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다시는 우리를 못 보게 될 이름 없는 장소에서의 야영. 떠나가기만 할 뿐, 영원토록 도착하지 않는 이 여정. 하지만, 가슴이 찢겨나갈 듯 마음이 괴롭지는 않다. 우리 내면으로의 여행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바빌론의 강들'(물의 강, 바람의 강, 혹은 먼지의 강)이 '떨어지고 흐르고 실어가는... 한 세계의 표면에서 끊임없이 도망치기. 오, 모든 게 다 안정되어 그 어느 것도 떨어지지 않는 성스러운 시온 산이여!'
메뚜기떼, 동틀 무렵, 메뚜기떼가 다시 내려앉자 작은 아카시아 나무들이 담홍색과 진홍색, 혹은 분홍색의 거품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살아 있는 거품은 날개 달린 눈송이가 되어 흩날렸다. 소용돌이치는 그 눈은 하늘을 배경으로는 검은색이었고, 어두운 사암을 배경으로는 연한 색깔을 띠었다.
회색 연기에 감싸인 산. 화산이 다시 되살아난 것일까? 해가 떠 있는 쪽에 반짝거리는 점들로 이뤄진 은하수가 떠 있다. 물처럼 흐르는 별들과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별 주위의 고리들과, 나선들이 감기면서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라든지 헤성의 꼬리, 성운 등이 관통할 때마다 은하수는 부드럽게 전율하곤 한다. 먼지처럼 공중에서 휘날리는 메뚜기떼를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더니 현기증이 난다. '외계'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보아도 이렇게 보일까?
황혼녘이 되자 구름이 파열하고 말았다. 그 틈을 뚫고 마른 비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담홍색의 메뚜기떼들은 서로 바싹 몸을 붙인 채 잠을 청했다. 땅이 소나기 아래로 사라졌다.
- 테오도르 모노, <낙타 여행>, 112~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