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생각이 걸러지고 나면 글이 남듯, 들끓던 마음이 잦아지고 나면 기억이 남는다. 여기 흔적이 남은 책들은 아마도 구름이 갖고 다닌 책들일 것이다. 이 책들은 이제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져간다. 이미 몇 권은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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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향한 치열한 열정만큼이나 애처로이 바라보았던 세계가 담겨 있다. 새삼 빈집에 갇힌 사랑만큼 괴로운 것도 달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엾은 내 사랑... 이 책은 지금 내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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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살림에서 나온 <꽃핀 나무들의 괴로움>이 알라딘에 없어서 이 산문집으로 대신한다. 물론 <나는 왜 비에...>도 이성복 시인의 좋은 산문집이다. 특히, 최근 절필에 가까웠던 상황에 대한 시인의 심경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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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라는 존재는 한국에서는 아주 이질적이고 특이한 것이다. 기자로부터 시작해 소설가, 산문가, 논설위원으로 바뀌어간 이력만큼이나 그의 글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나 파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고종석의 여러 책들 중에서 골라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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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는 좋은 시인이자 뛰어난 평론가이다. 명석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고 있는 문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책은 평론집에 가까울 만큼 여전히 문학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의 흐름을 짚는 안목도 엿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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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글들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좋은 문장들 가운데 한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시점에 씌어진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더없이 담백하고 치열한 한 끝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 책도 지금 내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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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자유분방함, 생명의 존귀함, 생명의 애처로움을 정현종만큼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살아 있음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성찰하는 글들 속에서 시인의 손 끝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