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외 옮김 / 소소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言語) 아이러니

* 종전에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 언어본능: 정신은 어떻게 언어를 창조하는가(The Language Instinct: How the Mind Creates Language),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도서출판 그린비, 초판 4쇄, 2003. 5 상하권, 값 각 10,000원" 이렇게 나왔던 책이 "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라는 제목으로 "도서출판 소소"에서 2004. 6. 15 다시 나왔으며, 원래 상하권이 합본되어 한 권에 32,000원이라 한다. 그 놈의 "도서출판 정가제" 때문에 다시 독자들만 12,000원을 더 지불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번역도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안 바뀌었으면 독자를 무시하는 일이고, 만일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을 보신 독자분은 서평 아래의 '코멘트'나 '나의 서재 방명록' 등을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아래는 예전의 상권 부분에 대한 글로 지금도 종전 책에 서평으로 붙어 있다. 정작 바뀌어야 될 본문 내용에 대해서는 "신역, 개역" 등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얄팍하게 제목만 살짝 바꾸었으니, 서평이 따라가야 되지 않겠는가? '정신'과 '마음', '창조하는가'와 '만드는가'에 차이가 있을까? 새로 나온 책의 페이지 수는 아래와 다를 수 있지만, 워낙 계속해서 이상한 부분이 나오는지라  대조해서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원래 책의 평점에서 하나 깎인 것은 이 번역 때문이라는 점을 부기해 둔다.)

 

 1.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언어학(言語學: linguistics)만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학문도 드물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며 주로 무엇을 연구하는지 그 성과는 무엇인지, 과연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서 선뜻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독자들은 얼마나 될까? 언어의 중요성과 사람 사는 모든 분야와의 광범위한 연관성 때문에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심지어 의학까지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또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란 이름의 ‘학제간(學際間:interdisciplinary)’ 학문까지 등장하다 보니, 과연 언어학이 고유의 학문으로 성립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지난 세기 철학의 흐름마저 ‘분석철학’, ‘언어분석’으로 바꾸어 버린 이 학문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한국사회의 지적인 타락, 기초과학과 인문학 무시, 교육과 학문에서 조차의 천민자본주의적인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궁금증을 메우는 데에는 언어학에 관한 개설서 종류가 가장 나을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언어학의 역사, 언어의 의미와 본성, 언어학의 여러 하위분야(음성학,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등등), 인접 학문(철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신경의학, 인지과학 등등)과의 공동 관심사 및 연구 방향 등을 개괄할 수 있는 책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개설서이기 때문이다.

2. 이 책의 저자는 ‘심리언어학자’이며, ‘아동언어 발달 연구’ 전공이고, 이 책의 4장은 ‘통사론(변형생성문법)’, 5장은 ‘형태론’, 6장은 ‘음성학 + 음운론’, 7장은 다시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이라고 제목을 다시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판사에서 뭐라고 선전하든 훌륭한 ‘언어학 개설서’라고 해야겠다. 뛰어난 점은 보통 개설서보다 훨씬 풍부하고 최신의 연구결과까지 포함된 내용을 ‘언론인(journalist)’ 수준으로 재미있게 써냈다는 점일 뿐이다. 실지로 저자를 ‘진지한 연구자’라기보다, 일반인들에게 수준 높은 최신과학을 해설해주는 ‘journalist’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이점은 아마존의 서평을 참고하였다). 1950년대 말 촘스키에 의해 시작된 거대한 학문의 흐름을 이 책 원본의 출간년도인 1995년까지 재미있게 정리한 ‘개설서’ 수준에다 대고, “언어학의 대가 촘스키를 뛰어넘는 최신과학, 이제 언어와 정신에 관한 모든 비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합본 전 옛날 책의 앞표지 및 역자의 말)”식으로 선전하는 것은 종교로 치면 조사모독(祖師冒瀆)에 해당하는 불경죄(不敬罪)라는 것을 출판사나 번역자는 알고 있을까? 도대체 개론 수준의 책을 번역 출판하면서 그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다. 이 점 역시 곧 지적할 ‘엉터리 번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감히 언어학을 아는 사람이면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식의 엉터리 번역이 나올 수 없을 것이기에. 우리나라 학자가 쓴 언어학 개설서를 보고싶은 분은 “김진우, 언어: 이론과 그 응용, 탑출판사, 개정판, 2004. 2”이나, 조금 가볍게 접근하고 싶은 분은 ‘언어학’과 ‘영화’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강범모, 영화마을 언어학교, 동아시아, 2003. 4”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 다른 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의 책 “조지 밀러, 언어의 과학, 강범모, 김성도 옮김, 민음사”의 원본은 이책보다 앞선 1991년 나왔으니까, 읽어보시면 위와 같은 선전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아실 수 있다.

3. 구체적인 번역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역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자는 모두 3명으로 되어 있는데(보통 공역에서 밝히기 마련인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에 관한 말은 전혀 없다), 그 중 김한영은 “(1962년 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전문번역가”로 되어 있으나, 소개된 경력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번역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 책의 주(主) 번역자로 추정된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독일에서 수학하고 미국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교 독어과 교수(문미선), 독일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강사(신효식)로 되어 있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 학력이나 경력이 ‘영어로 된 언어학 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 점은 이 책이 개설서라는 점과 누구나 영어를 기본으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비난까지 할 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어떤 부분을 주로 번역했는지(또는 감수 내지 협조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번역상의 모든 문제점은 공동 책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아니면 번역계의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이름만 빌려준 박사교수’들이 될 테니까.)


4. 사소한 번역상의 문제점은 다음 단락에 종합하기로 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정말 번역자의 도의(道義), 책임과 관련되는) 부분부터 먼저 지적하기로 한다. 이제까지 필자의 독서 인생에서 본 일이 없는 일이지만, 세상에 번역자가 ‘번역 불가’라고 하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 ‘잘못된 문장이나 비문법적인 문장이라 도저히 번역이 안 된다’는 건가? 아니면 ‘역자의 능력 부족으로 번역할 수 없다’는 건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the Wonderland)”와 그 속편 격인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는 재미있는 말장난(pun) 때문에 언어학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편이다. 그 중에 나오는 “재버워키(Jabberwockie:종잡을 수 없는 말장난)”의 시 4연은 이렇다(이 서평의 대상인 “언어본능” 번역서 131페이지.)

‘Twas brillig, and the slithy toves
Did gyre and gimble in the wabe:
All mimsy were the borogoves,
And the mome raths outgrabe.

보시는 대로 번역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곧 뒤에 보겠지만 정통 영문학자의 번역도 껄끄러운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역자는 대담하게 “번역불가”라고 써놓았다는 점이다. “번역자의 (독자에 대한) 항복”인가? 아니면 “순진한 번역자”인가?(대부분의 번역자들은 이런 경우 대충 4연 원문 생략하고 따라서 번역도 생략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 건 문장이 될 수 없다”는 철없는 만용인가? 이번엔 정통 영문학자의 번역을 보겠다. “루이스 캐럴,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손영미 옮김, 시공주니어, 초판 4쇄, 2002. 10”, 29페이지에 보면 번역이 나와있다(참고로 역자는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에서 관련 석박사를 딴 영문과 교수이다).

“저녁 무렵, 유연활달 토우브
언덕배기를 순회하며 뚫고 있었다.
보로고브들은 모두 우울해 했고.
침울한 라스들은 끼익거리고 있었다.
(역자 주: ‘토우브’는 오소리의 일종, ‘보로고브’는 지금은 멸종된 앵무새의 일종. ‘라스’는 몸체가 녹색을 띠고 있는 육지 거북의 일종)

아무리 이 책이 1870년대에 나왔다고 해서, 미학과 출신 번역가, 독어학박사들도 모르는 영어를 어떻게 영문학박사는 알까? ‘영문학박사”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말이나 고어(古語)라서? 아니다. 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같은 소설 뒷부분에 저자인 루이스 캐럴의 설명이 다 나오는 것이다(앞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번역서 126 ~ 129페이지). 어떻게 모르는 다른 책의 부분이 나오면 그 책의 번역본이라도 찾아볼 생각을 않고 ‘번역불가’라고 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번역가에 대해 대체로 동류의식(同類意識)을 느낄 정도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러고 이것 뿐만이 아니다.

5. 역자가 조금이라도 언어학에 지식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오역(誤譯)이 또 나온다. 161페이지 이하에 보면 촘스키(Chomsky)의 ‘변형생성문법’ ‘수형도(tree diagram)’와 X’(엑스바 이론) 설명이 나오는데, ‘spec(specifier)’을 ‘주어’라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XP → (SPEC) X’ YP*를 “구는 하나의 수의적인 주어(영어에서 어떻게 주어가 수의적일 수 있을까?)와 그 뒤에 오는 하나의 X-바,…”라고 해놓았다. 언어학의 ‘구 구조 규칙(phrase structure rule)’에서 ‘spec(ifier)’는 ‘지정어(指定語)’라는 말로 관사와 형용사 등, ‘핵(head)’를 수식하는 말(왼쪽에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즉 임의적인, 선택적인)을 의미한다. 한편 ‘수의적’이란 말은 ‘隨意的’으로 보이는데 일본말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리 몸 근육에 ‘수의근(隨意筋)’, ‘불수의근(不隨意筋)’이 있다고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때 외에는 들을 수가 없는 말이다. 아마 영어 원어는 ‘arbitrary or selectional’, 우리 말로는 ‘임의적’ 또는 ‘선택적’으로 번역하는 것이 보통이다.  

