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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노래
덴카와 아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올해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꽤 인기가 많았던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길래 궁금증이 생겨 보게 된 책이다. <태양의 노래>는 간단히 말하면 XP(색소성 건피증)를 앓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녀 가오루의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XP라는 병을 처음 들었는데, 수복효소가 없어서 햇빛에 피부가 노출되면 새로운 피부가 자라질 못해 피부암에 이르는 선천성 불치병이란다.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서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외선을 피하는 것 밖에 없단다. 그래서 가오루는 자외선 차단 특수필름을 창에 붙인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어느날 창 밖을 바라보던 가오루의 눈에 한 소년이 보이고, 그렇게 가오루의 짝사랑은 시작된다. 또한 그녀의 절친한 친구 미사키는 그런 가오루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자신의 병 때문에 다른 친구들처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가오루는 학교에 가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몰두한다. 어둠이 깔리고 자외선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밤이 되면 가오루는 기타 하나 들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길거리 뮤지션이 된다.
<태양의 노래>는 불치병을 앓는 소녀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이야기다. 그 속에 가오루가 짝사랑하던 코지와의 연애, 어릴 때부터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마사키와의 우정,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오루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담고 있다. 치료법도 없는 선천성병이기에 항상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가오루,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우선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밋밋하고 구성이 단순하다. 내용 속에 별다른 암시나 복선을 차용하지 않고 아주 단순한 전개로 진행된다. 또한 XP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소녀라는 독특한 소재를 갖고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독자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주질 못한다. 이야기는 감동과 사랑 속에서 길을 잃고 어정쩡해진다. 그래서 불치병이란 막강 카드가 있음에도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는 생각보다 약하다. 더불어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강한 충성만을 보이고, 스토리 전개가 독자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무엇보다 문체가 너무 단순해(간결한게 아니라 단순한;;) 아마추어의 작가의 느낌이 묻어난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하이틴 로맨스 같은 느낌;; 약간의 로맨스와 약간의 불행이 섞여 적당히 반죽한 듯한.. 그런 아쉬운 느낌이다. 잘만 꾸렸다면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로 살아날 수도 있었을텐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아직은 좀 부족한 듯 하다. 영화나 드라마는 해당 감독에 의해 재해석되는 예술이라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오루의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던 마지막 라이브 무대의 노래처럼 태양의 노래도 좀 더 감미로웠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