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이자 시인인 미야자와 겐지는 생전에 일본 동북부 이와테 현에 칩거하며 두 권의 책만을 출간했다. 시집인 <봄과 아수라>와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 그것이다.

겐지는 시집을 통해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농촌의 풍경과 삶을 간결하고 처연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개인의 왜소함을 자연의 웅대함과 대비시켜 고독자로서의 특성을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생전에 문단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력만큼이나 시세계 역시 단절과 고독의 메아리가 조용히 울려나오고 있는데, 순수한 몰입과 자연과의 소통을 표현하는 탁월한 이미지들이 여운을 오래 남긴다.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집 중 대표작들을 추려낸 것으로서 나중에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은하철도 999>의 모태가 되기도 한 표제작 <은하철도의 밤>, 각각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연주자 고슈>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싣고 있다.

그의 동화세계는 크게 두 가지 경향을 띠고 있는데, 하나는 '자연과 소통하는 진정한 자아의 발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은하철도의 밤> <첼로 연주자 고슈> <쏙독새의 별> 등 겐지의 대표작들을 이 계열로 꼽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소시민적 특성의 주인공의 좌절과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똘배> <마음 착한 화산탄> 등 나머지 동화들을 이 계열로 볼 수 있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쏙독새의 별>은 못생긴 쏙독새가 따돌림의 비애를 딛고 승천하여 별이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구도와 사력에 정진하는 쏙독새를 통해 생명의 절정과 영원에의 갈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들에 영감을 제공한 <첼로 연주자 고슈>는 한 무능한 첼로 연주자가 뻐꾸기, 너구리 등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연주 실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예술의 존재 의의와 핵심을 자연과의 소통으로 삼았던 겐지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밤하늘의 별과 가슴속 별은 분명 다르지만 그 빛은 같은 의미로 빛날 수 있다. 마루아먀 겐지의 동화들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더 자란 성인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빛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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