6. 지금부터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보며 번역상 오류를 지적하겠다. 동류끼리 또는 관련 전문가로써 정체를 감추고 비판하다는 오해가 생길까 봐 미리  말씀 드리면, 필자는 영어학이나 언어학 또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며,  문필하고는 관계가 먼 직장생활을 이십 여년 해온 사람이다. 그냥 글과 영어(나아가 언어), 공부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독자일 따름이다. 이 책은 대개의 중요한 부분에 원문이 그대로 병기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라, 원서를 다시 사서 볼 필요 없이 순전히 번역본을 보면서도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p.16 중간 ‘제대포’ → 한자로 ‘祭臺布” 또는 ‘altar cloth’라고 부기했으면 국어사전 찾는 수고가 줄었을 것이다.

p.17 위에서 7째 줄 ‘주간 드라마’ → 우리나라에서처럼 일주일에 한번 한다는 주간(週刊)인가? 아니면 낮에 한다는 ‘주간(晝間: soap opera)’인가?

p. 20 위에서 둘째 줄 및 p.122 밑에서 셋째 줄 ‘parkway(공원 내의 도로)’ → (Richard Lederer라는 사람의 유명한 ‘Crazy English’라는 글에서 나온 말. 이 글 읽어보시고 싶은 분은 다음 인터넷 주소에 가시면 읽어보실 수 있다. http://pw1.netcom.com/~rlederer/arc_ceng.htm#ce1), driveway에서 park하고 parkway에서 drive한다면 parkway의 뜻이 짐작될 것이다. driveway가 도로가 아니라 ‘주차통로(도로와 집 안의 주차장 사이에 있는 차가 드나드는 통로로, 주로 낮에 또는 밤에도 주차장 공간보다 차가 많은 경우 주차도 하는)’인 것 비슷하게, parkway도 ‘공원(park)’하고는 전혀 무관하며, ‘자동차 도로, 외곽순환도로, 큰 간선도로(중간에 보통 잔디로 된 중앙분리대가 있는)’의 뜻이다.

p.21 중간쯤 ‘동물의 왕국’ → 옛날 TV에 나왔던 수입영화 제목의 영향이 너무 오래 간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말이다. ‘(the) world of animals’이면 ‘동물의 왕국/세계’쯤의 번역도 괜찮겠지만, ‘animal kingdom’이면 대부분의 학문적인 글에서는 ‘동물계(動物界)’(생물의 분류 단위인 ‘계, 문, 강, 목, 과, 속, 종’할 때 최상위 단계인 ‘계(界)’가 바로 ‘kingdom’)로 번역해야 할 때가 있을 것임에도 어떻게 대부분의 책에서는 일률적으로 ‘동물의 왕국’만 나온다. 이 책의 원문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다.

p.23 중간쯤 ‘털이나 깃털 달린 얼간이’ → 앞뒤 문맥으로 보아 ‘비버(beaver)’와 ‘기러기(goose or wild goose)’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p.48 중간 및 p. 88 ‘나바조’ → 인디안 부족 이름 ‘나바호(Navajo)’. 웬만한 사전에 다 나온다. 지금도 아리조나주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부근에 살고 있다.

p.69 중간쯤 ‘네 살바기’ → ‘네 살배기’

p.73 맨 위 ‘라 졸라’ → ‘라 호야(La Jolla: 샌디에고 바로 위에 있는 지명으로 스페인어에서 왔음. 이 지명을 딴 미 해군의 군함이 몇 년 전 부산에 기항했을 때 우리 신문들은 정확하게 ‘라 호야’라고 했었음)

p. 84 위에서 5 ~ 6째 줄 ‘많은 것이 인용된 구절’ → ‘이 구절에서 많은 것이 인용되어졌다’인가? ‘이 구절은 많은 인용을 포함하고 있다’인가?

p.91 밑에서 4째 줄 ‘라우라 마틴(Laura Martin)’ → ‘로라 마틴’(뒤에 225페이지에서는 ‘로라’라고 되어 있다)

p.111 맨 위 ‘모두원리는’ → ‘모두 원리는’

같은 페이지 위에서 8째 줄 ‘켤 수 있는 눈’ → 영어야 어찌 되었든 우리말로는 ‘눈’이 무엇을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추었다, 보았다’고 해야 된다.

같은 페이지 위에서 17째 줄 ‘plate tectonics’ → 우리말로는 ‘판(板)구조론’이라 한다.

p.130 여기 맨 위 문장에서 중의어(重義語) 해석이 빠진 것이 많다. 예를 들어 ‘broad splashes’는 ‘매춘부에 대한/의한 방뇨’. ‘empty sky’는 ‘배고픈 하늘(그래야 뒤의 食道로 연결된다)’ 등. 한편 ‘tree-tops’같은 간단한 단어는 굳이 사전을 뒤져 ‘우듬지’라고 해놓았다. ‘나무 꼭대기, 나무 위’가 아니라 ‘우듬지’라…(평소 이런 말 쓰시는 분?)

p.168 밑에서 4째 줄 ‘공을 던지라고’ → 영문(‘to shoot the ball’)을 보면, ‘슛(공)을 쏘라고’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공을 겨냥해서 조준하고는 ‘빵’하고 총쏘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걸 단순히 ‘공을 던지라고’ 식으로 번역해버리면 이 말장난을 알 수가 없다.

p. 173 밑에서 6째 줄 ‘조동사는 또한 INFL이라고 불리므로’ → 조동사가 INFL이 아니라, 다만 ‘구 구조 수형도(phrase structure tree diagram)’에서 조동사는 INFL 자리에 포함되는 것 뿐이다. 당연히 INFL은 ‘어미변화 또는 굴절(inflection)’의 뜻으로 ‘시제(tense)’를 주로 포함하는 범주이다. 이것은 저자 잘못인지 번역자 실순지 애매하다.

p.176, 177에 걸친 문장 → 필자는 독일어를 모르지만 (擬似) 독일어 첫 문장과 영어 첫 문장이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한글 번역이 똑 같을까? 공동 역자인 독일어 박사들이 이 문장을 봤나 모르겠다.

p.177 인용문장 바로 밑 ‘칵테일 파티에 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적 생활에 대한 촘스키의 주요 공헌 중 하나가 … 것을 안다’ → 도대체 ‘칵테일 파티에 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파티에 초대 받는 사람, 즉 같은 계통의 직업을 가졌다든지, 가까운 관계라든지, 같은 학문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이런 뜻인가?


p.204 제일 아래 booth-beeth, harmonica-harmonicae…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이 없으면 일반 독자들은 알 리가 없다. 차례로 tooth-teeth, formula-formulae, brother – brethren, datum-data, appendix – appendices, cherub – cherubim식의 불규칙 복수형(옛날에는 역시 규칙형이었지만)을 비꼰 말이다.

p.223 위에서 10째 줄 ‘수잔 카레이(Susan Carey)’ → ‘수잔 캐리’. 유명한 여자 가수 Mariah Carey(머라이어 캐리)를 생각해 보라.

p.240 맨 위 [오, 새벽의 이른 불빛으로 볼 수 있는지 말해줄래요? Jose can you see by the donzerly light? [Oh,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 이 문장은 미국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의 첫 소절(the first verse)로 “(어제 저녁 석양빛에 마지막 본, 우리가 자랑스레 붙잡고 지키던 그것(성조기)을) 오늘 아침 이른 새벽빛으로도 여전히 볼 수가 있는지, 그대여 말하라!”라는 뜻. 누가 우리 애국가를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까요?” 그러면 기분 나쁠 것이다. "조화유, 이것이 미국영어다, 조선일보사, 제10권, p.114"에 보면 , 불법 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미국 이민국(INS) 수사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남미계처럼 보이는 학생들에게 미국 국가를 불러 보라고 하고, Oh, say, can you see가 아니라 Jose, can you see로   시작하면 쫓아낸다는 농담이 있다고 소개한다(호세Jose는 가장 흔한 멕시코계 이름.) 독자들은 왜 이 책에서 Jose can you see라는 구절이 나왔는지 배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페이지 위에서 10째 줄 ‘서기’ → ‘notary public’은 그냥 서기가 아니라 ‘공증인(公證人)’(우리나라에서도 법무사 사무실에서 많이 볼 수 있는)이란 뜻. ‘서기(書記)’는? ‘(a) clerk’.

p.249 맨 아래 ‘span and spic’→ ‘spick and span’이라야 ‘clean and neat’의 뜻.

p.250 맨 위에서부터 수많은 단어들의 뜻은? – 보통은 이런 부분 번역 안 해도 그만이겠지만, 이런 책 보는 분은 대개 언어에 관심이 많을 것이므로 모르고 넘어가기가 뭐해서, 스스로 찾아보기 십상일 것이라서, 여기 적어둔다.

riff-raff(하층민, 잡동사니), mish-mash(혼란, 뒤섞임), flim-flam(엉터리, 속임수), chit-chat(수다, 재잘재잘), tit for tat(오는 말에 가는 말), knick-knack(자질구레한 장신구), zig-zag(지그재그), sing-song(단조로운 노래), ding-dong(딩동),  King-Kong(킹콩), criss-cross(삐뚤빼뚤), shilly-shally(망설이는), see-saw(시이소오, 오르락내리락), hee-haw(이~햐!), filp-flop(홱홱 뒤집기), hippity-hop(깡총깡총-캉가루 새끼가 뛰는 모습), tick-tock(똑딱똑딱), tic-tac-toe(三目: 아이들 놀이), eeny-meeny-miney-moe(술래 정할 때나 무얼 고를 때 부르는 노래, 우리 말로 하면 ‘이 거리 저 거리 밖 거리’, ‘어느 것을 고를까? 알아 맞춰 보세요’ 하는 식), bric-a-brac(골동품, 고물), clickety-clack(덜컹덜컹, 찰칵찰칵), hickory-dickory-dock(자장가 nursery rhyme 제목. 별 뜻이 없음), kit and kaboodle(이것 저것, 모두), bibbity-bobbity-boo(디즈니사의 만화영화에서 온, 신데렐라가 외우는 주문)

p.254 위쪽 여기도 수많은 설명 없는 단어들 →
razzle-dazzle(시끌시끌), super-duper(극상의, 아주 좋은), helter-skelter(허둥지둥), harum-scarum(덤벙덤벙), hocus-pocus(요술, 감쪽같은 속임수), willy-nilly(싫든 좋든, 다짜고짜), hully-gully(춤 이름, Beach Boys의 노래 제목, 좋아 좋아 정도의 뜻), roly-poly(토실토실), holy-moly( = Holy Moley: 야! 이런!), herky-jerky(움찔움찔), walkie-talkie(워키토키), namby-pamby(멋없는, 지루한, 갈팡질팡), mumbo-jumbo(우상, 공포의 대상, 뜻 모를 이야기), loosey-goosey(편안한, 헐렁한), wing-ding(야단법썩), wham-bam(철썩 쿵), hobnob(권커니 잣커니), razza-matazz(떠들썩, 소란법석), rub-a dub-dub(둥둥둥 북소리)

p.257 맨 밑 인용문 → 뒤에 보면 영어를 이탈리아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라서 이렇게 설명이 붙어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Uans appona taim uase disse boi. (Once upon a time was this boy.)

p259 맨 아래 셜리 엘리스(Shirley Ellis) 의 1964년 히트곡 ‘Name Game’ 이야기 → 도대체 이것만으로는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노래는 아무나 이름을 이용하여 운율(rhyme)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노래했다고 한다(참, 특이한 가사도 다 있다!) 가사 일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The first letter of the name
   I treat it like it wasn't there
   But a B or an F
   Or an M will appear

