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포트킨 자서전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유곤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4월
구판절판


Is it possible that you do not know what a hostage really is - a man imprisoned not because of a crime committed but only because it suits his enemies to exert blackmail on his companions? If you admit such methods, one can foresee that one day you will use torture, as was done in the Middle ages.

생포된 백군 장교들을 포로가 아닌 인질로 사용하겠다고 나선 레닌에게 보낸 서신의 일부.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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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9월
구판절판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고 정치적으로 대표되어 있지 않은 서민층이나 노동이 정치 과정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치 엘리트들은 늘 사회 통합을 얘기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균열과 갈등이 표출되고 동원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통합이란 사회적 갈등과 균열이 경쟁하는 복수의 정당이 표출되고 대표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만 민주주의는 갈등이 만들어 내는 사회 분열을 완화하고 해소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246쪽

한국의 정당 체제에서 정당이 대표하는 사회 균열의 범위와 기반은 매우 협소한 반면, 정당간 갈등의 강도는 격렬할 정도로 강하다. 역설적에게도 이렇게 갈등이 높은 이유는 갈등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정당들의 이념적 기반이 유사한 조건에서 정당간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란, 내용은 없이 감정을 자극하고 적대적 열정을 동원하는 것 밖에 없다. 마키아벨리가 스파르타와 베니스의 예를 통해 강조했듯이, 정치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 갈등의 범위를 억업하는 것만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갈등의 표출을 확대하여 '갈등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것' 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248쪽

오늘날 한국 정당은 대중적 참여는 없고 서로 구분되는 특정의 이념과 대안을 갖지 않는 정치 엘리트들의 카르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으려면 정당은 사회적 갈등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대중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경쟁적인 정치적 대안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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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8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 - 합스부르크 빈의 마지막 날들과 비트겐슈타인의 탄생
앨런 재닉.스티븐 툴민 지음, 석기용 옮김 / 이제이북스 / 2005년 2월
절판


제아무리 확실한 진리라 할지라도 단지 어느 정도만 참일 뿐이다. 진짜 진리 real truth 라는 것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신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진리 truth 라는 개념도 손에 넣었다. 아무런 경험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누구나 확실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이 곧 진리이다.-216쪽

우리는 과학을 통해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 삶의 문제에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올바른 감정의 문제이다. -322쪽

논리철학논고의 저자가 품은 우선적인 관심은 삶의 계도의 영역으로 사변의 영역이 침범해 오는 것을 막아내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성의 침입으로부터 환상을 보호하고자 하였고, 자발적인 감정이 합리화에 의해 질식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성이 오직 선한 사람의 것일 때만 선을 위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한 사람의 선함은 그의 합리성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그가 환상의 삶에 참여함으로서 비롯된 것이다. 선한 사람에게, 윤리는 삶의 방식이지 명제들의 체계가 아니다. 엥겔만이 얘기하는 것처럼, 윤리적인 명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윤리적인 행위들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논리철학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형태의 합리적인 윤리 체계에 대한, 다시 말해 인간 행위의 근거를 이성에 두려는 모든 윤리 이론에 대한 공격이었다. 물론 논리철학논고는 도덕성이 이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단지 도덕성의 토대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칸트와 대조적으로, 쇼펜하우어와 비트겐슈타인 두 사람은 도덕성의 기반을 '정당한 이성' 이 아니라 '올바른 감정' 에서 찾았다. -325쪽

왜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쓰는가? 글을 쓰지 않을 만한 인품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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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7-2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삶의 문제에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올바른 감정의 문제이다.

표지도 멋지군요. 일단 보관함에...

로드무비 2006-07-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을 쓰지 않을 만한 인품을
갖추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중퇴전문 2006-07-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게 얼마나 치사한지도 생각해가며 글을 쓰라는, 일종의 모순적 교훈이겠죠. 그런 문제의식의 필요성이 글뿐이겠습니까마는.
 
