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대한 단상


"영어공부의 3대 원칙"

① 제1진리, 언어는 규칙적(systematic)이다.
② 제2진리, 형태(form)가 다르면 의미(meaning)가 다르다
③ 제3진리, 의미(meaning)가 형태(form)를 결정한다.
(구학관, 영어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테스트뱅크이십일닷컴, 2000.11, p.151)

"영어는 언어이다. 한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결코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현혹의 늪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정말 제대로 된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위 책 서문)

한 언어(言語)를 배우고 사용하는 경로, 표현방식, 측면은 '듣기(listening), 말하기(speak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이 4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순서는 보통 모국어를 취득하는 순서이며, '언어의 4가지 기능'이라고 하지요. 이 중 '말(소리)'에 관계된 것은 '듣기'와 '말하기', '글(문자)'에 관계된 것이 '읽기'와 '쓰기'이며, '듣기'와 '읽기'는 '수동적 이해(배움)'기능, '말하기'와 '쓰기'는 '능동적 표현(사용)'기능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글'보다는 '말' 쪽이, '능동적 표현'보다는 '수동적 이해' 쪽이 훨씬 쉬우리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유야 어쨌든, 특이하게도 ('말'이 아닌) '글'과 '수동적 이해'가 앞서는 이상한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북구권(덴마크, 노르웨이 등지)이나,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에서의 영어 교육 순서가 '말'에서 '글'로, '수동(배움)'에서 '능동(사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우리 영어교육 현실에 많은 시사를 줍니다.
(* 우리나라에서의 영어교육과 영어공용화론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책 참고바람
구학관, 위의 책
한학성, 영어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태학사
한학성, 영어 공용어화, 과연 가능한가, 책세상
한학성, 예스퍼슨의 영문법 교육을 생각함, 태학사
박준언, 우리의 영어교실에 영어는 있는가, 한국문화사
복거일,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삼성경제연구소)


"언어 습득은 '배움'과 '사용'의 화합물이다"라는 말은 역시 수동적 배움과 능동적 사용을 결합할 때 제대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배움에만 의존하고 사용이 없으면 "연습장이 없는 운동선수"에 불과하여 배운 지식이 체화(體化)되지 않는 결과, 배우고 잊고, 또 배우고 잊고 하는 것이지요.
(조용남, 실용영문법 100문 100답, 삼영서관, 2001.2, 머리말)

왜 우리나라에서도 민족사관고등학교 같은 데서는 'EOP(English Only Policy: 영어전용 정책. 민사고 스스로는 상용(常用)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같은 말이지요. 원래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미국(USA)'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사람들의 방침이나 주의를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라니 믿기지 않으시지요? 미국에서 영어는 법적이 아니라 사실상의 공용어일 뿐입니다.)'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위에 있으며, 역(逆)으로 민사고와 같은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이 땅의 모든 중고등학교의 처지가 얼마나 가슴 아픈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대개의 대학교에서도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영어전용 환경! 이런 환경을 이룩할 수만 있으면 '영어의 바다'는 아니라도, 영어 사용 연습에는 충분한 '영어의 수영장'은 되는 것이지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여건을 전면적으로 만들 수 없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도 언급도 없이, 극히 예외에 속하는 민사고야말로 '영어공부의 왕도(王道)'라고 내세우는 *공영TV의 몰지각함에는 뭐라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마치 돈 많고 잘 사는 재벌 집안 구경시켜 주면서 '이게 무릇 사람 사는 법인데 왜 따라 하지 않느냐?'고 가난한 사람 복장 지르는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역시 시청료 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 2004년 3월 22일 KBS 2TV 방영 '학교야 놀자')

그리고 행복한 환경의 민사고 학생들이 한소리로 외치던 '영어 상용의 목적'에도 한 가지 심각한 편견을 발견했습니다. '영어는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도구’만이 아닙니다.  영어 자체만으로도 학문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또 마땅히 되어야 합니다. 민사고 출신들은 언어학자나 영어학자, 영문학자는 절대 안 되겠다는 자체적인 선언이라면 말은 통해도, 뒤에 나오겠지만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덴마크 출신의 '예스퍼슨(Jespersen)'이 사상 최고의 영어학자라는 평을 듣고 있는 판에, 왜 우리라고 진정한 영문학자, 영어학자를 가질 수 없단 말입니까? 또 말 그대로 "영어는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면 똑 같은 이유로 "우리말도 우리 문학도 학문의 대상이 되면 안되는 것"이지요. 다만 민사고 학생들의 개인적 공부방법은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는 위안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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