   And then I say Bo, add a B
   Then I say the name
   Then Bonana, Fanna, and a Fo
   Then I say the name again with an F very plain
   Then a Fee, Fy, and a Mo
   Then I say the name again with an M this time
   And there isn't any name that I can't rhyme


p. 260 아래쪽 Dorothy Parker(1893~1967. 미국의 여류 시인, 비평가)의 “I’ve been too fucking busy and vice versa.” → (욕을 그대로 인용해서 뭣하지만) 맨 뒤 vice versa의 뜻을 못 살리고 있다(이 말의 문자 그대로 뜻은 ‘역(逆)으로’.) 즉, 이 말의 숨은 뜻까지 포함해서 다시 쓰면 “I’ve been too fucking busy and too busy fucking.(fucking busy가 문자 그대로 ‘역이 되어’ busy fucking이 되었다 – 뭣같이 바빴고 뭣하느라고 바빴다는 뜻)”

p.261 밑에서 5째 줄 “대화 중에 cows가 등장하면” → 뒤의 udder의 원 뜻이 ‘(소나 염소의) 젖통’이란 해석이 없이 보면 뭔 말인지 모를 것이다.

p. 268 위에서 9 ~ 11째 줄 “하버드 대학의 구내에 자동차를 주차(pahk their cah in the Hahvahd Yahd)하는 보스턴 사람들은 딸의 이름을 Sheiler와 Linder라고 짓는다.” → 보스턴 사람들이 ‘r’ 발음 대신에 ‘h’발음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원래 Sheilah와 Linda라고 해야 할 여자 이름 대신에 Sheiler와 Linder라고 쓴다는 뜻이다(물론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비꼬는 뜻.)

p. 275 중간 아래쯤 나오는 ‘Emily Litella’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질다 라드너 역을 맡은 배우’ → 질다 라드너(Gilda Radner: 1946~1987)가 실존했던 여배우, ‘새터테이 나이트 라이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TV Show이고, ‘Emilly Litella’는 질다 라드너가 분(扮)했던 ‘(귀가 먹은) 극중 인물’로 ‘(endangered) species’를 보호하자는 말을 잘못 듣고 ‘(endangered) feces’를 보호한다니 무슨 소리냐고 타박을 주는 것이다. 이걸 반대로 번역해 놓았다.

p.278 위에서 11째 줄 From the John Prine song → From the John Prince song(바로 밑에 ‘존 프린스’라고 번역되어 있다)

같은 페이지 몇 줄 아래 ‘블루 치어의 히트곡 I’m your Venus’ → 흘러간 팝송(oldies but goodies)을 즐기는 사람은 ‘블루 치어(Blue Cheer)’도 알고, ‘I’m your Venus’라는 가사도 귀에 익지만 이 둘을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우리가 익숙한 “I’m your Venus, I’m your fire, at your desire…”라는 가사는 ‘쇼킹 블루(Shocking Blue)’의 ‘Venus’란 노래이다. 저자가 틀렸을까? 역자가 틀렸을까?

p.281 위에서 3째 줄 마지막 “don’t call it “dead”’ → ‘don’t call it “deed”’. 바로 밑의 번역에 ‘“deed’라고 부르지 말기를’ 이라고 되어 있다.


p.282 밑에서 둘째 줄 ‘일본의 간지문자’ → ‘간지’는 ‘한자(漢字)’이므로 병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p. 292 밑에서 5째 줄 “이해를 이해하는 것은” →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p. 301 ~ 302 인용문 “She saw the matter ~ through.”를 “그녀는  ~ 문제를 지켜보았다”라고 번역 → ‘see the matter through’는 그런 뜻이 아니라 “끝까지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한다”는 뜻.

p. 302 마지막 우리 말 번역 “고양이를 걱정하는 개” → 영문이 “the dog that worried the cat”로 나와 있다. 여기서 worry는 cat을 목적어로 하는 타동사로 “위협하다, 괴롭히다”의 뜻이다. 번역대로 하려면 “the dog that is worried about the cat”이라야 된다. 능동태와 수동태 구분이 안된 예.

p.303 위에서 둘째 줄 “blessed be He”라는 문장은 삽입된 기원문으로 여기서 He는 그 앞의 the Holy One 즉,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이다(He가 문장 앞이 아닌데도 괜히 대문자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번역은, “주님, 축복 받으소서(May He be blessed!)”이다. 이 문장을 “예수 그리스도가 와서 그를 축복했고”식으로 번역해 놓았다.

p.316 위에서 9째 ~ 13째 줄. 'build-up’은 ‘형성’이라기보다 ‘강화(强化)’라는 뜻이다. 도대체 “가스를 형성해 폭발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가 무슨 뜻인가? 의역하면 “가스저장시설(gas storage)을 강화했기 때문에” 정도가 되어야 적당할 것이다.
 
p.320 위에서 8째 ~ 9째 줄. Family Leave Law를 ‘가족분산법’으로 번역해 놓았다. 이 말의 어원은 미국 노동부의 ‘Family and Medical Leave Act of 1993(FMLA)’에서 왔으며 ‘육아, 입양, 양육, 가족 중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때 1년에 3개월의 무급휴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각 주별로 그 중 일부는 유급휴가로 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노동부에서도 ‘가족휴가’란 이름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가족 및 질병 휴가’ 정도가 될까? ‘leave’의 2번째 뜻인 ‘휴가’를 모른 데서 온 오역이다.

p.326 밑에서 둘째 줄 “남용 가능성이 있는 적정량의 다음 물질들을 함유한” → 위의 영문은 “which contains any quantity of the following substances having a potential for abuse”이다. 어떻게 해서 ‘any quantity’가 ‘적정량’으로 둔갑을 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다음 페이지의 결론이 날 수 없다. ‘어떤 양이라도 즉,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의 뜻이기 때문에 “마약판매원은 법을 어긴 것” 이 되는 셈이다.

p.336 중간 “연방 지방재판소” → 앞 페이지 영문을 대조해 보면 “U. S. Attorney’s Office”라고 되어 있어, 역자가 사법부(판사)와 행정부(검사)를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말은 “연방 (지방)검사실”로 번역해야 맞다. 사법부에 속하는 재판소는 ‘court’로 ‘judge(판사)’들이 근무하는 곳이고, 법을 집행하는 곳은 법무부 장관(The Attorney General) 산하의 연방검사실(현재 미국 본토 및 속령 포함해서 지방별로 관할권을 가진93명)이며, 이들은 모두 연방공무원(행정부인 법무부 소속)이나 지방을 관할한다고 하여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연방검사실’과 ‘지방검사실’은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다만 ‘주정부’에서도 ‘지방검사’를 둘 수 있기 때문에 ‘연방 지방검사’, ‘주 지방검사’로 나눌 수는 있겠다.

 

(한숨 돌리자)

 

이렇게 길게 썼는데 아직도 1권 밖에 지나지 않았다. 쓰는 시간도 읽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며, 서평 페이지에도 제약이 있을까 봐 일단 여기서 멈추기로 하겠다.

그런데 여기 겁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최근 도하(都下) 신문 광고에 의하면, 같은 저자의 가장 최신작인 “The Blank Slate, 2002. 9”을, 이번에는 이 책의 주 번역자 김한영이 혼자서 번역한 것으로 되어있는 책 “빈 서판(書坂)”이 민음사에서 간행되었는데, 가격이 무려 40,000원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책을 보면서도 “아! 원서를 살 걸,”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번역서를 보는 목적이 시간 절약에도 있다면 이건 참담한 실패였으니까. 필자가 생각하고 자료 찾고 이 글을 쓰느라 소비한 시간을 상상해 보라.

번역본에 의하면 초판 1쇄가 1998년 3월이고 초판 4쇄가 2003년 5월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틀린 부분은 보통 ‘쇄(刷: impression or print)’에서도 바로 잡는 법이니까, 적어도 그 동안 3번의 고칠 기회가 있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영세한 출판사 사정’따위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 책 80페이지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10대에 저지른 도둑질로 40세의 사람을 수감하는 것은 40세의 존과 18세의 존을 ‘동일인’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며 이런 지독한 오류는 우리가 이들을 존이 아니라 존1972와 존1994로 지칭한다면 피할 수 있는 오류”라고 한다. 과연 김한영1998과 김한영2004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누가 시험해보고 알려주면 좋겠다.)

또 222페이지에 보면 일반 상식을 완전히 뒤덮는 이야기가 있다. “몇 천의 필수단어만 알면 된다, 세익스피어가 20,000단어를 구사했는데 22,000 Vocabulary는 너무 지나치다. 영영사전의 설명어휘(defining vocabulary)가 3천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보통 사람 상식인데, 가장 정교한 추정에 의하면 미국의 일반 고졸자가 6만 단어 정도를 알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알고 있는 어휘와 사용 어휘의 수(數)는 다르겠지만, 왜 외국 신문이나 잡지, 하다못해 대중소설 읽기도 그렇게 힘들고(주로 어휘 문제로), 그럴듯한 경력을 갖춘 번역자라도 이런 엉터리 번역을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언어’을 다루는 언어학 책의 번역에서 발견된 이 숱한 ‘언어’의 오류는 ‘등잔 밑이 어둡다’인가? 아니면 바벨탑을 짓다가 무너진 인간 ‘언어’의 ‘아이러니(irony)’를 상징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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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것은 영어가 아니다
김윤근 지음 / 이채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배운 것은 영어가 아니다; 초특급 과외선생의 고백, 김윤근, 이채, 2004, 10,000원

(* "나의 서재'가 아니고 이 책을 통해 직접 접속하신 경우, 이 리뷰가 다 보이지 않고 끝이 잘려 보이는 분은 리뷰 '모두보기'를 누르고 보시면 제대로 다 보입니다. 또 아래의 책 내용 중 일부는 왼편 메뉴 맨 위의 '한눈에 보기'를 누르시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를 아십니까?”

왜 길 가다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만 만나면 다들 피하는가? 무슨 질문인지 뜻을 몰라서? 질문이 도저히 문답을 나눌 만큼 아주 가치가 없거나 저질스러워서? 나는 '도'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아니면 '내 구역'이라서? - 이런 사람들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용하게 "여긴 내 구역입니다" 하면 된다고 며칠 전 KBS 2 TV의 '폭소클럽'에서 들었다.)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질문일 수 있지만 잘못된 장소에서 우리가 생각하기에 잘못된 상대방으로부터 듣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은 기본적으로 “나는 도를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또는 상대방이 도의 논의가 아닌 다른 저의(예를 들어 상술이라든가, 전도라든가)를 가진 것 같아서, 그도 아니면 내가 아주 바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극히 타당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학원강사, 과외선생으로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이, “영어의 도를 아십니까?”식의 황당한  설을 낸데 대해 무어라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우려는 있지만, 그래도 혹시 사술(邪術)에 혹하는 사람들이 특히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사이에 나올까 봐 몇 자 쓴다.

