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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1 (반양장)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화인열전>은 전기이면서도 작품 분석이 곳곳에 담겨 있어 단순히 전기로만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들을 대상으로 씌어진 글이므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인물 연구와 작품 해석이 병행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유홍준의 글은, 시종 대상이 된 작가들의 그림과 삶을 들고나면서 숨기지 않는 애정과 존경을 한껏 드러낸다. 단순히 옛 그림에 대한 상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한국화의 전통에 대한 참조를 통해 위상을 가늠하는 작업까지 해내고 있다. 당대의 지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입체적으로 삶을 재구성한 노력은 물론이고, 그동안 이루어진 조선 시대 화가들에 대한 연구까지 빠짐없이 살핀 흔적은 어느 페이지를 열어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서문에 씌어진 것처럼 '인문학의 줄기는 문화사이며, 문화사의 꽃은 미술사학이며, 미술사학의 열매는 예술가의 전기라는 생각'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작품 해석에 있어서도, 까다로운 해석을 지양하고 좀더 이해가 쉽도록 배려한 것이 눈에 띈다. 도판도 충분히 실어서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이해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종이 자체에 미색이 많이 넣어져 있어, 작품의 배경색이 일률적으로 황색을 띠고 있긴 하지만, 오래된 그림들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나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렇듯 작가의 삶과 작품 모두에 대한 극진한 애정과 노력으로 책을 만든 일이야말로 <화인열전>의 진정한 의의일 것이다.
무릇 옥에도 석이 끼는 법. <화인열전>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남종문인화 등 조선 시대 그림에 영향을 준 중국 화풍이나 화법(畵法)에 대한 참조가 소홀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조선 시대 당시에 화가들의 위상이랄까 아무튼 그러한 사회적인 의미가 지인들과의 관계만으로 추측되고 있어 사료 면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이 책이 보여준 쾌거에 비하면 미미한 것들이다. 근래 인기를 얻고 있는 글들이 대부분 가벼운 요소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책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