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어나면서 다른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또 다른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일어나면서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또다시 반복되어 일어난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속지쪽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큰 기회를 만난다. 만일 당신이 정말 갖고 싶었던 기회를 놓쳐버리면, 인생의 나머지 모든 것들은 기괴할 정도로 쉬워져버린다. -24-25쪽
노파가 말했다. "이건 내가 살아온 이야기야.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 충고를 하건 간에, 그 충고의 질은 그 사람이 실제로 살아온 삶의 질에 견주어 판단해야 하는 거야..." -128쪽
"자넨 자네가 보는 걸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넨 자네가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알 수 없어.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은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에 보태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같은 게 아니니까. 그건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을 대신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건 자네 자신을 대신하는 게 될 테니까." -135쪽
"자네가 어떤 식으로든 보거나 듣거나 경험하는 것은 모두 자네하고 상관있어. 자넨 우주를 인식함으로써 우주를 창조하는 거야. 그래서 자네가 인식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은 자네와 상관있지."-135쪽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애덤스의 황당무계한 우주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끼고 한가로이 낄낄거리며 읽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애덤스가 가장 비판하는 우리의 약점은, 거시적인 안목이나 합리적 판단 없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맹목적 이기주의다. 하지만 여기서 거시적인 안목이 제아무리 전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어도 사정은 똑같다는 비관주의가 결합해, 부조리극 특유의 무기력한 체념으로 굳어지고 만다. 아서 덴트와 포드 프리펙트, 그리고 트릴리언이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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