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놀고] 25-35를 겨냥한 만화잡지, 허브

심한 뒷북입니다만, 명색이 만화담당자로 만화계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다락방에서 기어내려왔습니다. 얼마 전, 아니 지금까지도 꾸준한 팬층을 확보한 만화계간지 <오후>가 출판사인 시공사측의 발표로 폐간되었습니다. 시공코믹스쪽 사업은 완전히 접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야기인데요, 앞으로는 어찌 될 지 아무도 모르지만 무척 서운한 일입니다.

<오후>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팬층이 잘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에는 <르네상스>, <나나>, <댕기>로 그야말로 순정만화의 꽃이 활짝 피어낫습니다. 그 황금기에 생겨난 저같은 독자들은 2000년대엔 별 갈 곳이 없었습니다. 단행본쪽 사정이야 많이 좋아져서 보름 전에 출간된 시리즈물이 번역되어 나오기도 하고, 희귀 단편선같은 것도 이젠 해적판이 아닌 정식판으로 구입할 수도 있게 되었구요. 간혹 <비쥬>, <슈가>등을 빌려보기도 했지만, 내 나이는 들지만 잡지의 나이는 들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씁쓸해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던 차에 돌풍을 몰고 나타난 <오후>. 동인지에서 시작해 대중적인 작가로 거듭나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작품 하나하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만 완결을 위태롭게 바라게 되는 유시진, 점차 자신만의 왕국(?)을 넓혀가는 권교정, 어딘가 어색할 것 같지만 나름대로 친근한 조합의 트로이카. 이들 때문에 <오후>를 애독한 분들이 아마 태반일 것입니다. 다시 연재할 공간을 잃은 이들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오후에 제 옆자리에 앉은 문학담당자인 박모씨가 갑자기 중얼거렸습니다. "XX씨, 커브알지 커브." "네? 모르는데..." 도대체 '커브'가 무엇일까. 오늘 오전에서야 김진씨의 오래된 신간(?) 한 권을 받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 허브! 이놈의 사오정!"

허브(www.c-herb.net), 김진, 박연, 김혜린, 한혜연씨 등의 작가들을 둔 곳으로, 새로이 25-35세를 겨냥한 만화잡지를 낸다고 합니다. 김혜린씨의 <테르미도르>를 멋진 양장본으로 낸 곳이니만큼, 단행본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낼 것 같구요. 어제날짜로 김진씨의 예전 작품 <밀라노 11월>이 2권짜리로 출간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정기구독 이벤트 등을 벌이는 것을 보니, <오후>의 초창기가 연상되어 문득 애정어린 걱정을 하게 됩니다. 작년 씨카프 만화박람회에서 <오후>가 처음 선보였을 때, 방문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즐거웠다는 <오후>편집진들의 후기를 보며 덩달아 즐거웠더랬지요. <허브>가 앞으로 어떤 잡지로 평가될지, 중견작가와 대중이 활발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지, 즐겁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화팬들의 기억에서 오래 지워지지 않을 만큼 장수를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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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8-0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계셨더랬습니까? 제가 허브를 방생했건만...

BRINY 2004-08-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입니다. 동생한테 서울서 허브를 공수해오라고 시켰습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무지 피곤합니다. 일주일내내 컴만 들여다보고 있는 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