청소년을 위한 서양수학사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10
고상숙.고호경 지음 / 두리미디어 / 2006년 5월
품절


수학적 아이디어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어떠한 특정 개념이 여러 세기에 걸쳐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자들도 학생들처럼 특정 개념에 접근하는데 어려워했습니다.-5쪽

이렇게 그리스가 옛 스승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압도해 버린 힘의 원천은 '증명' 의 정신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60쪽

유클리드의 이러한 추상적 논리 전개는 연역적 사고의 틀을 제공했지만 고도의 추상적인 내용이 담긴 데 비해 이상할 만큼 구체적인 양의 계산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가장 기본적인 도형인 삼각형의 넓이를 계산하는 흔한 공식조차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작도할 때 사용하는 자에도 눈금이 없어 그야말로 컴퍼스와 자는 작도에만 사용할 뿐 길이의 측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87쪽

평행선의 공준은 다른 공리나 공준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였던 문제입니다. 사케리는 이것이 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성질들을 발견했습니다. 직선을 곧은 선으로 보지 말고 공리나 공준으로 보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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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 수학사도 있었네요^^ 60쪽, 증명의 정신~

중퇴전문 2006-07-2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변과 실용, 추상과 구체의 역설적인 관계겠죠. '청소년을 위한' 씨리즈를 잘 아시나 봅니다.
 
김수영 평전
최하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9월
구판절판


- 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일전에 어떤 친구를 만났더니 날더러 다시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봅니다.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것은
포로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간억류인으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라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빨리 삼팔선을 향하여 가서
이북에 억류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UN군의 포로들을 구하여내기 위하여
새로운 싸움을 하라고 합니다.
나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북에서 고생하고 돌아오는
상병포로들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한 감이 듭니다.-116쪽

5.16 직후 김수영에게는 밀리터리즘에 대한 공포 외에도 다른 또 하나의 골치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큰아이 준의 중학 입시 문제였다. (중략) 박재삼이 그런 김수영을 보고, '그렇게까지 아이들 공부에 신경 쓸 게 무어가 있느냐' 고 했다. 지나치지 않냐는 어조였다. 김수영은 고개를 돌리면서 '재삼씨도 나중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세요, 그럼 알어요.' 하고 말했다. - 아이들은 그의 천국-215쪽

이병주의 종횡무진한 화제를 가로막으면서 "야, 이병주, 이 딜레땅뜨야" 하고 말했다. 이병주가 "김선생 취하셨구먼" 하면서 말을 피했다. 김수영은 그 뒤에도 몇차례 공격을 가했다. 이병주는 껄껄껄 웃으면서 우회해 나갔다. - 풀잎처럼 쓰러지다-250쪽

'적당히' 쓸 줄 아는, 때가 묻은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 나는 아직도 글을 쓸 때면 무슨 38선 같은 선이 눈 앞을 알찐거린다. 이 선을 넘어서야만 순결을 이행할 것 같은 강박관념. 우리는 무슨 소리를 해도 반토막 소리 밖에는 못 하고 있다는 강박관념. 4.19 이후에 8개월 동안 잠깐 누그러졌다가 다시 굳어진 강박관념을 우리 나라만의 불행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후 거기에 세계의 얼굴이 담겨있는 것을 알고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여기에 비친 세계의 얼굴이 이중이나 삼중 유리 겹창에 비치는 얼굴 모양으로 윤곽이 엇갈려서 어떤 것이 어떤 얼굴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는 새로운 불안이 생겼다. 따라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38선이 없어지면 그것은 해소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38선이 없어져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또 다른 선이 얼마든지 연달아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서 있다. 결국 자유가 없고 민주주의가 없다는 귀결이 온다.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에서는 작가의 책무가 이행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나라는 이러한, 달결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수수께끼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이북보다 이쪽이 '비교적' 자유가 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는 말대답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있는 사회이다. 그런데 이 지대에서는 아직까지도 이 '절대적인' 권리에 '조건'을 붙인다. - 히프레스 문학론-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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