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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책 + 테이프 4개) - 듣기만 해도 말이 나오는 ㅣ 무작정 따라하기 일본어 1
후지이 아사리 지음 / 길벗이지톡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어를 배운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습자가 초록색 표지의 [박성원 표준 일본어]로 시작하던 시절에 일본어를 처음 배운 나로서는 요즘 쏟아지는 교재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그래도 막상 교재 추천을 부탁받고 서점에 쌓인 책들을 들쳐보면, 제목은 솔깃하고 편집은 현란해도 딱 눈에 들어오는 책은 없고, 기본 구성은 다 그게 그거인 거 같다.
자막딸린 일본 애니메이션을 몇년동안 보아와서, 일본 문자나 문법은 하나도 모르지만, 간단한 대화는 가능한 고1학생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이 교재를 골랐다. 소리와 구어체 회화로 일본어에 입문한 학습자인 만큼, 소리로 먼저 일본어를 접하게 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 골랐다.
또 일본어의 반말체와 존댓말체가 같이 나와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살아있는 현대 구어체 일본어를 표방하면서, 반말체로만 가득한 교재도 있던데, 그게 옳은 것인가? 우리나라말도 일본말도 세세한 존경어의 발달을 특징으로 삼고 있는 언어 아닌가. 때와 장소와 목적에 따라 정확한 일본어를 구사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 교재라고 본다.
비언어전공자가 몇년간의 일본 생활을 거치고 썼다는 교재도 많이 나와 있지만(물론 어학 부분을 별도 체크해주는 공동 집필자가 있겠지만), 그런 책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한국말을 한다고 해도 그걸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건 다른 문제니까.
이 책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사람에게 일본어를 지도한 일본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소리로 입문하고 구어체 일본어를 내용에 담고 있으면서도, 문법정리도 잘 되어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문법 정리는 그때 그때 나올 때마다 설명이 필요하고, 예외라는 것도 많지만, 한장으로 정리된 게 있으면 학습자에게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잠깐만요]라고 해서 기타 한국인 학습자가 놓치기 쉬운 tip들도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교재가 개발되어 나와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노력과 끈기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책도 50과까지 진행되면서, 제법 깊은 내용까지 들어간다. 일본어에 필요한 기본 문형 패턴은 다 나온다. 요즘 애들이 두 손 들어버리는 한자도 많이 나온다. 진도는 한번에 한과씩 나가지만, 한과 한과를 학습자의 것으로 만들고 진도를 나가는 건 힘들 거 같다. 일본 글자, 어형 뿐 아니라 어휘도 많이 외워야 하고. 소리 패턴 학습법인 만큼, 처음부터 글자를 외워 읽는 데 무리를 하지 말라고 지도하고 있다. 소리로 단어와 문장을 기억하라고, 정 모르겠으면 한국어 번역문을 보고 바로 일본어로 고쳐 말해보라고 하고 있는데, 과연 결과는 어떨까? 이 책을 한번 끝냈을 때 반 이상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으면 부지런한 학습자라고 기대하겠다. 이 책을 진정 마스터한다면, 일본어능력시험 3급에는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어가 영어보다 쉽다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끈기를 가지고 이 책 한권을 끝내보자.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부속 오디오 테이프의 내용을 mp3화일로 제공해줬으면 하는 거. 요즘 어학용 테이프 재생기 가지고 다니는 중고생 없을 거다. 다 mp3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