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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책을 붙잡고는 하루 종일 놓치 못했던 소설, 그만큼 이야기는 스토리 중심으로 막힘이 없고 쉽게 읽힌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란스럽다. 바닥에 펼쳐 놓았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며 흐릿했던 전체의 윤곽이 선명해지듯, 소설은 '이 조각은 어디에 맞춰야 하는 걸까?' 하며 의아해했던 의문을, 마지막 두 장에 가서야 시원스레 찰칵, 하며 꿰어 맞춰준다. 한겨울에 뜨끈한 온돌방에서 먹는 냉면 한 사발처럼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감칠맛나게 시작하여 막힘없이 흐르다가 개운하게 끝난다. 얻어맞은 뒤통수가 억울하지 않다. 한마디로 시원하다.
작년 봄, 4월 어느날 나는 이런 기록을 해두었었다.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갔다. 창밖은 온통 달큰한 봄의 온기와 흐드러진 벚꽃으로 눅진한 분홍의 세계였다.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하나같이 상기된 볼과 가는 눈매를 하고 웃음짓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10년 정도 어린 눈이었다면, 막히는 차량들에, 버스노선을 변경시킨 그 노곤한 행복들에, 전적으로 개인적인 내 약속시간을 어기게 한 그들에게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왠걸.. 나는 그 중년의, 노년의 발그레한 볼이 정겨웠다. 울긋불긋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침침한 빛을 지닌 그들의 옷차림도 오늘을 위해 고심한 나들이옷임에 하염없이 고왔고, 무신경하게 내뱉는 떠들썩한 말들과 젊음에게 눈흘김을 당할 게 분명한 그 주책맞음이 귀여웠다. 그들이 젊음에 지지 않고 좀더 막무가내로 춤추고 노래하고, 감탄과 감동에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10년 후, 20년 후의 내가 그렇게 젊음에 아랑곳없이 나이듦에 더 만족했으면 좋겠다. 해서 주책맞은 그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두툼한 부침개를 대접하고 싶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다가 예전의 이 글이 떠올랐다.
'비생산적인 도전은 역시 멋진 거야.'라고 말하는, 중도포기란 없는 에너지 충만한 얼치기 탐정 나루세 마사토라.
얼마 남지 않은 봄날,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을 마주하면 나는 저절로 이 소설을 떠올릴 것 같다.
충만한 여름 뒤의 가을날, 소박한 모습으로 붉게 단풍 든 벚나무를 보면 나루세 마사토라를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