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닝소녀
구로다 겐지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누구나 컨닝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소심하고 간 작은 스몰마인드인 나도 대학 초년시절, 교양수업 시험감독님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신 10분동안 모든 학생이 책을 뒤지던 그 분위기에 휩쓸려 한 문제 컨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고거 하나 보고도 얼마나 마음이 찝찝하던지.. 역시나 나는 바른생활 범생이였던 것이다! 흐흐~ ^ ^;; 그 찝찝함이 참 좋지않은 추억으로 남아 그 뒤론 컨닝이랑 안 친하게 지냈는데, 그 후유증으로 나 혼자 시험을 피 보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기억도 난다;; ㅠ 어쨌거나 양심맨(;;)인 나는 그 뒤로 내 실력대로 시험을 봤었지만, 간혹 주위에서 컨닝페이퍼의 위력에 흐뭇해하거나 컨닝의 스릴을 마음껏~ 즐기는 선수(!)들을 보면서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요즘은 중고딩들도 과감하게 컨닝을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하니(아니, 흔하다고 하니;;) 범생청년 나로선 마냥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컨닝에 대한 추억에 <컨닝소녀>라는 제목에 괜시리 눈길 한 번 더 가는건 당연지사. 시험지를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소녀, 그녀의 머리는 벌써 뚜껑이 열려 보글보글 끓고 있다;;; 그렇다고 공포물은 아니고;; ^ ^;; 대략 코믹물에 가깝다. ㅎㅎ;;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 이 소설의 내용을 대강 짐작이 가 듯이 이 책은 컨닝을 시도하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그녀는 왜 컨닝을 시도하려는 걸까? 그 점에서 작가는 소녀에게 나름의 긴박하고도 간절한 이유를 부여한다.

어느날 갑자기 공부 잘하고 착한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레이미(컨닝소녀)는 언니의 일기장에서 의문의 글을 발견한다. 그 글을 토대로 레이미는, 언니의 죽음은 그냥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하세다 대학의 사키다 교수와 스즈무라 조교 사이에 뭔가 감춰진 비밀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하세다 대학에 입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세다 대학이 도쿄대학에 버금가는 명문대학이라는 것, 레이미의 현재 성적으론 기적이 일어나도 합격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런 레이미를 돕기위해 그녀의 친구들이 가세하는데, 전교 1등 아이카, 전자공학 천재 하야토, 육상선수 모리오가 그들이다. 레이미의 목적을 위해선 컨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데 합의한 친구들은 이제 레이미 컨닝 사수작전에 돌입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학창시절 시험의 컨닝이라는 소재와 친구들의 우정어린 도움, 거기에 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물을 첨가하여 나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컨닝소녀>는 가볍게 읽히는 일본소설이다. 레이미가 컨닝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언제나 그녀 주변의 범상치 않은 세 친구들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하여 멋지게 해결해주니 읽는내내 역시 친구를 잘 두고 볼 일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온 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ㅎㅎ;; 거기에 레이미와 모리오의 로맨스도 살짝 곁들여주고, 레이미의 컨닝에 대항하는 담임 아베와 스즈무라 조교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하야토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기적의(?) 컨닝도구들은 대단했다. 비록 그 원리와 자세한 사용방법은 이해가 잘 안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많은 학생들이 그 책받침과 안경을 탐내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ㅎㅎ;;


가볍고 상큼하게 읽히는 <컨닝소녀>는 재밌지만 아쉽게도 뒷심이 좀 약하다. 어차피 미스터리물로 강하게 긴장감을 주는 소설은 아니지만, 입학시험장에서 레이미의 의문이 풀리는 최정점을 지나 언니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좀 맥이 풀린다. 아, 그런 거였어? 정녕 그런 이유로?? ㅡㅡ; 하고 말이다. 좀 허탈하다고나 할까;; 물론 그 안엔 눈물겨운 사랑이 담겨있지만 아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도는건 어쩔 수 없었다는;; ㅎㅎ

결말이 좀 심드렁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유쾌하고 부담없는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반가운 작품인 듯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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