 그리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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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2-0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것도 보는 분이 없으면 -_- 꿈도 못 꾸겠어요.

별빛속에 2007-02-0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것도 보는 분이 없으면 -_-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 ^;;
일반서민들은 이런 재테크, 꿈꾸기도 좀 벅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