우선 이 책은 겉이 어떻게 포장되었든 영어책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저자의 자화자찬과 어쭙잖은 세계관 및 역사관, 설익은 반미 반일감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념으로 끼어 든 몇몇 영어 이야기에도 사술이 많다는 점을 먼저 지적해 둔다. 학생들은 특히 이런 부분에 혹하면 안될 것이다. 영어책의 판별식은 그 머리말이나 도입부에 "영어는 쉽다. 이렇게만 하면 된다. 몇 일, 몇 주, 몇 달 만에 끝난다(그렇게 거짓말이라도 해서 책을 팔겠다는 뜻)"라고 되어있는가 아니면, "영어는 언어이고 모든 외국어로서의 언어는 배우기가 어렵다. 꾸준히 정도(正道)를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책 파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영어교육에 신경 쓰는 양심적 태도)"라고 되어 있는가 보는 것이며, 역시 예외 없이 이 책도 서문에서 "영어는 아주 쉽다. 단지 어려운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 정찬용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같이 되고 싶은 것이 이 책의 소망이란 점을 여러 군데서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필자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영어공부는 열심히 제대로 안해서 문제이지, 열심히 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괜히 쉬운 길, 마약같은 것 없나 기웃기웃하느라 정작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영절하" 따위도 역시 위에서 말한 "영어는 내 말대로 하면 쉽고 금방 된다"는 판별식의 변종에 불과하므로,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 영어공부에 대해 관심있는 분은 필자 "나의 서재"에 올려둔 "영어공부에 대한 단상"이란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이 책에서 ‘w-s’라고 표시하는 “Word Smart 번역판”을 비롯한 국내의 영어교재 해설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고질병이고, 그 점에서 몇 가지 저자의 지적(p.23 anvil을 “귓속뼈”로 해석한 우스운 이야기, p.117 dismiss의 오역 등)은 타당하지만, 올바른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진 스스로의 문제는,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영어공부의 방법 또는 영어를 보는 눈이 정도가 아니고 사술에 가까운 것으로, 눈 밝은 스승과 체계적인 공부가 없이 독불장군식으로 혼자 공부한 사람, 겉으로 주장하는 목적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나오는 폐해라는 점이다. 영어는 외국말이라서 배우고 따라 할 수 밖에 없으며,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교습이 되겠는가?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모색은 필요하지만, 우리가 규칙을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해석하여 이렇게 쓰자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보겠다.

pp. 14 ~ 15.
He doesn’t like flowers as she does. = 그녀는 꽃을 좋아하는데, 그는 싫어한다
.

위 문장을 영어 규칙대로 보지 않고 우리말로 해석하여 답을 찾으려면 틀릴 수 밖에 없다. 그게 영어다. 마지막 does 같은 것을 ‘대동사(代動詞: pro-verb, verb as a pro-form)’라고 하는데, 이는 앞 구절의 동사를 그대로 되풀이하기 싫어 대신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does’는 ‘likes’ 대신 쓴 것이지 ‘does not like’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꽃을 좋아하는 것이다”까지는 맞다. 그러나 여러 접속사 중에서 왜 하필이면 ‘as’를 썼을까 하는 이유, 즉, ‘as’의 의미를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하고 있다. 만약, 앞 뒤 구절이 반대, 대조의 뜻이라면, ‘but, while’같은 것을 썼을 것이고, ‘as’를 쓴 이상은 앞 뒤가 비교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면 “그는 그녀가 꽃을 좋아하는 만큼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해야 정확하다. 즉, ‘그가 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처럼 좋아하지는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걸 “그녀는 꽃을 좋아하는데, 그는 싫어한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Nobody knows her as I do”라는 문장의 뜻은 무엇일까? 역시 “나는 그녀를 아는데, 다른 누구도 그녀를 모른다”가 아니라, “누구도 나만큼 그녀를 알지 못한다, 즉, 다른 사람들보다도 내가 그녀를 제일 잘 안다”라는 뜻이다.

한편 이 비교의 ‘as’(원래 as 뒤에는 절이 오고, like 뒤에는 명사구가 오지만, 구어에서는 as 자리에 like도 쓰이기도 한다)나 ‘like’ 앞에 콤마가 오면 뜻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콤마의 두 문장을 갈라놓는 힘 때문에 그런 것이며, 콤마가 있으면 읽을 때도 반드시 쉬었다가 읽어야, 콤마 없는 쪽과 뜻이 구별된다. “I don’t smoke like Jane (or as Jane does)”가 “제인만큼은 안 피운다”의 뜻이라면, “I don’t smoke, like Jane(or , as Jane does)”는 “제인은 피우는데 나는 안 피운다(앞에서부터 해석하면 "나는 피우지않는다, 제인은 피우지만)”라는 뜻이 되어 이 책의 해설과 비슷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또 like가 문두에 나올 경우에도 뜻이 달라지는데 "Like Jane, I don't smoke"라고 하면 "제인처럼 나도 안 피운다," 즉, "제인도 안 피우고 나도 안 피운다"라는 뜻이 되는데, 이때는 문두의 Like Jane이 뒤 문장의 동사 'smoke'에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문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런 경우를 문두의 '문장 부사구'라고 한다.)


p.16 문장 형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뒤에도 또 나온다)
She made me a cake와 She made a cake for me는 같은 뜻이 아니라 뒤의 문장은 “단지 케이크만 만들었을 뿐, 실제 나에게 주었는지는 모르고, 어감상 오히려 주지 않은 쪽에 가깝다.”

왜 영어를 영어 그대로 받아 들이지 않고 우리 말로 해석한 뒤 그걸 가지고 거꾸로 영어의 뜻을 규정하고 영문법을 창조하려 드는가? 이 세상 어떤 영문법 책에도 위 두 문장은 다 같은 뜻으로 나와 있는데…

(추기: 이 세상 모두가 아니고, 그렇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한 영문법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조용남, 실용영문법 100문 100답, 삼영서관, 2001, 제1권, pp. 165 ~ 167." 여기 보면 Her mother made a beautiful dress for her이라는 문장을 들고, "드레스가 실제로 그 여자에게 주어졌는지 알 수 없다. 그냥 주어졌으리라 짐작될 뿐이다"라고 한다. 저자가 이걸 보고 하는 이야긴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어감상 오히려 주지 않은 쪽에 가깝다"는 식으로 비약하고 있다. 확실히 말해 두지만, 앞의 조용남 박사 이야기도 확인된 정설이 아니고, 저자의 유추에 의한 가설일 뿐이다. 그냥 영어의 모국어 화자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과연 그렇게 해석이 되느냐고? 지금 이 주장이 맞다면 그 중요성으로 보아 어떤 영문법 책도 마땅히 이를 다루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그렇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중요성 때문에 혹시나 하여 이 문제를 외국인 문법가와 논의해 보았는데, 흥미 있는 질문이며 어떻게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 이해는 가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이 문제는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 하는 사람 소신 있다고 할 만한 문제가 아닌, 사실(fact)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형태가 다르면 의미가 다르다. 의미가 형태를 결정한다.” 이 말은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영어공부의 금과옥조로 구학관 박사의 “영어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테스트뱅크이십일닷컴, 2000”이라는 책에 그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이 책에서도 몇몇 부분에서 이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혹시 저자도 위의 책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그 뜻은 완전히 왜곡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된 일이다. 위 두개의 문장은 물론 형태가 같지 않다. 그러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4형식 동사에서 직접목적어를 앞으로 오게 하면 간접목적어는 그냥 뒤로 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to, for, of같은 전치사를 취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부사구 역할을 하는 전치사구가 되고, 가장 중요한 정보나 최신 정보는 문미로 보내는 영어의 특성상, to, for 뒤에 오는 간접목적어를 강조하는 뜻이 된다.이 때 ‘의미상(semantic)’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강조점과  ‘통사론적인(syntactic)’ 차이가 생기는 것 뿐이다. 만일 두 개의 목적어가 모두 대명사이면 3형식이 보편적이며 특히 it, them 같은 것이 직접목적어일 경우 4형식으로는 쓸 수 없고(예: She made him it은 틀리고 She made it to him만 가능. She made them them은 안 되지만 She made them to them은 가능), 또 직접목적어가 길어질 경우에는 4형식 쪽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뜻을 알기가 편하다는 점이 있다(예: She made the most beautiful clothes that I have ever seen for me보다는 She made me the most beautiful clothes that I have ever seen 쪽이 낫다. 전문 문법용어로 하면 ‘무거운 목적어의 우향 전이(Right Movement of Heavy Objects)’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이 차이의 전부이지 "실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느냐 아니면 결과는 모르겠다" 할 정도로 심각한 의미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어떤 사람도 위 두 문장의 뜻이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4형식과 그를 3형식으로 바꾼 동사는 전부 ‘ ~ 해 주었다’라고 해석해야 맞다. “그녀는 나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었다(*이 것으로 문장의 의미가 끝이라고 한국말로 생각하고 분석하니까 위와 같은 엉터리가 나오는 것이다) ”가 아니라 “그녀는 나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다.”라는 식으로. 괜히 4형식 동사에 '수여동사(受與動詞; dative or di-transitive verbs)'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만들기만 했다'는 식의 해석(* 결론이 open되었다고 한다)이 가능한 유일한 경우는, “She made a cake for me, but she changed her mind and ate it.”식으로 바로 뒤에 부정의 문구가 올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럼 “단지 만들었을 뿐 실제로 나한테 주었는지는 모르겠다(이것도 이상하다. 나한테 주었는지 여부를 어찌 화자인 내가 모를 수가 있을까?)”라고 하고 싶을 때의 영어 표현은 무엇일까?  단, 바로 앞 지적에 따라 ‘나”를 ‘그’로 바꾸겠다.
“She made a cake to give to him.” (뒤의 부정사구는 목적을 나타내니까 주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사실 외에는 암시하는 바가 없다.)
“She made a cake intended for him.” (intended for him이 목적을 나타내는 분사구로 케이크를 수식한다.)


pp. 20 ~ 21 “line” 이야기
Meredith felt abashed by her inability to remember her lines in the school chorus of “Old McDonald Had a Farm.” 이 문장에서 ‘line’을 “Word Smart” 번역판에서 ‘음정’으로 해석하는데 ‘음정’이 아니라 ‘가사’가 맞다 (뒤에 보면 이 일로 넥서스출판사 및 교육부에 전화 걸어 따진 이야기가 길게 나오고, 심지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로까지 밝히고 있다.)
          

저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며, 출판사는 자기가 한 일을 자신이 모르는구나!

‘line’이 연극이나 영화에 쓰일 때는 ‘대사’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과연 음악에서 ‘line’이 쓰였을 때도, 연극으로 치면 '대사' 즉 '가사' 외의 뜻은 없는 것일까?

