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미지가 저희반에서 점점 안좋아지고 있어요. 왜 자꾸 저희반 애들하고 부딪히세요.. 애들이 샘을 안좋아하잖아요..ㅠ.ㅠ

3학년 이과반 녀석에게서 날라온 핸드폰 문자.

2교시 수업 올라가면서 우리반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손까지 닦으면서(이건 사실 약과다, 정수기 물을 복도에 부어서 바로 마포에 물을 적셔가는 넘도 있고, 양치질 하는 넘도 있으니) 반은 물을 흘리고 있는 3학년들에게 야단을 쳤다. 3교시에 있는 시 연구수업 때문에 안그래도 아침에 3번이나 복도를 닦게 했는데, 오전만이라도 교내 좀 깨끗이하라고 그렇게 닥달하는데, 우리반 담당 아니다라고 아랑곳없이 복도에 물을 흘려대는 아이들.

하긴 그 3학년들이 운이 나빴다. 평소에는 왠만큼 물이 고여 있어도 무시하니까.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지! 그런데 한 녀석이 [전 아직 물도 안 마셨는데요]하고 말대꾸를 하는게 아닌가. 이것들이 3학년씩이나 되서 아직 논점을 파악 못해? 옆에 있던 애가 재빨리 '죄송합니다'라고 애를 끌고 들어갔다.

그 후에 날라온 문자다. 참...

교사, 그것도 담임교사는 욕을 먹는 자리다. 학생으로부터, 다른 교사나 관리자로부터. 그런데, 내가 수업 들어가지도 않는 반 애들에게 비춰지는 단편적 이미지를 위해서 맨날 [오냐, 오냐]만 하며 웃고 있으라고? 또 충고랍시고, 걱정이랍시고 이런 문자를 보내는 녀석도 녀석이다. 한마디로 날 우습게 본다 이거지.

지금 운동장에선 연구수업 대상인 딱 한 반만 나와서 수업중이다. 진짜 우스운 건 이거다. 수행평가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보통 서너반이 어울려서, 두반은 축구하고, 두반은 농구하고, 입시교육 속에서 그나마 애들이 즐길 수 있는 게 체육수업인데, 시간표 몽땅 바꿔서 넓은 운동장에서 썰렁하게 한반만 '하나둘셋~'하고 구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애들이 커서 불만투성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나 힘이 있는 거 같지도 않다. 수동적으로 길들여져 갈 녀석이 대부분이면서. 여러모로 짜증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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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paviana 2005-11-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이미지라...선생님들이 무슨 대선출마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얘네들이 아직 덜 맞아서 그래요 .아니 잘 못한걸 가지고 잘못했다는데 그게 이미지랑 무슨 상관인지.나라의 앞길이 걱정돼요.

BRINY 2005-11-0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저는 '아이고'소리를 달고 살아요.
Kelly님/전 양쿠미같은 파워도 카리스마도 없네요. 헹~
Paviana님/수시입시로 대학 붙었다고 만화 보는 애한테 '나라의 앞날, 내 앞날이 걱정이다. 영어공부라도 해라'라고 했더니 그 짝이 하는 말 '얘 노인복지 전공 아녀요'. 윽.

▶◀소굼 2005-11-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눔들;자기들 이미지가 얼마나 안 좋아지는지도 모르고;;누구 걱정을;

검둥개 2005-11-1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요새는 학생들이 선생님한테 문자도 날리구, @.@ 개명한 세상이에요.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