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햄돌이가 유난히 빨빨거리고 잘 돌아다닌다 싶었다. 오랫만에 놀러온 동생도, 조그만 녀석이 정말 잘 움직이네, 그래서 살이 안찌나봐했다. 작년 봄부터 실험준비실에서 기르던 애를 가을에 날이 추워지면서 데려온 후 계속 같이 살았다. -실험준비실에서 같이 기르던 애는 여름 방학 직전에 탈출해서는 개학날 시체로 발견되었더랬다- 날이 좋아서 오후에 뒷 베란다에 내놓았는데, 구석에 웅크리고 있길래 추운가하고 만져주려 했더니 대뜸 달려들어 손가락을 꽉 물어버린다. 아니, 이것이! 떼어내려 했으나 잘 떨어지지도 않고 한 1분이상은 그대로 손가락에 이빨 2개를 박고 있었나보다. 결국 떨어지긴 했는데, 떨어지면서 다른 쪽 손가락에 매달려 또다른 이빨자국을 남겼다. 피가 줄줄 흐른다. 화가 나서 햄돌이 집을 몇번 쳐주며 크게 야단을 쳤다. 녀석은 모르는 척 쳇바퀴를 돌린다. 그러나 맘 한구석엔 이 녀석이 몸 상태가 안좋아 이런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문다고 해도 살짝 물어보는 정도밖에 안하던 녀석이었는데. 결국 몇번이나 들여다보다가 녀석이 몸을 떠는 거 같아서 베딩을 수북히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그 밑에 들어가 웅크렸다. 녀석, 베딩을 쌓아서 굴 파는 재주도 아직 못익혔냐하고 말았다. 그런데 해가 떨어져 녀석을 방에 들여놓아줄까하면서 보니까 움직이지 않는 거 같았다. 놀라서 베딩을 파보는데도 반응이 없다. 베딩을 다 털어내니, 녀석은 눈을 감고 네발을 모으고 옆으로 누워있다. 몸이 차가와져있었고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입김을 불어주고 쓰다듬어주니 체온이 약간 올라가는 듯 했다. 그러다 눈을 뜨며 몸을 뻗으려한다. 그러나 다시 눈을 감았고, 힘들게 가쁜 숨을 이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몸부림을 격렬하게 치며 내 손바닥에서 무릎으로 떨어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순식간에 원래 자세로 돌아온 녀석을 들어올렸으나,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고, 분홍발이 빠르게 회색이 되고 몸이 굳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벼웠던 녀석의 무게감이 돌덩이같았다. 이렇게 올봄 들어 3마리 햄돌이가 판다 곁을 떠났다. 1년간 나에게 기쁨과 따뜻함을 준 녀석들. 고맙다. 마지막 남은 한마리는 좀더 오랫동안 내곁에 있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