‘노래 가사’의 영어 표현은 뭘까? ‘lyric('가사'라고 할 때는 보통 복수형으로 많이 쓴다)’이라는 말이 가장 보편적이고 ‘words’라는 말도 많이 쓰이며(pop song 같은 데서 ‘song by ~ , ‘words by ~ ’라는 표현은 ‘작곡 ~ , 작사 ~ ‘라는 말이다.), 가끔씩 '시의 한 행(行), 구절'에서 비롯된 ‘line(역시 '대사' 또는 '가사'로 쓸 때는 보통 복수형으로 쓴다)’이라는 말도 쓰일 때가 있기는 하다. 우리말로도 노래 가사를 짓는 것을 작사(作詞) 또는 작시(作詩)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line’의 음악 관련 뜻에는 ‘멜로디; 일련의 음표; 오선지의 오선’이 있으며, 특히 미국식 영어에서는 '가사'보다는 오히려 '멜로디'의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아래 영어사전 인용 참조). 따라서 ‘Word Smart’ 식의 ‘음정(꼭 같진 않지만 우리말 평상어법으로 치면 ‘곡조 = 멜로디’의 의역쯤으로 보아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멜로디’로 해석해도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합창’이라니까, 여러 성부로 나누어 불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돌림노래’로 불렀을 수도 있으니까 자기 멜로디를 헷갈릴 수도 있다(실제로 이 노래는 돌림노래로도 많이 부른다.) 그것도 아니면 사실 자기 가사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이 노래를 아는 분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노래 간단해 보여도 길게 할 경우 몇 절이 끝인지도 모르게 계속 이어지고 소절간 헷갈릴 염려가 충분하니까. 필자는 아직도 1절이 ‘돼지’이야기인지, 아니면 2절인지, 3절에 나오는지, 끝이 몇 절인지 외우지 못한다. 이렇게 한 단어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중의적(重義的; ambiguous)’이라는 표현을 쓴다. 참고로 몇몇 영어사전을 아래 직접 인용하겠다.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Fourth Edition, Boston, Houghton Mifflin, 2000.
23. b. The dialogue of a theatrical presentation, such as a play. Often used in the plural: spent the weekend learning her lines.
28. Music b. A sustained melodic or harmonic part in a piece: a rock song with a driving bass line.

MSN Encarta Dictionary (http://msn.encarta.com/dictionary)
19. music melody: the notes that make up a melody
34. theater actor’s words: the words spoken that make up an actor’s part ( often used in the plural )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of American English
15. [count] a series of connected musical notes that form a tune: a bass line
9a. [plural] the words that an actor says in a performance: He forgot his lines.

The New Oxford American Dictionary (이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임)
1. ; a sequence of notes or tones forming an instrumental or vocal melody
3. ; a part of a poem forming one such row (pl.) the words of an actor’s part in a play or film


p. 53 영어의 발음 이야기
영어는 글자 하나씩 발음하니까 ‘system’은 ‘s, y, s, t, e, m’ 하나씩 발음하여, ‘스이스트엄”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며, 반대로 우리말은 ‘ㄱ, ㅣ, ㅁ’이 합쳐져서 ‘김’이라고 한번에 발음이 된다.

영어든 우리말이든 이런 걸 연구하는 학문이 언어학의 하위 분야인 ‘음성학(phonetics)’ 또는 ‘음운론(phonology)’이며, 이런 쪽에서 보면 위의 이야기는 큰일날 소리에 불과하다. 영어와 한글은 모두 ‘음소문자(音素; phonemic or alphabetic writing system)’로 언어의 발달 단계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음소(phoneme)가 모여 음절(音節: syllable: 소리 마디)을 이루는 문자’란’ 뜻이며, 이 음소문자는 음절에 비해 적은 수의 음소 조합에 의해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절문자(일본어가 이에 해당. 우리말은 'ㄱ'과 'ㅏ' 음소에 의해 '가'라는 음절이 이루어지는 반면, 일본어는 음소가 아니라 음절 '가'가 있을 뿐이다)에 비해 훨씬 과학적이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음절문자인 일본어를 가지고 음소문자인 영어나 한국말을 표기하면 우습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영어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아래에서는 목적상 할 수 없이 몇 자 한글로 표기하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말에서는 ‘ㄱ, ㅣ, ㅁ’의 세 가지 음소(음소란 어느 언어에서 변별적 기능, 즉 ㄱ, ㄴ, ㅏ, ㅓ, 영어의 a, e, l, r, 처럼 다른 소리와 달리 들려서 구분이 가능한 최소 단위의 어음을 말한다)가 모여 ‘김’이라는 ‘음절(syllable)’을 이루는 것이고, 영어에서는 ‘s, y, s’라는 음소 셋이 모여 ‘sys’라는 한 음절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system’이라는 영어 단어는 2개의 음절(sys, tem)로 이루어진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른데, 억지로 한국말로 표기 하자니까 방법이 없어, ‘시스템’이라는 3음절로 표시하는 것뿐이다('싯템'은 원래 발음과 틀리고, 우리말로는 '시ㅅ템'이라고 쓰면 틀리니까). 다른 예로 'Christmas'의 경우는 영어로 2음절에 불과하지만, 우리말로 표기하면 '크리스마스' 무려 5음절처럼 표기되는 것이다. 물론 외국사람들에게 이 5음절로 발음하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을 것이다. 그래서 영어사전을 보면 이 음절이 보통 단어 중간에 방점으로 표시되어 있어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기네 모국어화자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시스템' 3음절이라 해도 틀리는 'system"을  '스이스트엄'이라는 주장하는 이 해괴한 이론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

한편 외국 사람이 처음에 우리말 '김'을 ‘김’이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기므 또는 그임’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말의 음절 구조(초성, 중성, 종성)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Gim'이 '기ㅁ 또는 ㄱ임(우리말로는 음절이 아니라 아예 틀린 표기지만, 영어에서는 이게 한 음절이다)'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Kim이라고 쓰면 절대 '키므, 크임"이라고 하지 않고 '킴'이라고 나오는 이유는 그들 이름에도 Kim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rose'같은 단어의 o는 이중모음 'ou(오우): 우리말에서는 2음절이지만 영어에서는 1음절', 마지막 e는 모음으로서의 발음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1음절로 취급한다. 우리말로는 자음을 홀로 쓰지 못해  할 수 없이 '로즈' 와 같이 2음절(사실과는 틀린 표기법이라고 생각된다)로 쓰는 사람 또는 '로우즈' 3음절로 그래도 비슷하게 적는 사람 각각이지만, 실제 발음은 1음절로 해야 한다. 그래서 '로즈'라고 2음절로 하면 아예 못 알아들을 것이고, '로우즈'라도 마지막 '즈'를 분명하게 발음하면 이 'ㅡ' , 잘못 발음하면 'ㅓ'로도 들리는 모음 때문에 외국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에게도 이 한국말 구조를 가르치면 곧잘 ‘김’이라고 발음하는데(Jim처럼 발음하라고 해보라),  "영어는 각각의 음소가 곧 음절, 즉, 영어가 음절문자"라는 식으로 외국말을 창조하고 발명해내서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신 영어 발음에 관한 국내 도서를 한 권 소개할 테니 보고 따라 해 보시면 영어 발음에 대한 의심이 싹 해소될 것이다. "한학성, 한국인을 위한 영어발음 교과서, 테스트뱅크이십일닷컴, 2002. 9, 6쇄" - 저자는 현재 경희대 교수로 계시고 미국에서 언어학 박사를 딴 정통 영어학자이다. 


책의 전편을 통한 다른 교재의 번역 및 해설 문제점 지적을 보면, 분명히 저자는 영어에 대한 감, 번역에 대한 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니까, 이런 사술로 한 밑천 잡으려고 덤비기보다는, 제대로 영어를 공부하는 편이 낫겠다. 세상(영어교육 현실)이 어려울 수록 바른 길로 학생들을 인도해야지, 이를 기화로 엉뚱한 사술을 내세워 문도(門徒)를 모으려 해서야 되겠는가?

이 책뿐만 아니라 요즈음 인터넷을 통해 무작위 스팸메일로 유포되는 각종 영어 관련 사술, 예를 들어 영문법이 폐지된다는 둥 하는 것들도 더 했으면 더 했지 모두 마찬가지 상술에 불과하니, 무릇 제대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절대 돌아보면 안될 것이다. 식품 범죄가 근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도 우리 젊은 학생들 정신을 좀먹는 그만큼 나쁜 저질 범죄인데 이런 것들은 누가 단속해야 하나? 그래도 혹시 귀가 솔깃해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은 그 전에 반드시 학교 영어 선생님과 상의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배운 것이 영어가 아니었으면” 제대로 영어를 배워서 가르칠 생각을 해야지, “영어를 왜곡하고, 만들어 내서”, “내가 도를 얻었으니, 도를 아는가?”하는 것은 나만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까지 망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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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는 오늘(2004. 6.18)자 조선일보 스포츠난에 실린 기사이다. "보지도 않고 본듯이 소설 쓰는" 기사, "막상 중요한 건 다 빼먹은 기사"가 어떤 건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 시간은 모두 미국시간) 

1. Detroit Pistons와 L.A. Lakers 간의 미국 프로농구 최종결승(NBA Finals) 1, 2차전은 지난 6월 6일, 8일 L.A.에서 열렸다. 1차전에서 디트로이트가 승리한 다음 날인 7일 플로리다주 Tampa Bay에서 북미하키리그(NHL: National Hockey League) Championship 최종 7차전이 열렸고, 결과는 홈팀인 Lightning이 원정팀인 캐나다의 Calgary Flames를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써 NHL의 1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그런데 아래 기사를 보라! 구단주 데이비슨 할아버지가 6월 10, 13, 15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NBA Finals 3, 4, 5차전을 관람하는 도중에 별도의 TV를 놓고 NHL 중계를 시청하고 있었단다. 시즌 끝난 NHL의 TV중계는 생각할 수 없으므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농구경기가 아니라 이미 자기 팀이 우승하고 끝난 하키 경기의 재방송이나 녹화테이프를 보고 있었던 걸까? - 놀라운 기자의 상상력에 브라보! What an imagination!

2. Detroit Pistons의 자매팀인 WNBA(Women's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소속팀 Detroit Shock의 구단주도 이 데이비슨 할아버지다. 즉, 그는 두 개의 프로 팀이 아니라 세 개의 프로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팀이 지난 시즌인 2003시즌에서 우승했으니까, 이 할아버지의 팀은 back-to-back이 아니라, back-to-back-to-back 즉,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셈이다. 현재 WNBA는 2004 시즌이 진행 중인데, 작년 9월 챔피언 결정전에서 Detroit Shock에 고배를 마신 팀은, 그 전 2년 연속 우승팀이며 이번에 디트로이트에 패한  L.A. Lakers의 자매팀 L.A. Sparks였다. What a coincidence!

