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물고기 [dts] - 재발매
타무라 시게루 감독 / 뉴타입DVD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철벅 철벅 노를 젓는 소리 뿐인 고요한 강에서 소박해 보이는 소년과 할아버지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은하 관측소로 뱃길을 돌린다. 명쾌한 색감과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서정성을 자아내며 작품은 시작된다.

소년이 잡은 물고기를 할아버지가 요리하고 소년은 요리 재료를 가지러 온실로 간다. 열대 같은 온실의 배경과 신비한 생명체들은 어느 여름 밤의 나무 무성한 숲 속의 반딧불떼들처럼 아름답다. 한 없이 맑고 파란 이미지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작품 속 은하 관측소는 누구나 상상 속에서 그려 봤을, 가장 낭만적이고 달콤한 관측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관측소 자체가 마치 신비로운 행성처럼 아름답다. 이 환상적인 곳에서 소년이 관측하는 작은곰자리는 어린 시절 옥상에서 친척들과 별을 찾아보던 아름답던 밤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작품 속의 관측소는 추억의 달콤한 느낌과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심으로 돌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된듯 은하를 여행할 수 있다. 

소년과 할아버지는 은하를 저어간다. 은하는 파란 강물처럼 맑디 맑다. 거기에는 보름달 속의 절구 찧는 토끼들처럼 신비한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나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잣대 때문에 생소한 은하의 모습에 의아해 했다. 내 머리 속에 박혀있는 은하는 과학 잡지나 우주 다큐맨터리를 통해 본 현실의 은하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런 매체들로부터 실제 은하를 본적 없는 어린아이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말이다.

사진으로 찍은 실제 은하의 모습은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버렸기에, 작품 속 은하는 현실과 과학에 찌든 우리에게 가장 환상적이고 달콤한 은하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은하 속을 달콤하게 헤엄쳐갔다.

어느 더운 여름 밤 외가집 옥상에서 아재, 외사촌 형님, 아빠, 이모부 등이랑 앉아 북두칠성을 찾던 나를
또 다른 여름 밤 시골에서 오줌을 싸다가 본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견후 직녀 이야기를

철벅 철벅 헤엄쳐갔다.

*쓰고 보니 '달콤한'을 너무 많이 넣었다. 하지만 '달콤한' 이상의 달콤한 표현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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