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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생각하면, 적당히 흐트러져 있는 방 그리고 오래 전에는 익숙했으나 지금은 별로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 놓여 있는 풍경이 함께 겹쳐진다. 그것은... 아마도 청춘의 흔적, 열정의 상처, 그리움의 추억 같은 것이리라.
이 소설집은 고베 지진을 공통된 사건으로 공유하고 있는 여섯 편의 소설이 연작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긴 하지만 그 공통성을 찾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오히려 한 편 한 편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다만 주제 면에서 앞부분의 작품보다는 뒷부분의 작품이 좀더 희망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집 전체가 어떤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보면 개인사 속에 투영된 타자와의 관계 문제가 '상처'를 잊기 위한 '딴짓하기'로 드러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벌꿀 파이>에서는 세 사람 사이에서 빚어진 사랑의 오류를 자신이 감당하려는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자연스런 전개에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주제인데도 하루키 특유의 부드러운 문체로 인해 울림이 배어난다.
어쨌든 여섯 편의 소설들은 제각각 나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하루키 소설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기보다는 침착하게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단편소설만의 반전이라든가 하는 구성상의 재미까지 곁들였으면 좀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적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