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두려움과 떨림(Stupeur et Tremblements)>은 그 구조나 의미가 아주 간결하고 명확한 소설이다. 아마도 저자의 퍼소나가 분명한 여주인공 '아멜리'가 일본인 회사에 취직하여 7개월 여의 기간 동안 겪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다. 서구인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본인, 일본 기업만의 성격에 대한 사실적이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사건과 성찰이 아주 날렵하고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구어체를 연상시키는 지문, 여성 특유의 감각과 사고를 재치있게 보여주는 인물 묘사 등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소설로는 드물게(?) '재미'를 느끼게 된다. 덧붙여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속성을 꼭 집어 이끌어내는 데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제목이 되기도 한 '두려움과 떨림'에 대한 부분이 그러한데,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아멜리가 자신의 상관인 후부키 모리에게 시달리다 못해 드디어는 그녀 앞에서 비굴함을 가장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 나오는 지문이다.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 그래서 나는 두려움의 가면을 쓰고 떨기 시작했다. 나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 처녀의 시선을 응시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150쪽

위에 든 인용 외에도 이 소설엔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게 만드는 구절이 여러 군데 있다. 먼저 읽었던 <사랑의 파괴>가 사실과 내면을 교묘히 교직해내며 여성의 섬세함과 사랑의 속성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었다면, <두려움과 떨림>은 사실주의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여전히 여성 특유의 심리 묘사나 섬세한 서술이 잇따르긴 하지만, 좀더 힘이 있고, 파국으로 몰고 가는 구성상의 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멜리 노통.
그녀의 소설은 프랑스에서 벌써 여섯 권쯤 출간되었나 보다. 한국에는 세 권밖에 번역되지 않았고, 이제 두 권 읽은 것에 불과하지만, 참 흥미롭게 소설을 쓰는 작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알 것만 같다. 프랑스의 독자들이 왜 그녀가 소설을 낼 때마다 열광하고,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은 1999년 왜 <두려움과 떨림>에 돌아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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