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일시품절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어나면서 다른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또 다른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일어나면서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또다시 반복되어 일어난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속지쪽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큰 기회를 만난다. 만일 당신이 정말 갖고 싶었던 기회를 놓쳐버리면, 인생의 나머지 모든 것들은 기괴할 정도로 쉬워져버린다. -24-25쪽

노파가 말했다. "이건 내가 살아온 이야기야.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 충고를 하건 간에, 그 충고의 질은 그 사람이 실제로 살아온 삶의 질에 견주어 판단해야 하는 거야..." -128쪽

"자넨 자네가 보는 걸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넨 자네가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알 수 없어.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은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에 보태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같은 게 아니니까. 그건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을 대신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건 자네 자신을 대신하는 게 될 테니까."
-135쪽

"자네가 어떤 식으로든 보거나 듣거나 경험하는 것은 모두 자네하고 상관있어. 자넨 우주를 인식함으로써 우주를 창조하는 거야. 그래서 자네가 인식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은 자네와 상관있지."-135쪽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애덤스의 황당무계한 우주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끼고 한가로이 낄낄거리며 읽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애덤스가 가장 비판하는 우리의 약점은, 거시적인 안목이나 합리적 판단 없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맹목적 이기주의다. 하지만 여기서 거시적인 안목이 제아무리 전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어도 사정은 똑같다는 비관주의가 결합해, 부조리극 특유의 무기력한 체념으로 굳어지고 만다. 아서 덴트와 포드 프리펙트, 그리고 트릴리언이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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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에 명언들이 많죠.
아, 다시 보고 싶다. 1권으로 나온 양장본도 사고 싶다...

superfrog 2006-01-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다섯권 중에 두 권은 님이 선물해주신 거라죠..^^
작년말에 마지막권까지 드뎌, 읽었답니다. 번역도 원문의 느낌을(잘은 모르겠지만) 잘 살린 거 같죠? <스밀라..>에 비하면..ㅎㅎㅎ

반딧불,, 2006-01-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명언이 너무 많습니다.

비로그인 2006-01-0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참 제겐 이해하기 어려운데 저만의 문제인가 보군요..^^;;
그래도 타이핑하신 님의 노고에 추천..ㅎㅎ

superfrog 2006-01-0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쵸? 명언 많지요?^^
새벽별님, 재밌는데요.. 내처 올해 안에 정복하세요..^^ 저는 영화도 좋고 책도 좋아요. 책이 훨씬 좋지만.. 번역은 원문의 팔랑거리는 분위기가 잘 살아 있어요.
사야님, 저 정신산만한 문장에 잠시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약간 필요한데요, 거기에 적응이 되거나 홀딱 빠지면 저처럼 더글라스 애덤스를 천재로 모시게 되고 적응이 안 되면 1권 중간쯤에서 책 던져버립니다..^^;;

비로그인 2006-01-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담
저도 시도를 해볼까요? 땀을 마구 흘리며..^^;;

superfrog 2006-01-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1권을 시험삼아 읽어보심이.. 덜컥 다 사셨다가 코드가 안 맞으심 영영 안 읽게 될 책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