3. 수천 만불의 연봉을 마다 하고 단 하나 남은 염원인 챔피언 반지를 끼기 위해 달랑 백오십 만불에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던 칼 말론(Karl Malone), 그가 레이커즈 이번 패배의 가장 큰 피해자이며, 결국은 우승기록 없이 농구계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칼 말론의 딸 Cheryl Ford 역시 프로농구선수인데, 바로 이 Detroit Shock 소속 선수. 최종 5차전에서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서 아빠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했는데도 결국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What an irony!

다음은 기사 원문으로 www.chosun.com에서 퍼왔다.

NHL 이어 NBA 우승컵… 구단주 복터졌네
데이브슨, 美프로 첫 같은해 겹경사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미시간주 오번힐스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3~5차전에는 81세의 할아버지 빌 데이비슨이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의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특이한 건 이 할아버지의 경기 관람 방식. 좌석 앞에 설치한 별도의 미니 TV를 통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농구가 재미 없어서가 아니다.

빌 데이비슨은 NBA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와 NHL 탬파베이 라이트닝의 구단주. 올 시즌 두 팀이 NBA와 NHL에서 각각 우승컵을 자치, 데이비슨은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같은 해 두 종목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첫 번째 구단주가 됐다. 건설과 자동차 제품에 필요한 각종 유리 제품을 생산하는 가디언 인더스트리 경영자인 그는 포천지 집계에 따르면 재산만 19억달러(2조1850여억원)에 이르는 미시간주 최대 갑부.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것은 일종의 취미 생활이다.

2개 이상의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것은 미국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피자 재벌인 마이크 일리치는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NHL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의 구단주. 하지만 빌 데이비슨이 여느 구단주와 다른 점은 그의 독특한 스포츠 철학이다.

1974년 피스턴스를 매입한 데이비슨은 1989-90년 피스턴스 우승의 주역이었던 조 듀마를 직접 단장으로 영입하며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새로운 ‘나쁜 녀석들’(Bad Boys·피스턴스의 애칭)을 만들기 위해 원조 ‘나쁜 녀석’을 모셔온 것.

조 듀마는 “1~2명의 수퍼스타를 영입하기보다는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팀 컬러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데이비슨과 수차례 대화를 거쳐 올 시즌 MVP인 촌시 빌럽스와 리처드 해밀턴, 라시드 월레스 등을 영입한 끝에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아낌없는 지원도 데이비슨의 스포츠 경영 철학. 피스턴스는 자체 항공기를 보유한 NBA사상 첫 번째 팀이며 1989년 시즌을 앞두고는 9000만달러(1035억여원)를 들여 2만20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새 구장을 짓기도 했다. 미시간대와 디트로이트 교향악단 등 지역 교육기관과 문화단체도 그의 기부 대상에 늘 포함된다. 이 때문에 조 듀마는 “‘미스터 D’(데이비슨)는 최고의 구단주이며, 우리 팀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며 신뢰감을 표했다.

대학과 군 복무 시절 축구와 육상 선수로 뛰었던 그는 구단을 맡은 지 30년째인 지금도 관중석에서 피스턴스의 홈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취미. 데이비슨은 “나는 이 경기의 매 순간을 사랑하며 나이가 들어 방방 뛸 수는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흥분된다”고 말한다.

(김성현기자 danpa@chosun.com ) (곽수근기자 topgu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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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영어 사전 - 개정판
안정효 지음 / 현암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서평은 작성일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책 구판에 대해 쓴 것입니다. 죄송스럽게도 평자 개인적 사정으로 아직 이 개정판을 읽어보지 못한 터라, 아래 내용이 그대로 적용되는 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한 가지, 위에 보이는 신판 표지 그림에 야구 용어 "Double Play"가 보이는 걸로 봐서는, 저자가 아직도 이 말을 엉터리 영어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 씁쓸합니다. 한번 굳어진 생각은 참 고치기 어렵지요. 어쨋든,  제가 직접 구판에 붙인 서평을 옮겨온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다른 서평들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알라딘 전산 시스템상 자동으로 옮겨진 것으로 생각되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2007.03.26).

* 다른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에 올렸던 글에 덧붙여 쓴다. 원래 이 책이 품절되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다행스럽게 여겨 쓴 글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계속 팔리는 것으로 되어 있고 서평이 계속 붙는 데다가, 또 그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에 보면(거기서는 지금도 계속 품절이다. 품절 책에 대고 서평으로 싸우다니?) 오히려 필자가 저자를 악의적으로 공격한다고 비난하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누구든 지금 필자가 지적하는 '영어' 에 대해 이상한 점을 말해 주면(영어는 남의 나라 글이다. 우리말도 어렵거늘 어느 누가 외국어를 다 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건전한 논의가 될 수 있으므로 환영하지만, 근거 없거나 감정에 사로잡힌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으므로 사양하겠다. 필자의 요지는,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 사람의 가짜 영어’라는 것 자체에 심각한 오류와 왜곡이 있으며,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점이다. 저자 정도의 명성을 지닌 사람이 이런 책을 내면 그걸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믿겠는가? (아래 위의 허깨비 언론계 평이나 흠모의 서평들을 보라!) 필자처럼 아마추어가 하는 말이야 믿는 사람, 안 믿는 사람 각각이겠지만, ‘진실’은 ‘권위’나 ‘이름’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우화가 증명하고 있다.

만일 이 책을 보고서야 진짜 영어에 눈뜨게 되었다면, 그간 우리나라 영어교육 뒤집어 말해 자신의 영어공부가 얼마나 부실했는가에 대한 증거에 불과하며, 이 책은 비판적인 눈으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볼 각오 없이는, "봐도 무방한(봐서 나쁠 것도 없는)" 책이 아니다. 틀린 것을 보고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차라리 처음부터 모르는 것만도 못할 것이므로. 그래도 맞는 부분이 훨씬 많으니 읽어서 얻을 것이 많다, 너무 과장 및 왜곡 말아라, 왜 악의적으로 비방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맞는 이야기며, 어디가 틀렸는지 당신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영어의 안목을 갖추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일일이 사전이나 인터넷 뒤져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공정함을 위해 한 가지 덧붙이면, 아래에서 지적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의 내용에서 맞는 부분이 필자의 지적 분량보다 상당히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저자가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은, 예를 들어  mania의 경우 같은 뜻으로 buff보다 훨씬 많이 쓰이지만, buff에도 " ~광(狂)"의 뜻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영어에 gagman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comedian과 비교할 때 쓰이는 빈도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반론에서는 제외하려고 노력했다. 한편, 필자의 글 쓰는 시간상 전체 900페이지에 대해 다 못 쓰고 오류의 지적을 132페이지에서 그쳤지만,  우선 전체적으로 훑어본 바와 이 책의 구성이 가, 나, 다 순 사전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끝까지 쓰더라도 오류의 빈도는 아래의 지적과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 글에서 틀리는 빈도를 어림잡아 보시라. 사전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것이다.
  
 
저자의 우리나라 번역문학계에서의 위치를 아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얀 전쟁'이나 '헐리우드 키드'의 팬으로서, 우선 이 책이 절판 되어 더 이상 다른 독자를 우롱하지 않게 된 점에 안도의 한숨이 난다. 이 책이 다른 제목을 달고 그냥 수필류 정도로 출판되었어도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 앞 표지에는 "정작 외국 사람은 알아듣지 못하는 국적 불명의 가짜영어를 총망라하여 바로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전'"이라고 되어있다. 우리가 사전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확함, 그리고 이에 대한 신뢰감이 아닐까? 그 전에 이 모든 사태의 배경으로 저자의 사대주의적 사상을 지적해두고 싶다.그리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한국영어 현실에 아픔을 느낀다.


p.14 갓차(Gotcha)의 의역이 '메롱'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잡았다'는 뜻도 있다. 숨바꼭질 하다가 술래가 누굴 발견했을 때, “메롱!”하는 경우보다는 “잡았다, 찾았다!”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I('ve) got you.”를 줄인 말이다

p.20 '초컬렛'이 영어로는 'candy bar'
영어로 candy는 모든 과자류의 총칭이다. 정확히 '초컬렛바'를 말하고자 할 때의 영어는 'chocolate bar (a bar of chocolate)'이다. "과자 줄까?(Want some candy?)" "응, 초컬렛으로 줘(Sure, let me have chocolate.)" "아니, 초컬렛은 없지만 다른 과자는 있어(No, I don't have chocolate, but some other candy.)". 우습지 아니한가?

p.21 'You Reon lily(sic. really)?"를 발음 문제가 아니라 구문이 틀렸다고 하는데,
대화에서는 "You, Reon, really?"가 절대 어색하지 않다.

p.22 선금은 'advance money'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생활에서는 'down pay(ment)'를 훨씬 많이 쓴다

같은 페이지 '김건모 노 개런티 자선 쇼'를 비판하며 'without guarantee'가 정확한 영어라고 함. '김건모 위다웃 개런티 자선 쇼' 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차라리 '김건모 자선쇼 무료 출연'이나 ‘김건모 돈 안 받고 자선쇼’가 훨씬 낫다. 설사 영어로 쓴다 해도 'no guarantee show'가 'without guarantee show'보다 못한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33부터 몇 페이지에 걸쳐 ~pia를 장황하게 비판.
여기서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것은 ‘gamepia’라는 단어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영어권에서는 다들 ‘gametopia’라고 옳게 쓰고 있고, 검색에 뜨는 ‘gamepia’라는 사이트를 확인해보면 한국 사이트가 많다는 점에서, 사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한국 사이트를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영어의 단어형성법에 'misanalysis(오류분석법)'이란 것이 있다. 즉 'alcohol+ic'을 어감 때문에 고의로 'alco+holic'으로 오류 분석하여 'work'란 단어 뒤에 붙여 'workholic'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 사이트들이 이것까지 알고 고의로 ‘오류분석’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왕에 영어 어법에 그런 것이 있으니 만큼 너무 심하게 욕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p.42 해설자를 영어로 'color announcer'
필자로서는 도대체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 (방송의) 해설자는 영어로 'commentator'라 한다. 아무리 영어 사전 뒤져야 color announcer라는 말은 없고(나중에 어떤 방송용어 glossary 한 군데에서 발견했다) 대신 어떤  영어사전 한 군데(www.infoplease.com)에서 colorcaster(이 말은 영한사전에도 나온다)와  color commentator라는 단어는 찾았다. 그러나 필자가 즐겨보는 외국 스포츠 중계 방송에서는 host('프로그램의 주인'. 우리로 치면 아나운서 또는 캐스터), commentator라는 말을 쓰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Arnold Palmer가 운영하는 The Golf Channel 보시면, field commentator(몇 홀씩 책임지고 코스 현장에서 해설하는 사람)이란 표현도 있고, FOX TV의 미식축구 중계화면에서는 화면의 해설자들 밑에 commentators라는 자막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commentator라는 말은 꼭 스포츠 해설자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송 해설자'를 다 가리키지만, sports commentator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commentator라는 단어를 더 즐겨 쓴다.

