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시 "남해 금산"에 따르면, 그 현재성의 사랑은 운명의 외로움이다. 나는 이 외로움을 고독이라기보다는 단독이라고 번역하고 싶다. 단독은 사랑을 완성하고, 그래서 그리움으로부터 벗어난 자의 존재양식이고, 시행을 인용하자면,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는 일이다. 그리고 돌 속의 익명성으로부터 남해 금산의 푸른 물가로 풀려 나온 자의 단독이야말로 타인들, 또는 세상들과의 유대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그의 단독은 치욕의 돌, 유폐의 돌을 녹이는 단독일 것이다.
- 김훈, "돌 속의 사랑", <선택과 옹호>,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