p.47 '꿈'은 꼭 복수형으로 써야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dream은 보통 가산명사일 뿐이다. 문맥에 따라 단수도 되고 복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꿈 꿔!”는 “Sweet dreams!(앞으로 계속 좋은 꿈 꾸라는 뜻)”라고 해도 되지만 “Have a happy dream tonight!(오늘 밤 좋은 꿈 꿔)”이란 말을 써도 되는 것이다. 저자 주장대로면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I have a dream'이란 연설 제목이 틀렸다는 건가? 같은 제목의 Abba의 노래도 있었다.

p.56부터 몇 페이지에 걸쳐 우리가 '환경적'이란 의미로 'green'이란 단어를 쓴다고 비판하지만, ‘green’에는 ‘푸른, 녹색의; 미숙한, 풋내기의; 풋풋한’ 외에도 ‘친환경적’이란 의미도 벌써 생겼다. 언어는 계속 변하는 법이다. 의심 나면 영영사전을 찾아보시기 바란다(영어사전을 몽땅 한 군데 모아놓은 사이트 http://onelook.com를 이용하시면 된다.) 여기 보면 여러 군데 사전에서  'green'의 한 뜻으로 "environmentally sound or beneficial"이라 설명하고,  예로 'green computer'를 든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주장대로라면 세계적인 친환경 단체 ‘Green Peace’는 ‘미숙한 평화’라는 뜻 외로는 번역할 수 없다는 말인가? (말을 하고 보니 ‘미숙한 평화’란 말도 유의 적절한 말인 것 같다.) 독일의 '녹색당'은 '미숙한 무리'들인가?

p.59 'carrier'는 항공모함인데 '그릇'의 의미로 썼다고 비판
'carri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째 의미가 'a person or thing that carries(지참자, 운반자 또는 운반용기)'로 되어 있다. 그 다음이 (aircraft) carrier(항공모함)이란 뜻일 것이다.

p.61 'grip'은 '이미 손으로 무엇을 꽉 잡은 상태'를 말하는 데 '그립 잡는다' 했다고 비판
반론: 'grip'에 '핸들 즉 쥐는 자루'의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배드민턴 채(라켓)의 밑둥치 부분을 그럼 뭐라 해야 되나? 즉 ‘grip a grip(그립을 잡다)’이란 표현은 동족 목적어로 영어에서 성립한다.

p.71 'tackle'은 동사인데 '나이스 태클'은 형용사가 동사를 수식하는 무식한 표현이라며 'tackling'이란 동명사를 쓰든지 'nicely tackle', 'tackle nicely'로 해야 된다며 미식축구를 예로 들며 강변.
반론: 미국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www.nfl.com)의 통계자료에 나오는 수비수들의 'tackles'란 항목(웬 동사에 –s? 3인칭 단수 현재형인가?)은 그럼 뭔가? 이 태클을 주로 하는 수비수 명칭이 '(left or right tackle) LT, RT'라는데, 미국사람은 제 나라 말도 못하나 보다. 뒤에도 비슷한 말 나오는 걸로 보아 영어에서 중요한 내용어는 대개 명사, 동사, 형용사 등 여러 품사로 겸용되는 수가 많다는 것, 한 단어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는데 왜 그런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원래 여기까지 쓴 것인데, 필자가 악의적으로 저자를 왜곡, 비방한다니까 조금 더 써보겠다. 만일 이 글이 저자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라면, 이 책 900페이지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전 국민에 대한 냉소와 빈정거림은 도대체 무엇이라 해야 하나? )

p.82 called game
저자: ‘연기된 게임’의 올바른 표현은 ‘called-off game’이라야지 왜 ‘off’를 잘라버려 심지어 어떤 사전에까지 수록되게 했나?
반론: 우선 'call off''란 숙어의 뜻은 '취소하다(cancel)'이지 '연기하다(delay= put off)가 아니다. ‘called game’이란 게임의 정규 이닝을 다 끝내지는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예를 들어 5회 종료 이후에 비가 온다든지, 아마야구에서 가끔 나오듯이 7회 종료 시 점수차이가 몇 점 이상이라든지)이 발생했을 때 그것으로 경기를 종료하는 경우 쓰는 용어이지, ‘연기된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된 게임(언제든 속개해야 하는 일시중단 경기)’은 ‘(a) suspended game’ 이고, 이 용어는 “We called it a game.(그 걸로 게임 끝났어)”라는 데서 나온 용어로 적법하다. 이 표현을 쓰는 우리나라 신문 스포츠 기자들을 아주 무식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리 자주 나오는 현상은 아니지만, 다음 예를 보라.
... Morales' hit lifts Sharks in called game. Monday, May 26, 2003 ... the Pennsylvania Road Warriors Sunday in a game that was called after 6 1/2 innings due to rain ...
(www.southjerseynews.com/issues/may/s052603c.htm)

p. 85 영화 The Thin Red Line(가늘고 붉은 선)
여기 다른 서평에서 필자가 쓴 글로 평을 대신하겠다

‘가짜영어 사전(안정효, 서울, 현암사, 2000)’ 54페이지에는 이렇게 정당하게 써 있다. “( ~ 과 같은 아는) 단어를 만나면 자신이 아는 제한된 의미만 가지고 무작정 해석을 하려 덤비지 말고, 문맥이나 흐름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보이면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모든 단어에는 우리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저자 자신은 그 뒤 85페이지에서 영화제목 “The Thin Red Line”을 괄호로 (가늘고 붉은 선)이라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단어 해석으로는 틀린 말은 없지만 역시 사전을 찾아보면(민중서림 엣센스 영한사전 제6판 p.1346 line 항목, 현재 판인 제9판에는 p. 1610), ‘공격에 굴하지 않는 용감한 소수자’라고 되어 있고, 필자가 알아본 바, 그 어원은 다음과 같다.

The Thin Red Line (1854 battle)

The Thin Red Line was a famous military action by the 93rd (Highland) Regiment during the Crimean War. The 93rd, led by Sir Colin Campbell, took part in actions at Alma and Sevastopol before routing a Russian cavalry charge on October 24, 1854, at Balaklava.

The Russian force of 25,000 rode down the road to Balaklava. It was countered, in part, by a clash with the British Heavy Cavalry, who charged uphill, led by the apparently fearless Sir James Scarlett. The rest of the Russian force went on to charge the 93rd.

Campbell is said to have told his men, "There is no retreat from here, men. You must die where you stand." Sir Colin's aide John Scott is said to have replied, "Aye, Sir Colin. If needs be, we'll do that." Campbell formed the 93rd into a line two deep --- the "thin red line" --- and had the regiment wait until very close quarters before the first line fired. The Russians continued to advance, and Campbell had his men wait until no more than 500 yards lay between the Highlanders and the charging Russians to fire the second volley. This broke the Russian charge. At that, some of the Highlanders started forward for a cavalry charge, but Sir Colin stopped them with a cry of "93rd, damn all that eagerness!"

It was the London Times correspondent, William H. Russell, who wrote that he could see nothing between the charging Russians and the British base of operations at Balaklava but the "thin red streak tipped with a line of steel" of the 93rd. Popularly condensed into "the thin red line", the phrase became a symbol, rightly or wrongly, for British sang-froid in battle. (www.nationmaster.com/encyclopedia/The-Thin-Red-Line(1854-battle)

p. 101 다이어리
저자: 우리가 연말 연시에 길에서 보는, 보통 다이어리(diary)라고 부르는 것은 일기장이 아니므로(연간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니까) ‘date book’이라고 해야 한다.
반론: 아마존(www.amazon.com)같은 데서 ‘diary’ 한 번 검색해보라. 지금은 연중이어서 많진 않지만, ‘안네의 일기’같은 것 말고도 지금 말하는 연간 생활계획표 비슷한 것(사실 많이 쓰이는 영어 용어는 organizer, journal, journal book 등일 것이다. 요즘에야 생활계획표 planner, 일기장 diary, 약속비망록 date book or appoinment book 등을 다 합쳐서 하나로 나오니까 organizer라는 표현을 제일 많이 쓴다.)도 다 뜬다. 지난 연말에는 엄청 많았다!

p.114 documentarist
저자: documentarian(다큐멘터리 기법을 주장하는 사람)이란 말은 있어도 documentarist라는 말은 없다.
반론: 필자가 찾아본 어떤 영어사전에도 'documentarist = documentarian'이었다.

p. 118 더블 크라임
저자: 원래 영화 제목이 ‘Double Jeopardy’인데 ‘jeopardy(위기)’라는 단어가 너무 어려우므로 뽑아 버리고 ‘크라임’으로 바꿔 ‘곱빼기 범죄’로 만드는 무책임한 짓을 했다.
반론: ‘double jeopardy’가 미국 인기 퀴즈 쇼 제목이란 것도 아는 저자도 이런 무책임한 실수를 하기는 마찬가지. 이 말은 단순히 ‘이중의 위기’이란 뜻이 아니다.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할 수 없다’ 즉, 법률용어로 ‘일사부재리’(앞에 prohibition against가 붙어야 정식이지만 생략하고도 쓴다)란 말이다. 이 말은 미국 헌법의 제5 수정조항(Fifth Amendment)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 기억이 맞다면 여자 주인공은 이걸 이용해서 자기를 감옥에 가둔 전 남편에게 복수하는, 다시 말해 ‘이중의 범죄(사실 앞의 것은 범죄가 아니였지만)’를 노리는 것이다. ‘일사부재리’란 영화제목으로는 너무 어렵지 않겠는가? 한국어로 해도 '이중 위기'보다는 '이중 범죄' 쪽이 낫겠다.

p.119 더블 플레이
저자: 야구에서 ‘double play’는 '곱배기로 놀고 앉아 있다'는 뜻으로 서양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동양 영어이며 , 정확한 용어는 'get tow'이다.   

반론: 아, 필자 어렸을 적에 모르고 썼던 (순전히 일본식 야구용어) ‘겟 투’(‘겟 쓰리’라는 말도 썼었다)라는 추억의 용어를 여기서 듣게 되는구나. 요즈음 한국에도 메이저 리그 팬이 많으니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완전히 앞 뒤가 바뀐 지적. 순전히 실수로 보기에는 '곱배기로 놀고 앉았다'는 표현이 너무 거슬린다.
(참고로, 영어에도 ‘Get two’라는 표현은 있지만 뒤에 ‘ ~ , second one free (또는 50%)’가 붙어 ‘두 개 사면 그 중 하나 공짜(또는 50%)’라는 상점들의 슬로건이다. 주의할 것은 이 때 'second one'은 내 마음대로 둘 중 비싼 것이 'second one'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 중 낮은 가격의 물건을 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의 물건 두 개를 사야 가장 이득이다.)

p.120 데드 볼
저자:  볼이 네 번 나거나, 포수(? 이것은 투수의 오타로 보인다)가 던진 공이 몸에 맞아 공격 선수가 그냥 1루로 진루를 하는 것은 ‘죽은 공’이 아니라 ‘a walk’라고 한다.
반론: 메이저 리그 야구에 익숙하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고, 요즘 국내 야구경기에서도 앞의 포볼(四球)는 "a walk"가 맞지만, 뒤의 데드볼(死球)는 ‘hit by a pitched ball 또는 hit by pitch’라는 정확한 표현을 쓸 것이다.

p.121 데모
저자: 군중 시위는 ‘demo’나 그 원말인 ‘demonstration’이 아니라 ‘rally, picketing, riot, march’라고 해야 맞다.
반론: demo는 일본식 잘라먹은 말이란 것은 인정하지만, 시위란 뜻으로 ‘demonstration’이란 말은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필자에게 이메일로 배달된 최근 New York Times 인터넷판에서 나온 아래 문장을 보기 바란다.

“Iraq Government Considers Using Emergency Rule By DEXTER FILKINS and SOMINI SENGUPTA
Iraq's new government might impose a state of emergency that could involve curfews and a ban on public demonstrations.”


p.131 드루 패스
저자: ‘through pass’는 영어가 아니고(어순을 바꿔 pass through라고 하면 억지로 뜻이 통하겠지만), ‘wall pass’라고 해야 한다.
반론: 첫째, through의 품사는 부사가 다가 아니다. ‘전치사, 형용사’로도 쓰인다. 따라서 ‘through pass’에서 ‘pass’는 명사이므로 적법한 어순이다. 저자 주장대로 축구 중계에서 pass를 동사로 through를 부사로 쓰려면, " Beckham  passes through to Owen."식으로 3인칭 현재를 나타내는 '-es"가 붙어야 맞다. 중계방송은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현재 상황은 단순현재 시제, 지나간 상황에 대해서는 과거시제인 'passed'를 쓰든지 하니까, 동사의 원형을 쓴 'pass through'라는 표현은 오히려 비문법적인 것이다. 또 중계방송은 특성상 주어, 동사 생략하고 명사, 형용사, 감탄사만 쓰는 경우도 많다. 둘째, ‘wall pass’와 ‘through pass’는 다른 개념이다. ‘누구와 공을 주고 받으면서(마치 벽에 공을 차서 튀어 나오는 공을 받는 것처럼)’ 적 수비수 대형을 돌파하면 ‘wall pass’이지만, 내가 누구한테 패스하고 다시 받는 것이 아닌 경우는 무어라 할 것인가? 즉, 나는 수비수 대형 뒤로 뛰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즉, 직전에 내가 패스해 준 사람이 아닌 동료가) 수비수 사이로 길게 찔러주어 돌파를 노린다면 이 것은 무어라 할 것인가?

p.132 드림 페어
저자: 바둑 대회 현수막에 ‘children’s dream pair match’라는 썼는데, ‘pair’가 ‘짝짓기’란 뜻으로 들린다며, 아무 용어에나 dream 붙인다고 되느냐? 골프에서는 2인조로 나누어 4명이 하는 경기를 ‘pair match’가 아닌 ‘foursome’이라고 한다.
반론: 왜 바둑 이야기에 골프 용어가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레슬링에서는 ‘태그 매치(tag match)’라고 하던데…. 한국 기원 사이트(www.baduk.or.kr)나 일본의 유명 바둑 사이트(www.gobase.org)에 가 보면, 바둑의 연기(連棋)(2:2 게임)를 영문 ‘pair’로 쓰고 있고, 영국의 바둑 사이트에 가 보니까 이런 대회 명칭도 있었다 - "The Pair Go(바둑의 일본 이름) Championship". 그럼 영국의 연기 바둑은 "짝지어 놀러 가는 것"인가? ‘연기 바둑 대회’를 ‘pair match’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한 말이다. 바둑 국외자이면 바둑계에 물어봐야지, 혼자만의 영어 지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무어라 해석해야 되나?


필자의 시간 문제상 더 이상 쓰지 않고 줄이는 점 이해 바란다. 이런 논란을 싹 없애려면 저자가 수정판을 내든지 정오표를 내든지 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서평에서 보면 알겠지만 위와 같은 내용을 끝도 없이 중언부언하며 신랄하게 비꼬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공정하게 말해 지적한 내용 중 맞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권위 있는 번역가’가 ‘사전’이름을 달고 "온 국민이 글렀다'고 출판한 책에 이렇게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망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으며,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신랄한 풍자 뒤에는 누가 뭐래도 이땅 언중에 대한 경멸감(또는 다시 말해 언어적 사대주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이 언어적 사대주의라면, 외국어와 외래어의 구분을 아예 무시하고, 외래어조차 "외국어 그대로 발음하고 쓰지 않는다"고 비아냥대며 냉소로 일관하는 것, 또 내가 아는 영어만이 옳다고 근거 없이 남을 비하하는 것 역시 비틀린 형태의 언어적 사대주의에 불과할 따름이다.

외국어는 가급적 우리의 일상 언어 사용에서 배제하는 것이 맞겠지만, 외래어는 단순히 비난의 대상만이 될 수 없다. 외래어는 어떤 경로로든 이미 우리말화 되어 있는 말이라고 하겠다. 외국어의 차용과 변용은 모든 언어에 있어서 상식이다. 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이미 외래어가 된 돈까스, 라벨, 라텍스, 레미콘, 바운드, 파마 ...  등 숱한 말에 대한 비난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래어조차 비난하고 외국어 그대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올바른 국어 사용’에 도움이 된다는 건지, 필자로서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어와 외래어는 구분이 애매할 때도 있다는 점,  외래어라도 가능하면 좋은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 또 우리의 경우는 직접 외국이 아니라 일본이 만든 "倭來語"를 들여오는 것 때문에 뜻과 발음에서 왜곡이 심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필자도 알고 있지만, 여기에 관한 상세한 언급은 지금 서평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생략하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외국어와 외래어를 구분하는 우선 쉬운 방법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다. 당연히 외국어는 없지만, 외래어는 어디서 온 말인지,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 다 설명이 나와 있다. 이 외래어의 자세한 어원을 밝혀두는 것이야 의미가 있겠지만, 외래어를 그 어원대로 쓰지 않는다고 국민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우리말 외래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자말을 왜 중국식으로 쓰고 발음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영어발음 교과서가 아닌 책이, 우리 말과 다른, 우리말에 없는 발음 문제-예를 들어 th나 l, r 같은-까지 들고 나와 비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도를 넘은 것으로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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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글의 마지막입니다. 지겨운 글 끝까지 따라오신 분께는 감사 드립니다. 무슨 대박나는 비법이라도 있나 어찌어찌 참아오신 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애당초 제목이 "영어에 대한 단상"이 아니고 "영어공부에 대한 단상"이었던 만큼, 이 주제에 관해서 필자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항들은 하나도 남김 없이 몽땅 쏟아부었습니다. 헛된 시간이 되지 않았기를 빕니다. 안녕!

* 한편 문장의 목적어로 구나 절이 오는 경우의 수동태 전환도 중고등학교 문법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목적어가 부정사구, 동명사구 또는 명사절(節; clause)일 때의 수동문>

 

(Rodney Huddleston & Geoffrey K. Pullum, The Cambridg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pp. 1434 ~ 1435)

 

두 개의 목적어를 가지고 직접목적어가 절일 때(4형식)는 외치(外置; extraposition – 가주어 또는 목적어 it을 남기고, 주어 또는 목적어가 문미로 이동하는 문법 현상) 때에만 가능하지만, 3형식으로 목적어가 하나이며 절일 때는 바로 절 그대로 수동문의 주어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1)명사절(서술문: declarative)이 하나 뿐인 목적어일 때

 

   They thought that she was attractive.

   - It was thought that she was attractive. (외치)

   - That she was attractive was thought (by them).

 

그런데 이 때도 수동태로는 쓸 수 없는 동사가 있다.

We complained that there was no hot water. (NOT it was complained that ~ )

They rejoiced that the war was finally over. (NOT it was rejoiced that ~ )

He snarled that he’d never agree to such terms. (NOT it was snarled that ~ )

 

수동태로만 쓰는 동사도 있다.

It was charged that they had used the funds for private purposes.

(NOT They charged that ~ )

It was objected that the costs would be excessive.

(NOT They objected that ~ )

 

(2)목적어가 둘이고 직접목적어가 절(서술문)일 때

 

My lawyer assured me that we would win the case.

- I was assured by my lawyer that we would win the case.

That we would win the race was assured me by my lawyer. (X)

 

(3)의문절(interrogative)이 목적어일 때는 그대로 수동문의 주어로 쓸 수 있다.

 

I understood what they had done to me.

- It was understood what they had done to me.

- What they had done to me was understood (by me).

 

They haven’t yet determined whether this is feasible.

- It hasn’t yet been determined whether this is feasible.

- Whether this is feasible hasn’t yet been decided (by them).

 

그렇지만 아예 수동태로는 될 수 없는 동사가 있다.

Nobody cares/minds what happen to us.

(NOT what happens to us is cared/minded by nobody or

NOT It is cared/minded by nobody what ~ )

They are wondering whether they made the right decision.

No one had thought what the consequences would be.

 

 

(4)부정사구가 목적어일 때 – 외치일 때만 가능.

 

       John hoped to meet her.

       ≠ To meet her was hoped by John. (X) (It 가주어로 바꿀 수 없다)

   cf. It was hoped for John to meet her. (O)

  

(5) 동명사구는 일부 동사에서만 수동문의 주어가 가능하다.

 

   Taking out a mortgage wasn’t sidered/recommended/suggested.

   Paying taxes can’t be avoided.

   Painting the house was begun/kept/hated/intended/remembered by Sam. (X)

  

* 가능성을 나타내는 동명사 목적어일 경우만 가능하다. 위 두 문장이 바로 그것이며, 맨 아래 문장은 동시성을 나타내는 동명사나, 또는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에 to-부정사가 목적어로 쓰이는 동사의 경우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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